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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12월호 | 특집 ]

2002년 한국 대학도예교육의 변화
  • 편집부
  • 등록 2003-07-11 11:13:47
  • 수정 2018-02-21 15: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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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한국 도예계를 돌아본다

2002년 한국 대학도예교육의 변화 글/최병건 남서울대학교 환경조형학과 교수

 본인에게 도예교육의 변화를 주제로 원고 청탁이 들어오자 한참을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여러모로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본인으로서는 이러한 주제가 상당히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고 현재 본인이 재직하고 있는 대학에서 시도되고 있는 바뀐 커리큘럼(Curriculum)에 의한 결과도 아직 그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펜을 든 것은 본인이 생각하고 또 진행하고 있는 도예교육의 변화를 기술함으로써 조금이나마 시금석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기 때문이다.

1. 변화의 필요성

 여러 가지 재료에 기반을 둔 공예계 전반이 그랬듯이 도예도 그 재료의 특성을 습득하는 과정이 중요한 배움이다. 도예의 기술적 숙련은 다루는 사람의 경력과 일치한다. 즉 오래 도자기를 만들었던 사람이 많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장인정신을 강조하게 된다. 즉 도제(徒弟) 수업에 의한 기술 습득이 그 주가 되는 것이다. 거의 모든 대학의 도자 관련 전공에서는 이러한 수업방식이 주가 되고 있으며 이러한 교육의 성과로서 공방문화와 작가 활동을 하는 많은 도예가가 배출되었다. 이제는 이천, 여주, 광주와 같은 도자기를 특화 시킨 지역에서 학사출신이상의 도예가를 쉽게 만나곤 한다. 그러나 현재 이러한 교육은 아쉽게도 많은 학생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다양한 산업과의 연계가 부족하여 학생들에게 졸업후의 진로가 다양하지 못하다는 점에 있다. 모든 학생들에게 졸업 후 도예가나 작가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며 이미 기존 시장은 포화 상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도자가 응용될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이 개발된 것도 아니고 이러한 업체 또한 부족한 상태이다. 그렇다면 기존의 도자제품(여기서는 기계화된 도자제품 생산업체)업체는 어떠한가? 생산라인은 이미 높은 연령의 노동자들이 대다수이며 일의 난이도 또한 고학력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대다수의 학생들은 이런 일을 회피한다. 아울러 많은 업체들은 생산라인을 저렴한 임금의 제3국으로 이전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디자인실의 구성을 보면 도예과 출신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 오히려 도자전공을 안한 제품디자인 전공 인력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현상들이 일어나는 것일까? 디자인실 책임자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첫째. 소비자를 생각하는 디자인보다는 극히 주관적인 해석에 의한 디자인을 한다는 점이다. 둘째. 현재 산업체의 기술과는 다른 도자 기술을 이해하고 있다. 셋째. 2D, 3D Program 및 캐드캠(CadCam)등의 디지털 환경에 익숙치 못하다. 업체는 새로운 인재를 뽑을 때 어느 정도 완성된 학생을 원한다. 이러한 흐름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서 더욱 심하다. 인재를 뽑은 후 양성시킬 시간과 경제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 교과과정의 변화

 나는 모든 대학교의 도자관련 학과가 변화 되야 된다고는 생각치 않는다. 각 대학은 대학별로 그 주된 목표가 있다. 도예가의 배출, 교육자의 배출, 도자 디자이너의 배출 등 학교별로 그 목표가 다르다. 나는 여기서 좀더 다양한 도자의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나름대로 특화되어야 한다고 본다. 모두 동일한 커리큘럼에 의한 학생들을 배출한다면 이것만큼은 교육적 낭비일 수밖에 없다고 사려된다. 타전공 대부분이 마찬가지이지만 도예교과목도 그 커리큘럼의 특성에 따라 구분을 하면 이론(theory), 과정(process), 기술(technique)이라는 영역으로 대략적으로 구분된다. 분야에 따라 이 세가지의 교과목의 비중이 다르게 나타나기도 하며 도자는 어느 영역보다도 기술적인 교과목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변화를 주어야 하는가?

 가. 디지털(Digital) 교과목의 과감한 도입

 현재 한국 대학의 공예관련 전공은 섬유, 금속, 도자, 목공예를 그 주로 하고 있다. 이들 분야의 디지털기술 도입을 살펴보면 섬유는 2D Graphic Program을 사용한 의상디자인으로의 발전이 무엇보다도 앞서 있다. 금속은 캐드캠(CadCam)을 사용한 금속 제품류 뿐 아니라 장신구(Jewelry)분야로 발전하고 있다. 목공예는 가구분야에 3D Graphic Program을 응용하고 있다. 위의 전공들은 어느 정도 그 커리큘럼 상에 일관성 있는 디지털 교과목이 배치되어있다. 또한 이것에 의한 결과물도 찾아보기에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도예는 어떠한가. 대다수의 도자전공에서는 교과목안에 그래픽 수업이 한과목 정도는 개설이 되어 있으며 그 내용은 2D, 3D Graphic Program을 한 두개 정도 실습해보는 과정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런 교과목은 죽은 교과목이다. 왜냐하면 전학년에 연동된 교과목이 아니며 도자제품을 만드는데 있어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교육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생들은 도대체 이 도구로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알지 못한다. 즉 도예전공과는 전혀 연관 없는 교과목인 셈이다. 과거 컴퓨터 그래픽은 그 결과물이 가상의 영역에 한정되었다. 따라서 다양한 형태의 모델링(Modeling)과 렌더링(Rendering)을 통한 가상적인 시뮬레이션은 아날로그(Analog)적 결과물을 중요시하는 도자기에서는 그 중요성이 인식되지 못했다. 그러나 현재 발전된 디지털(Digital)기술은 이제 가상현실 속의 작업뿐만 아니라 3차원 입체조각기 (Modeling Machine)에 의한 조각(Engraving)까지 가능하며 3차원 Data만 있다면 레이저를 이용한 내부 조각까지도 가능한 상태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디지털 기술을 도자 교육에서 도외시하고 있어야 한단 말인가? 도자기는 가장 아날로그적 결과물이라고 규정하면서 타인들을 설득하고만 있어야 된단 말인가? 이미 일부 도자업체(특히 위생기 및 타일)에서는 손으로 모델링 하는 과정은 벗어나고 있다. 생산과정도 수작업보다는 기계와 이를 제어하는 컴퓨터가 배치되고 있다. 디지털이 생산공정(Plant)을 잠식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사라지고 있는 기술적 교과목들은 과감히 개편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과정을 가르칠 기자재와 교수진의 부족이다. 도자과정에 적합한 디지털 기자재의 선택은 상당히 중요하며 이는 교수진의 역량과도 연관되어 있다. 그래픽을 가르칠 수 있는 선생님은 많다. 그러나 도자제품에서 응용할 수 있는 선생님을 모시는 것은 너무나도 힘든 일이다. 이러한 애로점은 변화의 노력이 지속된다면 향후 개선이 되리라고 기대한다.

 나. 과정(Process)의 심화

 도예전공 학생들에게 가장 약한 부분은 결과물을 도출하는 과정의 타당성 부족이다. 헤롤드 뷰우르의 제품디자인의 7단계는 문제인식, 정의, 분석, 종합, 평가, 제출이라는 단계적 추구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도예교육에 있어서 상당부분은 정의, 분석, 종합이라는 단계를 도외시한다. 아니 알고 있어도 어느 순간에 이 과정이 사라진 제품을 만들곤 한다. 즉 문제인식 후 중간과정 없이 제출이라는 단계 즉 상품화가 되어버린다. 물론 도자기의 기술적 습득이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젊은 학생들에게 결과 도출의 과정보다 기술적 결과가 중요하다는 인식은 오히려 사회에서 성급함으로 인해 실패를 맛보게 할 수가 있다. 나는 학기말에 상품화가 되지 않더라도 그 학생이 두툼한 리포트를 제출한다면 그것이 오히려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은 전학년에 걸쳐 필수적이라고 생각된다.

 저학년에 잠시 배우고 고학년이 될수록 과정을 생략시키지 말고 오히려 더 중시해야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프로세스를 탐구하는 교과목이 심도 있게 개설되고 진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다. 실무적인 교과과정의 도입 얼마전 한 큐레이터로부터 다음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한 인테리어 업체가 카페에 들어갈 둥근 형태의 세면대를 도자기로 구울 수 없냐 해서 한 도예가와 연관을 시켰더니 상단의 원형을 유지 할 수 없어서 오프닝 당일 잠시 설치했다가 결국 포기하고 이태리 제품을 설치했다는 것이었다. 본인이 잠시 그 제품을 볼 수 있었는데 자기(磁器)인 것이었다. 도기(陶器)정도의 온도였으면 충분히 가능했을 것인데 말이다. 제품을 개발하고 새로운 디자인을 원하는 기업체는 많다. 그러나 도자관련 업체라도 여러 개발 상담을 하다보면 부딪치는 벽이 생긴다. 어느 순간부터 도예가가 가진 기술적 숙련도는 업체의 기술적 발전과 완성도에 뒤떨어져 있고 그렇다고 디자인을 논하자니 제품디자이너에게 밀린다. 대다수의 업체가 디자인에 있어서는 도예가보다는 제품디자이너와 산학협동을 원한다. 이것이 현실이다. 그동안 산업이라는 영역을 도외시한 냉혹한 현실이라고나 할까? 나는 여기에 안주하며 회피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기술의 습득과 개발 그리고 새로운 제품개발까지의 연관은 도예를 배우는 학생들에게도 새로운 기회이며 정체되어 있는 도예의 변환점이 될 수도 있다. 새로운 기술적 완성도를 발전시키든지 아니면 도자제품 디자인만큼은 우리의 영역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3. 변화하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한다. 그러나 요즘 사회를 보면 십년대계라는 말이 오히려 더 적합한 것 같다. 그만큼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으며 십년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교육은 시대에 뒤떨어진 인재를 양성하고 만다. 또한 현대사회는 멀티플레이어(Multi Player)를 요구하고 있다. 도예교육은 지금까지 고정된 기술의 반복과 예술이라는 공간에서 한정되어 왔다. 이제는 다양한 기술의 개발과 이의 제품화를 통한 도예의 영역을 확대함으로써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학교는 이에 적극적인 대응으로 다양한 교과목을 개발 배치함으로써 변화의 주체로써 앞장서야 될 것이다. 이러한 일이 계속 진행된다면 해마다 졸업하는 많은 도예전공 학생들의 진로는 다양해질 것이며 경쟁력 있는 도예 교육으로 탈바꿈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필자약력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공예과, 미술대학원 도예전공 졸 개인전 1회 (2002 Molecule, 서울 갤러리블루) 단체전 15회 연구과제, 욕조 및 세면기 디자인, (주)동방 2001건축도자제안전 참여 2001세계도자기엑스포 행복만들기 참여 현, 남서울대학교 환경조형학과 전임강사 1,2,3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도자제품 디자인 최근 도예과에 그래픽 수업이 생기고 있으나 유명무실화된 실정이다 대학 주최로 열린 산학협력세미나에서 한 위생도기업체 대표가 새로운 제품디자인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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