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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8월호 | 전시리뷰단신 ]

전시리뷰
  • 편집부
  • 등록 2007-09-06 14:00:19
  • 수정 2024-07-02 17:3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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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무애逍遙無碍의 기품
이기호

글  최인철 경일대학교 공예디자인과 교수

공예갤러리 나눔:2007. 6. 6 -  6.12

최근 국내의 뜻있는 작가들에 의해 공예의 본질에 대한 회귀와 전통성의 회복, 주창하는 실용주의는 어느 때 보다도 공감과 설득력을 지니면서 분야에서 일로一路 확산되고 있는 현상은 고무적이다. 이것은 모더니즘의 반성과 대응이라는 미술계의 시대적인 조류와 오랜 시간 동안 논쟁되어 온 실용과 비실용의 이념적 분쟁의 종말을 뜻하는 현상일까. 한 때, 공예의 개념마저 정립하지 못하고 온전한 자리매김을 하지 못한 채, 부유하는 활동으로 인정받으면서 장르의 독립성을 확보할 수 없을 정도로 국내의 중요한 공모전에서 조차 소멸 직전의 위기를 겪는 불운을 맞이하기도 하였다. 이것은 자율을 상실한 근대사의 상황 속에서 대두된 산업사회, 시장체제의 전환과 공업제품에 대한 물신주의, 오류 되어 온 미술공예, 교육현장의 획일성, 그리고 맹목성의 탈 기능적 현상, 객관성 없는 명분에 매몰되어 시대의 변화와 추이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갈등과 좌절을 겪으면서 나타난 누적되어 온 문제로 기인된다. 따라서 우리의 근대사는 정체성 확립과 위상의 정착을 위하여 노력하여 왔던 시기로 요약된다.
모두冒頭의 주장은 공예의 역할을 증대시키는 방법으로써 중요한 논거가 된다. 공예가 삶과 분리되고, 대중적 문화와 대립되는 상황에서 시급히 일탈하여야만 한다. 이것은 바로 공예가 박제화 된 미로부터 탈출하는 일이며, 살아있는 아름다움으로 공예가 일상의 생활양식을 변화 시키고, 사고를 지속적으로 도출해내는 역할을 수행하여 대중과 함께하고 수요를 창출하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기호의 근작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소요무애의 기질이 작품에 유감없이 나타나고 있다. 그는 졸업 후, 줄곧 그릇의 작업에 매진하여 왔다. 누가 공예를 일컬어 천공개물이라고 하였던가. 그리고 공예가를 일컬어 천직이라 하였던가. 하늘의 뜻에 의하여 만들어진, 그리고 하늘의 뜻으로 이 길을 택하였던가. 작가의 지나온 삶의 모습을 설명하는 가장 적절한 표현이 될 것이다. 거리낌 없는 자유분방한 작업정신과 일관된 자세, 소탈한 인격과 혜안의 지혜 이 모두가 이를 가능케 할 수 있었으리라. 이번 <찻 자리> 전을 마련한 그의 그릇 속에는 신록이 있으며 녹음의 그늘을 발견할 수 있어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휴식이 가능 하다. 시냇물 소리가 들리고, 지나가는 길 맑은 연못에는 고기들이 한가롭고, 녹음 속에서 들려오는 청명한 새소리가 있다. 가림 없는 재료의 선택과 분방한 조형 ,과유불급過猶不及을 의식한 절제된 장식, 무유기법과 신명난 화염이 남긴 유희의 흔적과 장작 가마의 요변, 제작과정에서 나타난 활달한 손놀림으로 완성된 그릇의 자태는 도예의 역사를 거슬리듯 선사의 원시성이 배어 있다. 문득 필자는 누군가가 행다 문화를 일컬어 “차 이파리 우려먹는데 왜 이리 시끄러우냐?”고 한 말이 생각난다. 행다의 과정이 지나치게 형식적인 것을 탓하는 말일게다. 작가는 모든 것을 상황에 따라 대응 한다는 자신감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지만 겸손과 쑥스러움이 확연하다. 그의 그릇을 보고 있노라면 그는 “이파리 우려낸 차를 마시는데 뭐 그리 야단스럽게 그릇을 만들어야 하는가?” 라고 반문하고 있다.

 

Netting Clay 도자 옷 입기를 통한 자아 찾기

김진경

글  김진아 홍익대학교 미술비평 박사과정
서울 갤러리 아트사이드:2007. 6. 27 -  7. 3

이번 전시는 김진경이 수년째 고집하는 유닛Unit작업의 연장선상에 있으면서도 작품의 주제로 선택한 ‘옷衣’에 대해서는 좀 더 집약적이고 심화된 내용적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김진경의 작업은 백색의 소지를 유닛화하여 구리선으로 엮어 형태를 만드는 형식이다. 유닛의 배열은 작가의 감정에 따라 얼마든지 변형이 가능하지만 그것을 구리선으로 하나하나 엮기 위해서는 치밀한 계획이 서있어야 한다. 따라서 김진경의 경우, 옷이라는 최종적인 형태를 제작하기 위해 유닛의 제작단계에서부터 계산된 형태와 구조를 염두에 두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녀가 발표한 대부분의 옷들은 실제로 입을 수 없다. 물론 작품의 재료에서 기인하는 불편함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입는다는 기능보다는 옷 자체가 지닌 의미에 중점을 두어 제작한 조형작품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그녀의 옷에서 기능성은 배제되어 있었다고 해도 좋을 듯싶다. 하지만 작가는 반복적이고 지루한 수작업을 통하여 지극히 공예적으로 보이는 이 옷들의 기능을 상실케 함으로써 현대공예가 가지는 이분법적인 모습 중에서도 순수예술 지향적 측면을 관객들에게 제시하였던 것이다. 따라서 김진경의 유닛을 일일이 손으로 엮어 만드는 노동집약적인 프로세스는 현대공예에 있어 순수예술조형의 반어법적인 표현이며 작가의 의식적인 노력의 결과인 것이다.
이브가 에덴의 동산에서 원죄를 지은 이래 신체의 일부를 가리고 몸을 보호하며 계급 또는 신분을 표현하기 위한 1차적인 수단으로 옷이 이용되었던 것처럼 작가는 주로 옷을 통해 자신의 개인적인 취향과 보편적인 성향을 1차적으로 표현하곤 했었다. 이번 전시에서도 작가는 옷을 통해 관객들에게 접근하였다. 그러나 그 옷들이 주는 분위기는 앞서 발표한 작품들과는 다소 다르게 느껴진다. 외형적으로 느껴지는 정돈된 포름 외에도 전시장 벽에 붙여진 몇 장의 몽환적인 사진들이 그 변화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토라는 질료를 다루는 작가에게 있어서 입을 수 없는 도자 옷이라는 것은 공예 혹은 옷의 기능성에 대한 간과로 간주되었고 그것이 결국에는 자신의 작업에 대한 정체성의 고민으로까지 이어졌을 것이다. 따라서 작가는 분위기를 바꿔가며 도자 옷을 입는 시도를 통하여 관객들에게 사진과 같이 전시된 실제의 옷들이 단순한 순수예술 조형물이 아닌 ‘입는다’는 기능을 가진 공예품의 또 다른 형태임을 말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다시 말해 작품의 외형적인 형태는 여전히 순수예술 지향적이지만 그녀의 조형 이념은 지극히 공예적인 것에 기인하고 있다는 것을 도자 옷 입기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입기 위하여 무게를 줄이고 유닛의 결합에 더 치밀한 계획을 세우며 그에 상응하는 노동력을 들였을 그녀의 작품들이 사진에 의한 시각적인 연출로 제시된 것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작가의 순수예술 지향적 성향이 아직 진하게 남아있는 상황에서 사진이라는 기록물의 제시는 다소 약해보이는 시도가 아니었나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은 것이라 할지라도 새로운 시도는 언제나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김진경의 도자 옷 입기는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일관적으로 탐구하면서도 단순한 프로세스를 인내하고 극복한 작가의 새로운 시도이며, 현대공예 속에서 부유하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화가가 빚는 집
김덕기
글  이진숙 한향림갤러리 큐레이터
한향림갤러리:2007. 6. 30 -  7. 30

이번 한향림갤러리 기획초대전 <김덕기&세라믹ㆍ도자기로 만든 집>은 회화작업의 연장선상으로 자신의 일상적인 삶의 이야기들을 장지와 닥지가 아닌 도자오브제들을 통해 집중적으로 보여준 전시였다. 그가 즐겨하던 작업 중의 하나는 도자기 작업이다. 집을 그리는 대신 흙으로 집을 짓고 그 위에 작가 특유의 천진한 어법으로 집 안 풍경을 그리기도 하고 다양한 크기의 나무들, 조그만 개집까지 빚어 작은 마을을 만든다. 사실 김덕기는 도예가가 아닌 화가이다.
김덕기는 1993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였고 1998년 덕원갤러리에서의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13회의 개인전과 단체전 및 국내외 아트페어에서 주목받는 작가이다. 현재는 보성고등학교 미술교사로도 재직 중이며, 2001년에는 언론사 기자들이 추천하는 ‘올해의 추천 작가’에 선정된 바 있다. 특히 고향 여주와의 인연은 도자라는 새로운 매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를 마련함과 동시에 캔버스가 아닌 도자기 위에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전통적인 기법, 즉 회화라는 매체가 반드시 물감과 종이를 통해서만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한 이번 전시의 테마는 바로 <집>이다.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만든다는 개념으로 회화를 추구하는 작가에게 도자기라는 매체Medium는 친근한 소재이자 작업의 일환이다.
고화도 안료로 그려진 도판들은 회화의 조형요소들을 통합적으로 자유롭게 혼용한 평면화된 영역의 캔버스가 된다. 이렇게 완성된 도자기의 형태들은 마치 변형된 캔버스Shaped Canvas처럼 그 자체가 하나의 오브제로 취급되어 작품을 무게 있는 조형적 가치로 이끈다.
도자오브제 제작방식에 있어서도 유화물감 쓰듯 화면에 안료를 덧칠하는 기법들은 마치 판화의 잉크처럼 끈적거리는 퇴묵을 넓은 붓으로 종이를 쓸 듯 전체적으로 바르고, 그 위에 안료를 덧 입히는 새로운 접근방식으로 완성된다. 이같은 제작기법의 실험은 마치 동양화의 여백이 주는 절제된 미美와 비움과 채움의 공간, 즉 한지와 먹을 중심으로 하는 다분히 한국화적인 바탕에서 출발하였음을 엿볼 수 있다. 또한 기형의 독특한 형태감과 화려한 색채의 붓자국들은 캔버스의 경계를 넘어 오브제 조각으로 완성된다.
어떤 예술작품이든지 그 안에는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담겨져 있으며, 그 의도를 작가 나름의 다양한 방식으로 관람자에게 전달한다. 특히 흙으로 만든 도자오브제들은 시각적 언어를 통해 주변에서 익숙한 경험들을 전달하는 매개체가 된다.
‘도자기로 만든 집’의 오브제들 속에 전개되는 자신의 일상, 시간, 인생, 사랑 등의 시각적 네러티브는 다양한 형태의 도자기 위에 시원한 필치로 휘갈겨진 듯 무한한 공간 속으로 연장될 것 같은 여운을 남긴다. 화가인 김덕기는 도자 매체에 대한 진지한 탐구정신을 기반으로 장르적인 영역을 가볍게 흔들고, 즐겁고 경쾌한 일상과 엄숙한 미학의 경계선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행복한 아티스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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