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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10월호 | 특집 ]

[특집 I] 도자비엔날레, 협력과 변화를 잇는 예술의 미래를 그리다_ 임미선 예술감독 인터뷰
  • 차윤하 기자
  • 등록 2024-11-11 11:5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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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12회를 맞이한 경기도자비엔날레는 그 어느 때보다도 현실과 맞닿은 메시지를 전하며, 예술을 통해 변화와 공존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투게더’라는 주제 아래, 예술이 단순히 관람의 대상에 그치지 않고,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변화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음을 제안하는 이번 비엔날레. 

전시, 학술, 퍼포먼스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이 행사를 통해 우리는 협력과 공존의 새로운 가능성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임미선 예술감독은 전문큐레이터로서 오랜 시간 공공의 영역에서 일해왔으며, 이번 주제를 선정한 이유는 현대 사회에서 협력과 갈등의 문제를 다루고자 했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도의 도자재단이 직면한 지역 간 경쟁과 시기질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정한 협력의 방법을 고민해보고자 했다. 이는 이천, 여주, 광주 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거시적으로는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국제적인 갈등, 그리고 한국 내부의 정치적 갈등까지 아우르는 주제로 확장된다. 임감독은 단순한 '말로 하는 협력'이 아닌, 다름을 존중하는 진정한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 주제는 그녀가 이전에 기획했던 전시들과도 맥을 같이하며, 이번 비엔날레를 통해 이러한 문제들을 깊이 탐구하고,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임미선 예술감독을 만나 행사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비전을 바탕으로 한 협력의 진짜 의미를 들어보았다.


임미선 예술감독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장,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공예본부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공예문화산업진흥위원회 위원, 국제도자협의회(IAC) 큐레이터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5년 한불 수교 130주년을 기념한 한국공예전 《코리아 나우》 전시감독,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한국공예전》 전시감독, 2021년 ‘청주공예비엔날레’ 예술감독 등으로 활동하는 등 20여 년간 한국 공예 및 현대 도자 분야 전문 큐레이터로 활동해왔다. 특히 지난 2013년에 열린 제7회 경기도자비엔날레에서는 총괄 큐레이터로, 2019·2021년에는 경기도자비엔날레 국제위원으로 활동했다.



경기도자비엔날레에서 '투게더'를 주제로, 

부제로는 몽테뉴의 철학적 개념을 접목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원래 작가로 활동하다가 큐레이터로 전향했어요. 그 뒤로 20년 넘게 공공기관에서 일하면서 공공선과 공공의 영역에서 예술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계속 고민해왔습니다. 특히 2013년 경기도자비엔날레에서 공동체라는 주제를 다루기 시작하면서, 예술과 전시가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죠.

그러다가 2021년,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일 때 이반 일리치의 『공생의 도구』라는 책을 바탕으로 공예비엔날레를 준비했어요. 그 연장선에서 이번에는 협력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싶었어요. 근데 제가 말하는 협력은 단순히 "같이 가자" 이런 의미가 아니에요. 근본적인 다름을 존중하는 사려 깊은 협력을 말하고 싶었어요. 보통 협력하면 그냥 서로 손잡고 함께 간다 이렇게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진정한 협력은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봐요.

그래서 이번에 ‘몽테뉴의 고양이’라는 부제를 붙였어요. 몽테뉴는 16세기 프랑스 철학자인데, 그가 한 말 중에 “내가 고양이랑 놀고 있는 건지, 고양이가 나랑 놀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는 표현이 있어요. 이게 참 재밌는 말인데, 동상이몽, 그러니까 서로 다른 관점에서 같은 일을 보고 있다는 걸 잘 표현한 거죠. 제가 이걸 통해 말하고 싶었던 건, 사려 깊은 배려와 다름에 대한 존중이 없는 협력은 그저 말뿐이라는 거예요. 진정한 협력은 서로의 차이를 인정 하고, 그 다름을 존중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들을 바탕으로 이번 비엔날레에서 협력의 진짜 의미를 한번 깊이 있게 탐구해보려고 해요.


이번 비엔날레를 통해 관람자들이 협력의 기술을 회복하고 일상에서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이 전시는 관람자들이 일상 속에서 협력의 기술을 회복하고, 이를 통해 삶의 양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실마리를 제공해요. 전시를 통해 놀이와 의례의 중요성을 다시 깨닫고, 자신과의 화해와 타인과의 협력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죠. 이를 통해 관람자들이 일상적인 회복을 이루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관람자들은 전시를 통해 거창한 국가적 차원이 아닌, 개인의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방법들을 찾을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도자기라는 매체는 그 자체로 우리의 일상적인 삶과 깊이 연결되어 있어요. 우리가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그런 소소한 일상이 바로 도자기를 통해 나타나는 협력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죠. 나아가 자신을 돌아보고 대접하는 시간, 즉 차 한 잔 마시기, 명상, 요가, 산책과 같은 일상적인 행위도 저는 놀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소소한 일상의 행위가 바로 협력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봐요.

협력은 단순히 남과의 관계뿐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화해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해요. 관람자들은 이 전시를 통해 자신을 인정하고 돌보는 것이 협력의 첫걸음이라는 걸 깨닫게 될 거예요. 그리고 이러한 깨달음은 일상에서 작은 변화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 자신을 돌보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되면서 삶의 양식을 바꾸는 계기를 얻게 될 거라 믿고요.


협력과 공동체 회복을 중심으로, 참여형 전시와 경험 중심의 예술을 강조했습니다. 

예술 감독으로서 지향하는 경험적 예술 공간은 어떤 것인가요?

리처드 세넷은 그의 책 『투게더』에서 협력의 기술을 배우는 방법으로 놀이와 의례를 제안해요. 협력의 기술이라는 건 사실 우리 어린 시절, 놀이터나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함께 놀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익히는 것들이죠. 의례란, 예를 들면 우리가 함께 식사하거나 결혼식 같은 행사에 같이 참여하는 것처럼, 사람들이 함께 모여 교류하는 자리예요. 예전에는 관혼상제처럼 이런 의례가 많았지만, 요즘은 점점 사라지고 있어요.

우리가 잃어버린 협력의 기술을 회복하는 방법은 그리 거창하지 않아요. 단순히 친구나 가족과 마주 앉아 차 한 잔을 마시며 안부를 묻고, 때로는 집으로 초대해서 함께 식사하는 그런 일들 이죠. 그런 작은 일들이 바로 협력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해요.

전시회도 이런 놀이와 의례의 일환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전시는 단순히 보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고, 관람객들이 직접 참여해서 작가가 의도한 것을 구현해보고,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죠. 저는 이런 과정이 잃어버린 협력의 기술을 회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거라고 생각해요. 결국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는 것이 협력의 본질이니까요.

현대사회는 특히 분노와 스트레스가 많아요. 그래서 별것 아닌 일에도 다투거나 갈등이 생기곤 하죠. 제 생각에, 우리에게는 이런 감정들을 차분히 정리하고 다시 생각해볼 여유가 부족해진 것 같아요. 여유를 갖고 대화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것이 중요한 이유죠. 그래서 저는 이런 부분들을 전시에도 담으려고 했어요.

이번 전시의 3부에서는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 퍼포먼스가 열리는데, 관람객들이 음악을 들으며 함께 차를 마시는 행위를 경험할 수 있어요. 요즘 미술관에서 다도 프로그램이 많이 열리잖아요. 이런 프로그램이 단순히 차를 마시는 게 아니라, 전시에 참여하고, 함께 경험하는 일이 되는 거죠. 이런 의례와 놀이를 통해 사람들은 다시 협력의 기술을 배우고, 함께하는 법을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미래 세대에 대한 이야기를 논할 중요한 시점인데 전시에선 어떻게 풀었나요?

저는 미래에 대한 상징으로 아이들을 전시의 중요한 요소로 등장 시켰어요. 도자기라는 매체가 오랜 시간 인류와 함께 이어져 온 점에서, 앞으로 이 매체가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한 궁금증과 중요성을 늘 느끼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번 전시에서도 첫 번째 작품인 마리떼 작품부터 스킴시몬스, 켄 요네테니의 작품까지 어린 아이를 주제로 한 조형들이 많이 나와요. 이는 제가 미래 세대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거죠.

이걸 제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으면 관람객들이 알아차리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게 오히려 의도적이었어요.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이 스스로 ‘아, 여기에 그런 의도가 담겨 있구나’ 하고 느끼도록, 상상력을 자극하는 보물찾기 같은 요소를 넣었어요. 이를 통해 어른들이 미래 세대를 위해 어떤 삶의 태도를 가져야 할지 자연스럽게 생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이번 전시는 일상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담고 있어요. 많은 분들이 도자기 비엔날레에 와서 "이게 도자기야?"라고 묻곤 하세요. 도자기를 단순히 밥그릇 같은 일차원적인 물건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인데, 저는 그런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길 바랐어요. 모든 것이 예술이고, 모든 것이 문화라는 생각을 전시 속에 담았죠. 이 전시는 대중을 위한 공공 전시인 만큼, 시민들의 일상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봤어요.

어떤 관람객은 전시를 보고 ‘이 작품이 예뻐서 집에 두고 싶다’라고 느낄 수도 있고, 또 다른 관람객은 ‘이 작품을 보니 환경 문제에 더 신경 써야겠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어떤 해석이든 다 환영이고, 모두 아름다운 것이죠. 예술과 문학은 사람들의 상상력과 감성을 자극해서 일상 속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고 생각해요.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 같은 것들을 잠시 내려놓고, 자신의 삶을 환기시키는 순간을 만들어 주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저는 다양한 해석을 정말 환영합니다.


주제전시의 작가 선정 기준이 궁금합니다.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주제에 충실한 작가들을 선정하는 데 집중 했습니다. 예술 감독이 설정한 주제를 가장 잘 반영하는 작품을 만들어낸 작가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했죠. 뿐만 아니라, 도자기가 가진 다양한 조형적 특성을 모두 담아내기 위해 역사적, 전통적 측면부터 디자인적 요소까지 폭넓게 아우르려고 했습니다. 세대의 다양성 역시 중요한 요소였고요.

특히 이번에는 아시아 작가들의 참여가 눈에 띄는데, 26명의 작가 중 15명이 아시아 작가예요. 이들은 정치적·사회적 배경 속에서 비엔날레의 주제와 밀접하게 연결된 작업을 많이 하고 있어요. 그만큼 아시아 작가들이 이번 주제에 대한 이해와 표현력이 뛰어나다고 느꼈습니다. 이전 비엔날레에서는 주로 서구의 유명 작가들이 많이 참여했는데, 저는 이번에 작가의 인지도보다는 작품의 주제 구현력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또한, 전시 구성에 있어서 신작에만 집중하지 않고, 제작 여건을 고려해 주제에 부합하는 기존 작품도 포함시켰습니다. 한국 작가들은 신작, 그리고 거리상 운송이 용이한 아시아 작가들 역시 신작을 선보였고, 그 외의 작가들은 구작 중에서 주제에 맞는 작품들을 선정해 전시를 준비했습니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4년 10월호를 참조 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 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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