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많은 소상공인이 어려움을 겪고 국내 산업 생태계의 생산성이 약화하였다지만, 미술과 공예계는 호황이었다. 프리즈frize 열풍이 불었고 키아프KIAF까지 열풍에 편승하며 「코로나 속 미술시장 호황」, 「화랑가 뜨거운 세일」, 「불붙은 경매 시장」, 「아트페어 속 오픈런」, 「완판, 완판, 미술시장 미쳤다」 란 기사 타이틀이 지면을 장식했다. 매우 뜨겁게 달궈져 있던 미술시장 분위기는 최근 숨 고르기를 하는 모양새다. 몇 년간 한국미술 대가들의 작품 가격이 크게 치솟았고, 젊은 작가들의 작품가도 덩달아 상승했다. 최근 미술시장을 주도하던 젊은 MZ세대의 미술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지면서 향후 미술시장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그에 비해 최근 한국 공예계의 분위기와 시장 형편은 아직 훈훈한 편이다. 오랫동안 현대미술에 비해 낮은 위계 즉,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 작가 대우, 작품에 대한 미적 가치 평가절하를 오랫동안 불편부당한 것으로 생각했던 공예인들일수록, 지금의 공예계를 보는 사회 안팎의 관심, 공예계 안팎의 고조된 분위기는 그저 감개무량하고 희망차다. 전통, 현대, 디자인 가릴 것 없이 공예가 붙으면 블루칩이요, 프리패스다.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어야 한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밀물의 증거로 잇따른 로에베LOEWE 재단 공예상의 한국 작가 수상 및 입상 결과를 논한다. 2022년부터 예올과 샤넬이 함께 하는 ‘올해의 장인, 올해의 젊은 공예인’ 프로젝트 등 해외 유명 명품회사들의 한국 공예에 대한 후원과 협업 제의 등의 사례도 제시한다. 최근에는 게임 회사인 넥슨과 국가유산진흥원이 손을 맞잡고 ‘게임과 공예의 만남’을 표방하며 종로구 덕수궁에서 < 보더리스-크래프트판>전을 열기도 했다. 지난해 12 월 초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4공예트렌드페어>도 ‘일상명품’을 표방하며 장을 열었다. ‘자연의 선 線, 마음의 선禪’을 주제로 한 기획전을 열고 여러 기관과 기업들의 다양한 프로모션을 유치했다.
이처럼 다수 공예 관련 기관, 작가, 공예갤러리 및 편집숍이 하나같이 국제경쟁력을 갖추는 한국 공예의 글로벌화를 목표로 한다. 기관, 기업 등이 앞다투어 공예작가들을 필두로 매년 밀라노디자인비엔날레, 프랑스 파리 메종&오브제, 영국 콜렉트 등을 무대로 K- 공예의 해외 진출과 몸값 올리기를 도모한다. 이를 통로로 많은 해외 수출 실적이 발생했고 해외 시장에서 비즈니스 파트너를 찾은 작가들도 생겨났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최근 명품을 표방하는 한국공예 작가 및 디자인 컨설턴트, 기획자들이 참조하고 제시하는 모델은 전통이다. 최근 한국공예 표현에는 브랜드 및 제품 컨셉을 비롯해 형태, 색, 재료와 기법의 사용에서 한국미에 기인하거나 참조한 것이 많다. 이 현상은 몇 년 전부터 MZ세대들을 중심으로 전통이 즐거운 놀거리, 먹거리 등 시대 유행이 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공예계에서 활동하는 50대 이상 중견 공예가들에게 전통은 서구 미술에 준해 증명할 수 있는 본인과 작업 정체성을 입증하는 일, 혹은 작업의 원천으로서 무한한 아카이브에 가깝다. 그러나 최근 한국 공예의 분위기, 시장을 주도하는 젊은 MZ공예가들은 전통문화에 대한 애정을 표하면서도 전통을 언제든 자기 감각과 취향에 따라 변형, 재창조 가능한 즐거운 놀이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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