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aka Senri-chuo Japan Festival
<오사카 센리츄오 재팬 페스티발>참관기
지난 10월 11일부터 14일까지 4일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센리 페스티발을 취재하기 위해 (사)한국전업도예가협회원들의 오름길에 함께 동행했다. 이번 탐방은 한국공예문화진흥원으로부터 부스임대비를 지원받아 참여하는 행사의 일원으로 협회원 13명이 참여했다.
협회는 지난 2005년 <도예 재팬 2005> 행사에 일본 도예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고자 참가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판매용 품목과 소량의 작품과 견본품을 준비해 참여했다. 당시 오사카 국제회의장인 인텍스에서 열린 <도예 재팬 2005>는 페어와 전시가 복합된 도예박람회로 도예작가 공방과 사업장을 비롯해 도예계통의 재료, 기자재 및 용품 관련회사 등이 참여한 규모있는 행사였다. 이번 해부터는 주최사측이 일부 변경되어 규모가 다소 축소되었지만 박람회의 성격만은 달라지지 않은 듯 했다.
10월 10일 첫째날
기자가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부터 협회원들은 수하물을 부치느라 분주했다. 행사주최측에서 행사에 참여하기 위한 상품을 별도로 운송하지 않는 관계로 참여작가가 직접 규격화물에 맞게 짐을 꾸려야 했기 때문이다. 소량의 품목만 준비했다고 해도 두 배로 불어나는 포장부피로 수하물들은 가득찰대로 배가 불러있었다. 항공사측의 크기와 무게제한에 시간은 지체되었고 결국 탑승시간 10분만을 남겨놓고 게이트로 질주해야 했다. 새벽부터 부지런히 공항까지 와야했던 일행은 기내좌석에 겨우 자리를 잡고 서야 지친 피로를 달랠 수 있었다. 한시간 반가량의 짧은 휴식이 끝나고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 도착했다. 청량한 가을의 배웅과 무사히 육지에 발을 디딘 안도감들이 섞여 다들 들뜬 모습이었다. 육중한 무게의 수하물들을 다시 찾아 공항버스에 몸을 실었다. 차창 밖으로 펼쳐진 새로운 곳의 광경을 그들의 피사체인 목자目子로 열심히 찍는 듯 했다.
목적지까지 한번에 가는 교통수단이 없어 도중 환승해야했는데 막중한 짐들을 오르고 내리는데 여간 재간이 없었다. 버스에서 지하철로, 지하철에서 모노레일로 거듭나는 환승 후, 센리 중앙 역에 도착할 당시엔 노을이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마련된 부스에 짐을 간단하게 풀어놓고 광장 주변을 둘러보았다. 20개의 간이부스와 넓직한 광장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것은 쇼핑센터와 상가, 백화점 등 이었다. 대규모의 박람회행사장을 생각했던 일부 사람들은 다소 당황하고 실망한 기색이었지만 이내 이곳을 오고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사고의 전환점이 되는 듯 짐을 풀어 디스플레이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오사카의 밤은 깊어갔고 바람은 시원했다.
10월 11일 둘째날
숙소인 호텔 마레 미나리센리에서 센리츄오역까지는 두 정거장되는 가까운 거리였다. 페스티발이 시작되는 첫날이라 그런지 모두들 한껏 밝은 표정들로 행사장을 향했다. <센리츄오 재팬 페스티발>은 센리츄오역 남쪽광장에서 본격적으로 오전 10시부터 개장했다. 센리츄오千里中央는 센리뉴타운의 중심지이자, 오사카(이타미)공항으로 가는 관문이기도 해 유동인구가 많은 곳으로 평일이었지만 오고가며 지켜보는 사람들은 많았다. 참여작가들은 디스플레이를 지속적으로 수정 보완해가며 찾는 이들의 구미에 맞도록 민감하게 반응했다. 생활식기 및 소품, 오브제, 다완, 악세사리 등 한국참여작가들의 코너는 바쁘게 움직였다. 다른 부스에서도 동선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각 부스별로 생활식기, 분재, 악세사리, 조형물 등 다양한 코너가 들어서있었다. 그들의 상품은 다양한 칼라와 크기, 형태 그리고 가득 메운 문양, 드로잉들로 보기에도 이채로웠다. 이번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에서 왔다는 것에 현지 참여자들은 놀라워하며 기쁘게 맞이해주었다. 그들과의 짧은 첫만남은 다소 서먹했지만 행사가 활기를 찾을수록 동화되어 갔다. 서국진 한국전업도예가협회장은 “지난 박람회에 참가한 참여자 한두명을 제외하고는 새롭게 참가한 회원들이 대부분”이라며 “한국과는 다른 도예시장분위기에 아직은 긴장이 덜 풀려 생소해 하는 것 같다. 일본도예시장의 현장을 직접 체감하고 벤치마킹해 1차적으로는 개인작업역량에 더 넓게는 한국도예계에 발전이 되는 작은 보탬이 되었음 한다”고 말했다.
행사 첫날은 단순 관람객들만 오고 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10월 12일 셋째날
이번 행사는 한 부스당 회원 2인이 사용해 행사장 참여와 다른 관광 일정으로 나누어 진행될 수 있었다. 2인 1조로 교대로 번갈아가며 행사장의 자리를 지키거나 그 외 일정계획을 세워 보다 효율적인 시간을 가졌다. 몇몇 일행과 나라를 찾았다.
긴테쓰 나라역에서 나오니 푸른잔디가 넓고 화창한 나라사슴공원을 만날 수 있었다. 수많은 사슴들이 자유롭게 놀고 있었고 사람들이 가까이 다가가도 두려워하지 않아 바로 앞에서 사슴을 볼 수 있었다. 사슴들은 맛난 냄새가 아니어도 바스락거리는 종이구겨지는 소리만 듣고도 먹을 것인줄 알고 다가오기도 해 한동안 이곳에서 시간을 지체했다.
사슴들의 선한 눈망울을 뒤로하고 약 10분 남짓거리에 있는 동대사로 불리우는 도다이지로 향했다. 이곳의 스케일은 보는 사람을 압도시킬만큼 장대했다. 대불이 안치된 금당은 세계 최대의 목조물로 8세기 중엽에 세워진 본래의 건물은 화재로 소실되었고 1709년에 재건되었다고 한다. 금당의 북서쪽에 있는 쇼소인은 중요한 미술, 공예품, 각종 문서 등이 보존되어 있었다. 쇼무천황의 유품, 중국의 당나라, 인도 및 페르시아의 공예품이 수납된 이곳에는 긴 역사를 담은 문화재들이 많이 소장되어 있었다.
10월 13일 넷째날
이국적인 기타노이진관은 외래문물이 들어온 고베지역을 상징하는 유명한 관광지로 영국인의 무역상이 지었다는 이진관과 저택을 비롯해 덴마크관, 비엔나·오스트리아관, 구 중국 영사관 등이 밀집되어 있었다. 내부관람도 가능해 아름다운 정원과 더불어 이국적인 저택의 모습을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고베 하버랜드는 야경을 아름다운 장소로 손꼽히는 곳이지만 불타는 횃불모양의 고베포트타워, 고베해양박물관 등 고베를 대표하는 상징물만 바라본 채 돌아와야 했다.
하루의 행사 일정을 마치고 도톰보리道頓堀를 찾았다. 이곳은 오사카를 방문한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쯤은 가볼만한 거리로 일컬어지는데 일본의 음식점과 술집, 오락실, 극장 등의 다양한 시설들이 들어서 있다. 또한 저렴한 선술집과 포장마차식 노점상들이 즐비해 온갖 먹거리를 즐기기에 충분했다. 도톰보리는 오사카를 상징하는 사진으로 많이 등장했던 큰 게가 간판에 걸려져 있던 거리, 광대옷을 입고 큰 북을 등에 업고 북을 치는 인형이 서있는 거리 등 현란한 네온사인과 더불어 활기가 넘치는 거리였다.
10월 14일 다섯째날
마지막 날인 행사장에는 공휴일과 맞물려 많은 인파가 몰렸다. 가족, 연인,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어 한국에서 온 도자기에 흥미로운 관심을 갖고 보았다. 이번 센리페스티발의 참여 진행에 교두보 역할을 해온 김병률 도예가는 “일본사람들은 보고 사고 쓰는 세박자의 요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유심히 지켜본 다음 구매를 신중히 하는 편이죠. 그런 다음 실생활에서 바로 사용합니다. 이러한 소비경향과 문화의식을 배우기 위해 온 것이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현지 구매자들은 사전에 한번 또는 그 이상의 방문답사를 한 뒤 구매를 결정한다. 또한 한국의 식문화와 일본의 식문화의 차이로 인한 생활식기의 쓰임에 대해 묻는 경우도 많았다. 일본의 밥공기는 크기와 굽이 작아 한손에 들기 편한 형태이지만 한국의 밥공기는 이보다는 다소 크고 깊은 형태다. 이에 더해 합의 형태를 갖춘 듯 덮개가 있는 뚜껑을 보고는 의아해하며 용도를 묻는 일본 사람들의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아기자기한 일본 사람들의 경향을 반영이라도 하듯 소품류의 판매가 다소 높은 편이었다. 현지 구매자들은 구입 전에 적극적으로 의사표현을 한다. 자신이 원하는 형태나 크기, 스타일 등을 이야기하며 가장 근접한 상품을 찾아 구매를 한다. 이를 지켜본 심범수 도예가는 “지금까지는 1인칭이 중심이 되어 작업을 해왔는데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2인칭 또는 3인칭의 시점과 입장에서 작업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앞으로 작업을 하는데 소비자들의 의견과 경향을 반영해 신중히 작업에 임할 것“이라고 전했다.
행사가 거의 막바지에 이르면서 그동안 방문했던 현지인들이 다시 찾아 아쉬움의 인사를 나누었다. 그동안 수고했던 동료들과 웃으면서 악수를 나누던 모습을 뒤로하고 돌아가야 할 때처럼 짐을 꾸려갔다. 숙소로 돌아와 조촐한 뒷풀이를 마련해 행사기간동안 느꼈던 자신만의 감상들을 털어놓았다. 그렇게 술 한잔을 기울일수록 얼굴은 붉어져갔고 시간의 밤도 깊어갔다. 드라마틱한 판매실적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저마다 가슴에 극적인 결과는 분명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10월 15일 여섯째날
마지막날에는 오사카 간사이공항으로 향하기전 카마모토 공방거리와 청수사를 둘러보는 것으로 이번 탐방일정을 마쳤다.
카마모토내 공방거리는 도예촌 뿐만 아니라 각종 수공예공방들이 밀집되어 있는 곳이었다. 잘 정리된 구획들은 반듯한 이미지를 주었고 성격이 다른 공방들이 충만해 관광코스로도 안성맞춤이었다. 이른 아침이라 곳곳에 아직 개시하지 않은 공방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이어 교토의 명물인 청수사(기요미즈데)라는 높은 툇마루에 지어진 사찰을 찾았다. 교토시내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명소다운 관광지였다. 기요미즈는 맑은 물 즉 정수라는 의미로, 수명을 연장시켜주는 물로 유명하다. 도착했을 당시부터 많은 순례객들과 관광객들이 이곳에 들러 물을 마시고 있었다. 작은 폭포처럼 쏟아지는 세 물줄기로부터 하나를 택해 마시면 그 숙원이 이루어진다고 해서일까 행사일정동안 바쁜 스케쥴로 피곤해진 심신을 이곳을 통해 정화시킬 수 있는 기회였고 보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한국을 향해 내딛을 수 있었다.
짧은 기간동안 탐방한 일정이었기 때문에 기본적인 역사적 배경에 의한 견해로 둘러 본 것을 정리할 수밖에 없었음에 양해를 구한다. 일정을 함께한 참여자들의 경우 많은 깨달음을 얻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험의 균형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이들의 생산과 유통, 정책 그리고 소비문화를 바탕으로 우리 도예시장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찾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