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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5월호 | 전시토픽 ]

그래! 이제, 포스트 마더니즘으로
  • 박기열 엑스퍼트 컨설팅 Art & Edu Center 소장
  • 등록 2024-06-04 13:5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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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여섯 명의 도예가, 나정희, 박선영, 유은혜, 진혜주, 박수진, 박수진(XYZ스튜디오)이 형성한 도예가모임 ‘마더니즘’이 두 번째 전시 <오! 마이 키퍼Oh! My Keeper>를 열었다. 마더니즘은 엄마를 뜻하는 영어 Mother에 특성을 나타내는 접미사 -ism가 합성된 단어로, 어떤 ‘-주의’ 또는 주장을 더한다기보단 도예가로서의 자아를 돌아볼 여유가 생긴 이들의 공통분모를 상징한다. 를 그룹전의 명칭으로 선보였는데, 주부의 영어 표현인 하우스키퍼에서, 나 자신을 지킨다는 이중적 의미이기도 하다. 결혼과 육아로 잠시 손 놓았던 도예작업들, 시간이 지나 다시금 흙과 접촉으로 생성된 감각과 시각을 펼쳐낸 ‘마더니즘’의 두 번째 전시 리뷰를 지면에 담았다.



뭐라도 해볼까?

살면서 한 번도 만능이었던 적 없던 내가 의사도 됐다가 변호사나 탐정이 되어야 하는 K-엄마로 산다는 건, 실제 나의 능력치와 해내야 하는 현실 사이의 엄청난 괴리를 매 순간 느끼게 되는, 이중적 모순과의 역설적인 합의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한때는 꿈과 작품이 곧 나였던 시절도 있었다. 어느새 자식과 남편이 그 자리를 차지했지만 거기에도 내 역할은 있으니 나쁘지 않은 것이라 여기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보람과 긍지로만 살기에는 내 속의 내가 여전히 팔딱거린다. 오랜 시간 예술을 공부하고 심지어 작가였던 내가 어쩌다 엄마로 살았고 문득 정신을 차려 보니 지금의 난 아무도, 누구도 아니다.



작가의 삶은 예술과 분리될 수 없다고? 

그렇게 나불거린 인간은 분명 하루 세끼 아이들 밥을 차려내거나 속옷 빨래, 양말 빨래 번갈아가며 세탁기를 돌려본 적 없는 사람일 것이다. 대체 누가 예술은 작가의 현실을 반영해야 하는 거라고 했던가? 끊이질 않는 집안일, 숨돌릴 틈 없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엄마의 삶을 살다 보면 직장을 다니며 고정적인 수입을 벌어 오는 남편의 일보다 가치 없게 느껴지는 예술의 위치를 문득 깨닫게 되고 한때, 나의 전부였던 예술은 현실의 반영이 아니라 현실을 망각해야만 곁에 둘 수 있는 취미로 전락해 버리고 만다. 엄마란 단지 인간이 겪는 육체적 노화와 정신적 성숙의 개념 위에서 그냥 자연스럽게 부여받는 자격이 아니라 내 몸을 찢고 부수고 태워야 가능한 자리라는 걸, 아이를 받아 들고 처음 느껴보는 경이로움도 잠깐, 아이를 안은 팔이 저려올 때마다 나의 꿈과 현실을 맞바꾼 자리였다는 걸 깨닫고 나서는 무섭고 서러워서 한참을 울었다. 하지만 나를 위한 이성보다 아이를 위한 본능이 앞설 수밖 에 없게 된 엄마의 시간을 맞이한 지금, 그때의 힘든 기억을 굳이 떠올리지 말자. 지금껏 제대로 꿈 한번 펼쳐본 적 없는 나지만 누군가의 우주가 되어야 한다는 한 가지 사실에만 집중해 보자.


우리가 다시 만난 날

어느 시절, 함께 공부하고 작업했던 우리가 서로 사는 모양과 색은 달라도 엄마로서의 고민은 다 거기서 거기인가보다. 예술에 관계된 뭐라도 해볼까 싶어 만났지만 아무 결론 없이 결국 아이들 얘기로 끝을 맺는다.

자자. 집중.

우리가 가족과 분리될 수 없다면 우리의 역할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면 어떨까? 흙이라는 버거운 재료로 힘들게 작업해 왔던 우리라면 가사나 육아와 같은 노동의 예술적 측면 또한 관찰할 수 있지 않을까? 마더Mother. 무겁지만 거역할 수 없는, 자랑스럽지만 내 몸에 다 담기 어려운 엄마라는 역할 안에서 우리의 현실과 고민을 작품으로 표현해 보는 거야.

그래! 마더니즘Mothernism!



-------------이하 생략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4년 5월호를 참조 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 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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