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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0월호 | 칼럼 ]

[소소담화⑩] 단순함 혹은 미니멀리즘 왜 유행할까 ?
  • 홍지수 공예평론가
  • 등록 2022-12-01 17:00:21
  • 수정 2024-07-05 12: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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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담화⑩ | CRITIC IN CONVERSATION]

 

단순함 혹은 미 니 멀 리 즘  왜  유 행 할 까 ?

글. 홍지수 미술평론, 미술학 박사

 

미니멀리즘의 유행
단순함이 한국 미술, 공예, 디자인을 관통하는 유행이자 미덕으로 부상한지 몇 년이 지났다. 매해 키아프KIAF의 활황을 주도한 한국 단색화의 유행이 그렇고, 요즘 너도나도 뛰어든 달 항아리 제작과 수집 열풍이 그렇다. 공예, 디자인을 표방한 전시나 미디어 기획 기사 중에서 바우하우스 가구, 조명, 패브릭 등은 단골손님이다. 유행이 뜨고 지는 것에 가장 민감하다는 컨셉츄얼한 카페들은 비도심 넓은 땅에 대형화하며 우후죽순 난립해도 하나같이 소박함, 간결성을 콘셉트로 공간을 널찍이 비우는 것은 매한가지다. 코로나 유행으로 사람 간 접촉을 선호하지 않는 비대면 심리를 고려한 인테리어 디자인과 분위기이기도 하겠지만, 그들이 밝은 자연 신록을 커다란 창에 담아 단순한 가구 배치, 어두운 조명을 곁들여 연출해 올린 SNS피드의 해시테그는 #미니멀리즘이다. 유행에 가장 민감한 패션 분야 업체인 무신사, 29cm, W컨셉 등 플랫폼들이 올해 내건 패션 키워드도 ‘미니멀리즘’이다. 이들이 견본 삼는 르메르LEMAIRE, 마가렛 호웰MARGARET HOWELL, 스튜디오 니콜슨Studio Nicholson등의 패션 브랜드가 MZ세대 사이에서 몇 년간 꾸준히 유행하는 것을 보면, 지금 미니멀리즘의 유행은 과히 글로벌적이고, 광범위적이며, 과잉 상태가 맞는 것 같다. 

한국 공예시장의 단순함
한국 공예 상품 유행은 공예전문갤러리, 공예 편집숍을 비롯해 공예트렌드페어, 리빙디자인페어, 지역 도자기축제 등에서 가늠할 수 있다. 어느 공예숍, 전시 및 행사, 할 것 없이 단순한 디자인 제품을 만날 수 있다. 수년간 백자와 광택 없는 흑유기가 공예기工藝器의 대세였다. 여기에 단순한 형태, 3~4가지 모노톤 유약과 밋밋한 질감 처리 등을 더한 스타일도 꾸준하다. 수입그릇 시장도 몇 년 전 포트메리온Portmeirion이나 폴란드 볼레스와비에츠Boleslawiec 등의 화려한 패턴 유행이 지고 프랑스 아스트에 드 빌라트Astier de Villatte나 태국 야나칸Yarnnakarn등이 유행하는 것을 보면 단순함이 대세인 것은 확실하다. 문제는 한국 공예시장은 단순함은 젊은 작가, 중견 작가할 것 없이 품질은 차이가 있을 지언정 디자인, 품목 구성에 큰 차별점이 없다는 점이다. 페어 등에서 부스나 작가이름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은 채 상품만 보고 걸으면, 끝에는 뭔가 많이 보았는데도 그것이 그것 같기만 하다.
그렇다면 몇 년간 한국 공예를 관통하는 유행 ‘단순함’, 이 미니멀리즘적 현상은 어디에서 왔을까? 원래 단순함은 목적이 아닌 수단이었다. 단순함은 산업화와 연결되어있다. 20세기 초 바우하우스Bauhaus의 전신인 독일 공작연맹Deutscher Werkbund을 이끈 헤르만 무테지우스Hermann Muthesius는 영국에서 외교관으로 머물며 미술공예운동의 영향을 보았다. 귀국 후 영국 미술과 공예 운동의 많은 아이디어를 독일에 홍보하며 영국 중산층의 소박함과 간결성을 근대성의 한 측면으로 부각시켰다. 독일 공작연맹으로부터 바우하우스가 활동하던 시기는 빠른 시간 안에 많은 생산을 해야 했다. 르네상스 이후 형성된 길드 체제 속에서 장인들이 물건을 생산하는 방식으로는 많은 생산 수요를 따라갈 수 없고 단가를 맞출 수도 없었다. 따라서 자본가들은 산업화를 위해 기능이 없는 것-장식, 상징 등을 지우는 선택을 했다. 그것이 단순한 형태를 위한 디자인 실천, ‘기본으로 돌아가라Back to the Basic’이다. 단순한 것, 기본적인 것은 결국 저렴한 것과 연결되며 시장에서 소비자들과 이해관계를 맞출 수 있었다. 얼마전만해도, 기업들은 단순하고 기본적인 디자인을 선호하는 소비 경향은 소비자들이 고가의 제품보다 적당한 가격의 기본적, 실질적 제품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는 증거라는 시장 분석 리포트를 신뢰했다. 그러나 지금 제품의 형태와 구조가 단순하다고 해서 기본에 충실하다고, 저렴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단순함의 진실
적어도 지금 한국 예술, 공예시장의 ‘단순함’은 저렴한 가격과는 거리가 멀다. 과거 단순함은 소비와 소유의 대중화를 위한 선택이었고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이었다. 그러나 이제 ‘단순함’은 무인양품의 디렉터인 하라 켄야原研哉, Hara Kenya의 말처럼 단순함은 제품이 아닌 하나의 사상, 소비 스타일이 된 듯하다.

(··· 중략)

 

<</span>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2년 10월호를 참조바랍니다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 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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