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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9월호 | 전시리뷰단신 ]

전시리뷰
  • 편집부
  • 등록 2007-10-18 14:24:34
  • 수정 2008-12-26 10:3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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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쳐서라도 갖고 싶게 만들어 봐라.”

 

조충휘 서울 세종호텔 세종크라프트 : 2007.8.4-8.11


언제가 들은 잊혀지지 않는 이 말이 도예가 조충휘의 작품을 보면서 떠올랐다. 왜일까?
조충휘의 작업에는 늘 이야깃거리가 있다. 그것은 작가가 표현하려는 예술적 행동보다는 그의 삶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2년 전 그의 3번째 개인전은 <맑음>이란 이름으로 백자의 맑음 혹은 청자의 투명함을 깊이 있게 표현하더니 이번 개인전에서는 라는 이름으로 작가의 생활 속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일상의 관계를 분청, 청자, 옹기 등의 기器 형태로 표현했다.
이번 전시의 매력이라면 새로운 관계에 대한 두려움 혹은 경쟁과 투쟁의 산물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일상에 스쳐지나가는 상황들을 오브제나 조형이 아닌 우리의 그릇인 질박한 분청 항아리, 청자 단지나 단아한 선의 화병으로 표현함으로써 작가가 작품 제작 자체를 스스로 삶의 안도감으로 생각하는 또 하나의 에피소드로 연계함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일상 속에 그의 머리를 완전히 비워 두는 것은 절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벤트는 매순간 일어나며, 끊임없이 만나는 새로운 사람들과 또 다른 상황들은 그에게 새로운 에피소드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그 새로운 에피소드에 대처해야 하는 작가 조충휘는 자신이 서 있는 세계와 문화를 잘 이해하고 소화해 내고 있을 뿐 아니라 끊임없이 노력하며 늘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고 결국은 표출하고야 마는, 그야말로 에피소드로 지나쳐 버릴 수 있는 경험들을 작품의 세계로 끌어 들이고야 마는 작가이다.
혹자는 그의 그릇을 단순히 그릇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그릇 속에는 어떤 의미가 확정되어 있거나 감상자의 인식, 혹은 쓰는 사람의 용도만을 단순히 기다리기만 하는 존재가 아닌 것이다. 그의 그릇은 불확정적이며 개방적이고 감상자가 발굴하고 해석해 주기를 기다리는 존재이다. 더불어 쓰는 사람들과 감상하는 사람들 그리고 만드는 사람이 더불어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내는 또 하나의 에피소드이다. 
아이디어 스케치를 하고, 물레를 차고, 굽을 깎고, 화장토를 칠하고, 유약을 바르고, 불을 때는 이런 중요한 예술 표현방식이 그의 소중한 자산이다. 이렇듯 새로운 하루를 보내고 떠오르는 또 다른 에피소드, 이것은 작가 조충휘의 작품의 주제이며 표현이다.
마지막으로 간과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에피소드는 적당히 겸손한 가격의 산출방식이었다. 작가는 쓰는 이들의 주머니 사정까지 놓치지 않고 그의 에피소드로 연계시켜 주었다. 덕분에 쓰는 이들은 한두 달 용돈을 절약해야 하는 가볍고 즐거운 에피소드와 작품구매를 할 수 있는(훔치지 않아도 되는) 작은 호사로 한여름 더위를 잠시 잊을 수 있었다. 행복한 에피소드로 기억되어질 기분 좋은 작가 조충휘의 무궁한 발전과 퇴색하지 않는 건강한 미소를 계속 보고 싶다.   

                                                                                       글 / 정자은 / 세종호텔 크라프트 관장

 

박제된 기억

 

김대훈  서울 관훈동 갤러리 쌈지 : 2007.8.15.8.26

 

초현실주의 회화를 문학적 예술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시인 로트레아몽Lautreamont의 “수술대 위에서 재봉틀과 우산의 우연한 만남만큼 아름다운...”라는 귀절*에서처럼 추상이 시각적이고 조형적인 면을 중시한다면, 초현실주의 회화는 대체로 언어적 전달을 더 선호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 15일부터 26일까지 갤러리 쌈지에서는 김대훈 도판 <박제된 기억>전이 열렸다. 이번 전시는 1991부터 시작된 <박제된 기억>전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으며 최근에 제작된 도판 작업들을 집중적으로 선보인 자리였다.
김대훈의 도판은 전통적인 도자라는 매체가 순수 조형예술로 탈바꿈할 수 있는 장치들을 고안하고, 공예적 기능에 기여했던 장식요소들과 순수미술적 요소들의 경계에 대한 인식을 고민한다. 특히 이번전시는 분청에서 느껴지는 흙의 질감을 살리기보다 기술적인 면에서 스케일의 한계를 넘어선 도판작업을 중심으로 그 숙련된 만큼이나 자유로운 방법으로 주제를 풀어나가고 있다.
김대훈의 구체적인 형상들은 2차원적인 시각을 중심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3차원적인 원근법을 무시한 채, 서로 어떠한 관계도 없는 오브제들 즉 모자, 배, 숫자들을 나열하거나 대립시킴으로써 그 사물들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사물과 사물의 상식적인 관계를 타파한다.
화면에 조각된 숫자들과 어린아이의 낙서처럼 그려진 기호들로 채워진 공간은 시간의 잔영들로 채워진 화면으로 시간성, 사유의 흔적에서 철학적 사고로까지 확장되어진다.
이처럼 커다란 도판을 이루는 회화적인 화면구성은 캔버스에서 오려낸 단순한 형태들로 시니컬한 스크레치Scratch와 콜라주Collage기법을 통해 작품의 형태와 번조방법에 대한 고민을 해결한다.
김대훈은 “인간의 희망은 인간이다. 우리가 감동받을 수 있는 대상은 결국 자연과 인간이다”라고 말한다. 사회적인 관계나 외적으로 진행되는 어떤 개념의 전달보다는 자신의 내면에서 바라보는 시선 혹은 내면으로 파고드는 시선에 천착해서 작품을 제작하는 작가의 태도는 ‘인간...’이라는 특유의 진지한 고민에 닿아있다. 현대 사회 속에서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 축적된 기억의 형상은 인간성 회복을 위해 시도되는 치유의 과정으로 보여진다. 또한 ‘인간’에 대한 애착 혹은 집착은 끊임없는 자아탐구이며, 대중과의 색다른 소통을 위한 작가의 의지임을 엿 볼 수 있다.

달빛에 개화한 거대한 하얀 꽃무리가 흔들흔들거린다.
대학에서 도예를 시작한지 10여 년째. 공모전 수상과 여러 차례의 개인전, 2005년 세계도자비엔날레에 참여했던 하타준코의 한국에서 선보이는 첫 전시다.
설치적 조형작업이 주를 이루는 그녀의 작품은 얇고 섬세하게 제작된 하나하나의 유닛Unit들이 개별적으로 또는 군집하여 한 작품을 이룬다. 달빛에 개화한 듯 1mm 철사위에 피어있는 얇은 백자꽃은 그 자체의 아슬아슬한 무게균형으로 흔들린다. 그녀는 흙이 가지고 있는 물성物性 중에 깨지고 쉽고 예민한 부분을 끌어내고, 어떠한 과장이나 과잉은 배제한 가장 간결한 방법으로 표현한다. 이장주입이나 가압성형이 아닌 틀성형을 이용, 미묘하게 같은 형태가 되지않는 도자기의 성질에 의해 자연계의 꽃과 같은 다양성을 가진 형태가 만들어 졌고, 백토 위에 알루미나라는 이용제를 사용하기 때문에 그 잔재로 은분을 덮은 듯 보이는 표면은 달과 같은 미묘한 음영을 가지고 있다. 예전 작품에서도 달이나 우주에서 얻은 모티브들은 빠짐없이 등장하였는데, 「달의 흔적」이나 「우주의 길」 등이란 제목으로 마치 하늘에 올라가는 듯한 부유감과 달의 차갑게 빛나는 표정을 표현한 작품들이었다. 전시장 바닥 하얀 모래 위에 한들한들 움직이는 꽃들은 마치 달표면 위의 꽃밭에 와있는 기분을 만들기도 하고, 달의 푸른빛만이 도달한 꽃무리를 보고 있는 것 같은  환상적인 광경을 만들어 내었다.

                                                                                 글 / 이진숙 / 한향림갤러리 큐레이터

 

하타 준코  통인화랑 : 2007.8.8-8.21


온갖 소재가 갖추어져있는 현대에 도예라는 방법을 택한 젊은 작가의 대부분이, 흙의 매력에 꽉 잡혀버린듯 흠뻑 사로잡히고 말았음을 이야기한다. 하타는 흙에서도 특히 흙의 투과성의 매력을 손꼽는다. 작품 중에는 조명기구처럼 자토를 극히 얇게 하여 전등 같은 것을 내장하여 흙 표면을 투과하여 보여주는 것도 있다. 플라스틱이나 아크릴에는 없는 흙 표면의 부드럽고 따뜻함이 있는 빛이 새어나온다. 하타는 투과성을 연구하는 동안 자신이 원하는 얇음과 가벼움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광경의 출현으로 일순 우리들은 그것이 흙인지 도자기인지 묻는 것도 잊은채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글 / 홍다혜 / 통인화랑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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