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예술, 그리고 유리공예
‘유리glass’를 정의하는 가장 특징적인 속성은 바로 ‘비결정성 고체Noncrystalline solid’, 물리적으로 표현하자면 물질을 이루는 원자들이 무질서하게 있는 고체 상태를 말한다. 5,000년 전 가 나안 지역의 페니키아인들이 모래에서 야영을 하다 우연히 유리 만드는 기술을 발견했을 때부터 유리 제조 기술은 그 도시의 산업 과 경제, 기술의 발달 정도와 궤를 같이하여 왔다. 유리를 얼마나 잘 정교하게 만드냐, 색을 예쁘게 입히느냐 등의 기술은 그 도시 나 국가가 지닌 경제 규모, 과학 기술의 수준을 가늠하는 기준이 었고, 다른 나라에 유출되어서는 안되는 고급 기술이기도 했다. 유리는 다른 공예 장르와 달리 재료를 다루는 제조과정부터 확연 한 차이가 있다. 우선 유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고가의 시설과 장비가 필요하다. 유리 원료의 배합, 용융(녹임), 성형, 서냉이라는 네 번의 과정을 위한 고온의 용해로와 글로리홀, 그리고 서냉로 등은 한 개인이 갖추기에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또한 제조 방식이 상당히 노동 집약적이고 협동적인데, 1,000℃가 넘는 용해로 가까이에 거대한 유리의 원료를 넣고 성형하여 다시 녹이고 블로잉을 반복하는 과정은 결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고된 작업이다.
유리를 제조하는 능력은 크게 19세기 산업혁명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산업혁명 이전에는 주로 길드나 공방을 통해 도제식으로만 전수되었다. 그러다 19세기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공장과 기계가 유리 생산을 대신하고 자연스럽게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유리의 사용이 대중화된다. 이 시기 영국 대박람회의 유리로 만든 수정궁The Crystal Palace의 등장과 아르누보ArtNouveau의 유행, 뛰어난 아르누보 디자이너들의 출현은 도제식 유리 공정 대신 디자이너의 손과 숙련된 기술자가 함께하는 공장으로 유리 생산 방식이 변화하는 계기가 된다. 또한 동시에 뛰어난 디자이너들이 만든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 모자이크, 유리 보석 들은 예술로서의 현대 유리가 등장하는 발판이 되기도 한다.
그러다 1960년대 미국을 중심으로 일어난 스튜 디오 글라스 운동Studio Glass Movement은 옛 도제식과 같은 소규모 스튜디오에서의 유리 제작을 실험하며 현대 유리 예술의 탄생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당시 미국 위스콘신대학의 도예과 교수 하비 리틀톤Harvey Littleton은 예술 재료로서의 유리실험 워크숍, 프로그램 등을 열어 유리에 대한 다양한 실험을 가능케 한다. 그리고 그의 뒤를 이어 데일 치훌리Dale Chihuly가 본격적으로 소규모 유리 스튜디오 방식을 체계화하면서 작가들 2~4명이 모여 유리를 직접 만들고 유리 예술작품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특히, 치훌리가 필척 유리 학교Pilchuck glass school에 정착시킨 유리 레지던스 프로그램은 공예가들은 물론, 예술 전 분야의 작가들이 유리를 직접 다룰 수 있게 해줌으로써, 많은 현대 유리 예술가들이 배출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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