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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6월호 | 칼럼/학술 ]

[소소담화30] 지금 미술 현장에서 가장 뜨거운 키워드, '여성' 그리고 '공예'
  • 홍지수 공예평론, 미술학박사, 크래프트믹스 대표
  • 등록 2024-07-02 13:05:59
  • 수정 2024-07-09 17:5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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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베니스 비엔날레 키워드는 ‘여성·몸·마이너리티’였다. 3년 만에야 막을 올린 제59회 베니스 비엔날레는 개막 전부터 ‘여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본 전시엔 총 58개국 작가 213명이 참여했으며, 이 중 여성 작가가 188명에 달했다. 베니스 비엔날레 127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작가가 남성 작가 수를 앞질렀다. 베니스 비엔날레가 아니더라도 이미 ‘여성’이라는 키워드는 현대미술계의 키워드였다. 동시대 미술의 지금을 이야기하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비엔날레는 그것을 미국관 시몬 리와 영국관 소냐 보이스 두 흑인 여성 예술가에게 올해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주고, 평생공로상 역시 카타리나 프리치, 세실리아 비쿠냐 등 두 여성 작가에게 돌리며 확인시켜 주었을 뿐이다.

4월 개막한 2024 베니스 비엔날레의 키워드는 원주민, 토착문화였다. 국가관으로는 호주가, 작품으로는 뉴질랜드 마오리족 출신의 여성 작가 4명으로 구성된 예술가 집단 마타오 컬렉티브Mataccho Collective의 「타카파우」가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이후 나라를 자유롭게 오가며 ‘이방인’으로서의 자아를 가지고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들 그리고 오랫동안 순수미술에 비해 마이너리티로 취급, 폄하 받았던 매체들의 부상을 예견할 수 있다. 마타오 컬렉티브는 마오리족 전통 직조 기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아르세날레 전시장 초입에 공간을 가로지르는 대형 격자무늬 작업을 설치했다. 마타오 컬렉티브의 수상으로 현대 미술로서 섬유미술, 수공을 바탕으로 한 공예 그리고 여성 공예가들의 활동이 현대미술에서 주목받을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미술에서는 ‘여성’ 그리고 ‘공예’가 언제쯤 중심 키워드로 부상할까. 한국미술평론가협회에서 기획, 출판한 『한국현대미술가 100인』에는 100인 중 여성 작가가 단 12명에 불과하다. 여성 작가의 수가 적어서일까? 아니면 여성 작가들의 작업이 남성 작가들에 비해 좋지 않아서일까? ‘한국 현대미술사에 여성도 남성만큼이나 상당히 많이 있었다’는 사실을 굳이 환기할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수많은 여성들이 시도했던 조형성과 분위기, 기법의 성취, 그들의 태도와 언어는 심도 있는 평가를 받거나 조명 받은 적이 없다. 대부분 여성 작가들은 자신의 작업이나 평가를 여성주의 의식의 유무와는 관계 없다고 말한다. 차라리 생물학적 차이나 페미니즘의 차원에서 전시를 기획하고 의미 부여하려는 구태의연한 시도를 거부하며 제대로 된 학술적 시도와 전시 기획의 부재를 안타까워한다. 

한국 공예에서 여성 작가들에 대한 학술 시도 및 성과가 부재한 것은 근본적으로 공예의 학술적 접근에 대한 이해와 환경이 부족한 것이 근본적 이유다. 그러나 미미한 성과들마저도 아카데미에 안착한 남성 작가들과 순수 미술전공 남성 이론가들이 시도했기 때문에, 여성 공예가들의 작품과 활동에 대한 평가나 연구는 더욱 불모지에 오래 방치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1950년대 말부터 다시 시작한 한국공예의 궤적이 약 70여 년이 넘고 있다. 기존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해 2000년대 이후로는 공예 관 련 미술관, 기관이 많이 설립되었다. 민간이 주도하는 여러 기획 활동과 프로젝트 등에서 여성 작가들의 활동과 작품 세계를 내세운 기획 과 연구, 학술회의, 출판 등을 목격한 예가 드물다. 수십 년 한국공예사의 궤적 속에 어떤 여성 작가들이 있었고 어떤 개인, 단체 활동들을 펼쳤는지, 독자적인 조형세계의 특징은 무엇이며, 그들이 지향하고 성취하고자 했던 바가 무엇이었는지 살펴보고 연구해야 한국 공예의 실체와 정체성이 온전히 이해된다.

벌써 1980년대 아카데미의 전성기에 대학에서 배출하고 수십 년 활동해 온, 한국 현대 공예사에서 활동을 필히 기억하고 평가해야 할 2~3세대 여성 공예 작가들의 나이가 6~70세를 훌쩍 넘었다. 한국공예 1세대부터 최근 MZ세대 여성 작가까지 그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한 인간이자 작가로서 고비를 넘고 새로운 조형예술을 시도해 왔다. 여성이며, 누이이자 언 니이고, 아내이고, 어머니, 할머니로 살아온 자들이 표현한 조형의 세계, 특히 공예의 방법으 로 보고 표현해야 할 무엇이 반드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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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4년 6월호를 참조 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과월호 PDF를 다운로드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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