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은 마음에 이르는 창문”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는 손동작이 우리 사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밝혀내고자 했다. 손은 감각을 넘어서 진실의 사유가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으며 손가락 끝의 촉감은 가치 판단의 결과를 좌우하기도 한다. 이제는 ‘사유하는 손’으로 움직이고 내적 움직임이 어떻게 비롯되는지 고민할 때이다. 이번 전시는 지난날 장인의식을 통해 자긍심을 느끼며 살아 왔던 시절을 되새기며 우리의 개념을 진지하게 질문해볼 수 있
는 계기를 만들고자 했다.
어떠한 물건을 잡기 위해 동작을 취하려면 목표를 향해 손을 뻗어야 한다. 예를 들어 컵을 잡을 때 손은 벌써 손잡이를 잡기 위한 포즈를 취한다. 벌써 신체는 감각이 전달되기도 전에 본능적으로 선행적 준비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프리헨션prehension’이라고 하는데 이는 신생아들이 매달아 놓은 노리개를 손으로 뻗어 잡으려는 동작에서도 관찰할 수 있다. 프리헨션이 언어에 미치는 영향은 철학자 토마스 홉스Thomas Hobbes가 아이들을 대상으로 했던 실험에서도 잘 드러난다.
실험에서는 암실에 생소한 물건들을 채워 넣고 아이들을 들여보낸 후 물건을 만지게 하고 밖에서 그들이 손으로 ‘봤던’ 것들이 무엇인지 말해보라고 했을 때 아이들이 밝은 공간에서 볼 수 있었을 때보다 사용하는 말이 더 예리하고 정교해진다는 것을 밝혔다. 인간은 물건을 잡을 때 미리 움직이는 프리헨션처럼 무슨 동작이든 표적을 의식하고 미리 움직이는 행위가 행동의 결과를 좌우한다. 따라서 뇌가 촉각을 통해 감각 자료를 획득하는 순간에 일어나는 현상은 ‘예상’, ‘접촉’, ‘언어인식’, ‘회상’, ‘가치’ 순으로 정리할 수 있다.
화이부동조형연구회 13인의 사유와 숙고
13인의 도예 작가들이 선보이는 작품은 이러한 행동심리학적 절차를 각자의 독해법으로 갈고 닦은 발현물이며, 독자적인 조형언어로 지문을 눌러 남기며 다양한 쟁점을 탐색한다. 김문경은 식물의 변형을 통해 삶의 허상과 실존을 담지한다. 변형된 식물을 통해 허구적 이미지를 제시하고, 일상의 모습을 의도적으로 낯설게 표현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사과를 소재로 삼아 환상적으로 때로는 현실적으로 연출해 정적인 위트의 양가적 감각을 일깨웠다.
김유주의 「Holed」는 그 앞에서 오래 머물러야 그 진가를 바로 알 수 있다. 머그컵의 형상에 얽매인 기존의 공예적 규범을 타파하고, 구멍을 뚫거나, 담소한 자국을 입혀 자신만의 사유로 재해석했다.
김지윤은 미·음·완·보微·吟·緩·步, “미세한 감정을 음미하고 들여다보면서 천천히 걸어가기”의 서사에 주목해 새로운 작업으로의 근원적 복기를 위한 비움의 여정을 내비쳤다. 작업의 반복적 행위를 통해 물질과 행위를 주제화하고, 자기 해방감을 얻으며 자연의 부분으로 귀속하고 싶은 열망을 갖게 됐다. 흙을 쌓고, 비워내면서 흑백의 단색화 너머에 깃든 시대정신과 합의를 이루는 조형언어를 목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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