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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10월호 | 특집 ]

엑스포 행사장의 시설 활용
  • 편집부
  • 등록 2003-07-11 12:47:32
  • 수정 2018-02-20 16:2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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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세계도자기엑스포 그 후 1년, 새로운 과제

엑스포 행사장의 시설 활용

글/사진 서정걸 (재)세계도자기엑스포 전시부장

한국 도자의 세계화 전진기지로

 세계의 현대도자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공예라는 장르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진취적인 작가들이 증가함으로써 독립된 도자 장르를 형성해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순수미술의 영역으로 들어가 조각이나 설치 분야로 작업의 영역을 확장시키고 있다. 영역과 성격에 대한 구분이 모호해지고, 세계도자의 현실이 변화해가고 있는 21세기 벽두에 우리는 세계도자기엑스포라는 거대한 행사를 치뤘다. 세계적인 도자 작가들의 작품 수 백점이 전시되고, 도자의 역사를 조명하는 대규모 기획전이 열렸다. 그리고 도자 디자인, 원주민 토기, 첨단 도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시를 통해 도자의 광활한 세계를 경험할 수 있었다. 한국의 도자에 대한 열정과 역량과 전문성을 세계인에게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엑스포는 역사적인 사건이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 현대 도자가 하루아침에 일류가 된 것은 아니다. 다만 가능성을 보게 해주었고, 새로운 시작의 각오를 북돋아 주었다. 어쩌면 이제부터 시작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엑스포 행사장 시설(미술관, 박물관, 도예공방 등)의 활용은 중요한 것이다. 엑스포 행사장 시설을 어떻게 활용해야 엑스포의 성과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한국 도자발전의 거점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 한국의 도자역사는 찬란하다. 고려청자와 조선백자, 그리고 분청사기의 전통은 세계 어느 나라 도자 전통보다 우수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 현대 도자의 현실은 그리 형편이 좋은 것이 아니다. 한국의 현대도자가 20세기 후반부터 시작되어 겨우 50여 년의 일천한 역사를 가지고 있음을 생각할 때, 짧은 시간에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룬 것은 사실이다.

 더구나 일제강점기로 인한 전통과의 단절, 6.25 로 인한 국가 경제의 파산 등 여러 가지 악조건 속에서도 이만큼의 발전을 이루었다는 것은 도자에 대한 한국의 저력을 말해준다고 하겠다. 아마도 그러한 저력이 세계도자기엑스포의 성공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었을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도자기를 사랑한다. 서구문명에 밀려 도자기로부터 멀어졌던 관심이 다시금 도자기로 돌아올 수 있다고 믿는다. 일본 도자가 지금처럼 발전한 것은 무엇보다도 도자를 애호하는 국민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도 도자인구의 확대, 도자애호가의 확산이 중요하다. 세계도자기 엑스포를 통해서 많은 국민들에게 도자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긴 했지만, 앞으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도자기 엑스포 시설을 활용하여 해야할 역할 중 첫번째가 바로 저변확대이다. 우리의 현대도자를 타장르와 비교해보면, 열악한 부분이 많다.

 작가들은 전시할 공간이 부족하고, 해외에 진출할 기회도 적다. 회화나 조각처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일도 별로 없다. 그러한 환경을 극복하려는 자체의 노력도 미약한 편이다. 한국 도자 발전을 위한 이슈를 제공하고, 작가들에게 자극을 주며, 좋은 작가들이 참여할 수 있는 좋은 기획전들이 거의 없는 편이다. 그것은 도자를 위한 인프라가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 도자를 전문으로 다루는 미술관이 없고, 도자기 전문화랑이 거의 없으며, 미술시장에서 도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적다. 기초 체력이 부족하면 빨리 달릴 수 없고, 오래 달릴 수 없다. 그러나 그러한 인프라들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도자기엑스포가 한국도예를 위해 크게 기여한 부분은 바로 상당한 도자 인프라를 구축했다는 것이다. 이천의 세계도자센터, 도예공방, 여주 세계생활도자관, 광주 조선관요박물관이 그것이다.

 이 시설들에서는 전시를 할 수 있고, 워크숍을 할 수도 있으며 다양한 도자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다. 12개의 전시실이 있고, 2개의 도예공방이 있으며, 3개의 전통가마가 있다. 그리고 각종 부대시설들이 있다. 이러한 시설을 잘 활용하고, 적극적으로 경영한다면, 우리 도자 발전의 거점으로서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엑스포 시설의 두 번째 중요한 역할은 한국의 현대도자를 정리하고, 새로운 이슈를 제공하며, 문제의식을 줄 수 있는 각종 기획전과 워크숍등의 프로그램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우리 도예계의 취약한 부분의 하나는 자료와 정보의 부족이다. 특히 지역 도예인들에게 있어서 국내외의 도자에 관한 정보는 매우 빈약하다. 축제를 통해 중국이나 일본의 작가들과 교류하거나 개인적인 통로를 통한 정보의 입수 정도이다. 사실 정보에 대해 관심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그들은 지역에서 자신이 배운 기술을 가지고 반복적인 작업을 해오고 있다. 그들에게 자극을 줄만한 외부 정보가 차단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역도예인 특유의 보수성으로 인해 외부 요소에 대해 배타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그들을 일시에 변화시킬 수 없다. 변화는 개혁을 통해 이루어지지만, 그 개혁은 상당한 준비기간을 요한다. 외부로부터의 자극이 지속적으로 가해질 때, 비로소 개혁의 분위기가 무르익고, 드디어 빠르게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어쨌든, 대부분의 도예가들이 세계 도예의 변화에 대한 정보를 일목 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는 환경을 가지고 있지 않다. 직접 여행을 하거나 도예 잡지의 구독을 통해서 활발하게 정보를 얻고자 노력하는 작가는 드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나 아닌, 우리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모습, 그들의 변화를 아는 것이 한국도자의 선진화로 가는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므로, 세계도자기 엑스포 시설의 활용에 있어서 세 번째로 노력해야 할 것은 자료와 정보의 축적과 활용이다. 자료와 정보는 작품도 포함된다. 국내외의 중요한 작가들의 작품을 수집하고, 정보를 수집하여 도예가들이 세계 도예의 현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 중요하다. 그와 함께 우리 도자의 역사를 파악할 수 있도록 과거의 작품을 수집하고, 좋은 전시를 기획하여 보여주어야 한다. 과거를 알고 현재를 알아야 미래가 보인다. 도자기 엑스포 실설 활용의 네 번째 과제는 경기도 세계도자비엔날레의 지속적이고 성공적인 실행이다. 엑스포 이후 매 2년마다 세계도자비엔날레를 개최하겠다는 것은 엑스포의 기본 계획에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1회 비엔날레는 엑스포와 함께 열렸기 때문에 무난히 치룰 수 있었다.

 이제는 2회 비엔날레를 어떻게 개최할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이다. 지난 엑스포가 너무나 성대하게 개최되었고, 큰 성공을 가져온 행사로 평가되었기 때문에 2회 비엔날레는 아마도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앞타자가 홈런을 치면 나중 사람은 안타를 쳐도 빛을 보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유에서다. 그러나 비엔날레는 엑스포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행사다. 비엔날레는 축제나 박람회가 아니라 보다 더 순수한 예술행사이기 때문이다. 세계의 도자인들이 모두 참여하고 싶어하는 비엔날레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어떠한 내용을 갖는가가 중요하다. 엑스포 때는 보다 많은 종류의 도자기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지만, 비엔날레에서는 세계도자발전에 필요한 이슈를 제공할 수 있는 충실한 내용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보다 더 전문성이 필요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세계 각국에 수많은 전시들이 매일 같이 열리고 있고, 비엔날레도 100여개가 넘는다. 그러다 보니 비엔날레의 스타일이 정형화되고 매너리즘에 빠져 관객들의 흥미를 점점 잃어가고 있는 추세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개념, 매너리즘을 깰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전시와 워크숍이 필요하다. 현대미술이 점점 어려워지고, 각종 비엔날레의 전시들은 과거의 전시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도자기는 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고, 현대미술에 비해 어렵지 않으며, 관객들에게 친근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미술보다도 훨씬 자유로운 전시형태가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순수미술이 생각할 수 없는 새로운 개념과 새로운 형태의 전시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그것을 찾아내어 오히려 도자분야에서 타장르의 수많은 비엔날레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스타일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새로운 모험을 한다는 것은 언제나 용기가 필요하다. 그만큼 부담스러운 측면을 가지고 있다. 남들 하는데로 하면 중간을 할 수 있지만, 새로운 것을 시도하면 비판의 표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어느 개인의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다. 어쨌든 경기도 세계도자비엔날레는 엑스포 시설의 활용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비엔날레의 지속적인 성공은 한국 도자발전에 커다란 힘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 밖의 여러 가지들은 대체로 위에 제시한 범주 속에 포함될 것이다. 도자에 대한 교육, 해외 작가들과의 교류를 위한 통로 역할, 우리 작가들의 해외 진출, 도자학술회의와 같은 이론적 기반 확충을 위한 활동, 한국도자의 체질개선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올 수 있는 시설의 보완 등 많은 역할들이 있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모든 것들을 종합해보면 도자 인프라로서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해 다양하고 활발한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러한 다양한 활동을 해나간 다는 것은 일시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엑스포 재단의 체제가 잡히고, 그것을 지원하는 경기도의 의지가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세계도자기엑스포가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해서, 임무를 완수했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엑스포 시설이 있는 시군은 물론, 그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역도예인, 그리도 모든 도예인들이 관심을 가지고 일정한 역할을 해줄 수 있어야 한다.

 문화 예술적인 일을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장애요소가 너무나 많다. 투자된 돈에 비해 실제적인 결과물이 없기 때문이다. 돈을 지원해주는 입장에서도 그렇고, 집행하는 실무자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면 자꾸만 위축되고, 축소되고 결국엔 소외된 시설이 되고 만다. 문화사업이란 대개 투자한 만큼 생색이 나지 않기 때문에 축제 같은 대형 행사를 통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입장하는 관람객 수로서 성과를 삼는 것이 우리 나라의 문화사업 스타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행사를 하는 데는 비교적 대범한 투자가 이루어지지만, 문화시설의 상설 운영에는 인색한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우리나라 곳곳에 시설만 있고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문화시설이 많다. 박물관 미술관 기념관 등이 대표적인 소외시설들이다. 그러한 시설들은 운영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겨우 관리되고 있다. 관리와 경영은 전혀 별개의 개념이다. 끊임없이 창의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시행하지 않으면 문화시설은 경영되지 않는다. 문화시설을 운영하려면 많은 예산이 수반되고 투자된 만큼 눈에 보이는 결과물은 없다. 그럼에도 이러한 문화시설을 잘 활용하려면 공격적인 경영이 필요하다. 문화시설은 돈을 버는 곳이 아니라 쓰는 곳이다. 잘 쓰면 문화가 발전하고 안 쓰면 시설에 투자된 돈을 사장시키는 것이다.

 필자약력 한국외국어대학 독일어과 및 홍익대 대학원 미술사학과 졸업 중앙일보 출판국 기자 역임 3회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큐레이터 경희대 중앙대 경기대 강사 세계도자기엑스포 전시부장 현, 재단법인 세계도자기엑스포 전시부장 이천세계도자기센터 여주세계생활도자관 광주조선 관요 박물관 이천세계도자센터내 도예공방 이천세계도자센터내 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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