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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3월호 | 특집 ]

[특집Ⅱ] 도구의 발전사
  • 편집부
  • 등록 2022-03-30 11:42:49
  • 수정 2022-03-30 11:4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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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Ⅱ| SPECIAL FEATURE Ⅱ]

 

도구의 발전사:

지헤를 발휘해 쓸모를 더하다

글. 송인희 충남대학교 고고학과 강사

필자 송인희는 주로 도자기에 관심을 두고
공예의 역사와 가치를 탐구한다. 이화여자대학교 미술사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고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이화여대박물관과 국립중앙박물관 등에서 연구원으로 일했고, 하버드대학교 옌칭연구소에서 방문연구원으로 지냈다. 공예 관련 각종 프로젝트들에 참여해왔고 최근에는 청주공예비엔날레,
이화여대박물관 등과 연구를 수행했다.

 

 

◦ 재료 가공하기
인간의 힘으로부터 기계의 힘으로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고운 흙에 적당한 물기를 더하고 충분한 점성이 생길 때까지 끈기 있게 반죽하는 성실한 준비가 필요하다. 흙을 다루는 준비 과정에는 원초적인 도구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쓰였다. 흙을 섞거나 거르고 치대는 고단한 과정에서 체와 방망이, 메, 삽, 가래, 밀대와 같은 도구들은 인간의 손과 발을 도와 효율을 더했다.

기본 도구들이 제몫을 다하는 와중에, 더 많은 재료를 더 빠르게 가공할 수 있는 기계식 도구들도 발달했다. 수력이나 풍력으로부터 증기기관을 거쳐 전기에너지에 이르기까지, 동력의 진화는 기계의 활용을 촉진했다. 기계 동력으로 커다란 통을 강하게 회전시켜 흙을 고르거나, 진공상태로 흙을 누르며 반죽하고, 흙덩이를 일정한 압력으로 밀어내는 등의 작업이 자동화되면서 재료 가공 과정에서 인간의 수고는 줄고 속도와 편리함은 높아졌다.

 

◦ 형태 만들기
물레 위에서 물레 밖으로

(c)한국도자재단 경기공예창작지원센터

흙덩이로 형태를 이루어내는 일은 손으로 빚어 만드는 방식에서 비롯되었고, 바퀴 또는 바퀴에 연결된 판을 돌려 힘을 얻는 물레가 활용되면서부터 전문적인 기술의 영역으로 진입했다.
물레는 먼저 판 위에 흙 반죽을 길게 만들어 쌓아 올리고 천천히 돌려가며 안팎을 두드려 펴거나 표면을 문질러 모양을 갖추게 하는 정도로 쓰이다가, 점차 물레의 회전력과 손의 힘으로 흙덩이에서 직접 형태를 이루어내는 방식으로 발달했다. 물레의 사용이 능숙해질수록 부드러운 곡선과 균일한 두께, 매끄러운 표면을 가진 도자기의 제작이 가능해졌고, 물레 위에서 자유자재로 손을 움직여 반죽을 다룰 수 있는 장인의 솜씨는 품질 좋은 도자기를 위한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손이나 발로 물레의 회전력과 속도를 제어해 원하는 형태를 만들기 위해서는 노련한 기술이 필요했고, 장인의 경험과 기량은 오랫동안 도자기의 완성도를 좌우했다.
18세기 이후 도자기 제작에 증기기관이 도입되면서 생산 방식에 획기적인 변화가 생겨났다. 증기기관은 피로나 자연환경에 좌우되지 않고 강한 동력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었으므로 원료를 대량으로 분쇄하고 섞는 작업에 유용했을 뿐 아니라, 물레의 활용에도 유리했다. 인간의 손이나 발로 힘껏 회전시키기 않더라도 페달을 밟는 정도의 간단한 동작을 통해 물레의 구동이 가능해졌고, 회전판 위에서의 작업은 한층 편리해졌다. 기계 동력으로 회전하는 물레는 판에 틀을 올리고 위에서 기계적인 압력을 더해 그릇의 형태를 만드는 장치로 이어지며 활용도가 늘어났다. 일정한 모양을 얻기 위해 도자기의 전체 또는 일부를 틀로 찍는 방식은 일찍부터 이용되었지만, 근대기를 거치며 자동 회전하는 물레와 압력기가 결합하면서 대량 생산 방식으로 정착했다. 이와 함께, 대규모 공장들에서는 물레를 쓰지 않는 틀 성형 방식도 도입되었다. 금속기의 거푸집과 같이, 바탕흙을 액화해 틀 안에 주입하는 슬립캐스팅Slip Casting 방식이 활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물레를 구동하거나 흙 반죽을 다루는 능력에 관계없이 미리 마련된 틀에 배합된 원료를 붓는 것으로 성형 과정을 간소화했고, 표준화된 도자기의 대량 제작에 기여했다.
오늘날, 흙으로 형태를 만드는 방법은 더 다양해졌고 물레의 작동이나 틀의 사용 없이도 가능한 단계에 이르렀다. 디지털 도면에 따라 형상을 자동으로 이루어내는 3D 프린터처럼, 이제 도자기의 제작은 물레를 돌리고 틀로 찍어내는 손의 기술 뿐 아니라, 인간의 상상이 기계로 즉각 구현되는 새로운 기술의 영역으로도 나아가고 있다.

 

◦ 장식하기
특별한 소수를 위한 무늬에서 모두의 무늬로

 

도자기에 장식하는 방법은 무늬를 깎거나 새기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 기본이었다. 장식을 통해 도자기의 가치를 높이게 되면서 기법의 효율을 도모하는 노력도 나타났고, 무늬를 일일이 새기는 대신 도장이나 틀과 같은 도구를 반복 사용하는 방법이 채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무늬를 새기거나 찍어내더라도 흙 반죽을 알맞은 힘으로 누르기 위해서는 숙련이 필요하다. 그림을 그리는 장식은 손이나 붓으로 비교적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지만, 완성도에는 무늬를 그리는 화공 또는 장인의 묘사력이 영향을 주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높은 수준으로 무늬를 장식하기는 쉽지 않았고, 정교하고 아름다운 무늬의 도자기는 오랫동안 특별하게 여겨졌다. 근대기에는 산업화된 대량 생산 체제가 본격화되면서 도자기를 장식하는 과정에도 좀 더 쉽고 빠르게 많은 양을 작업할 수 있는 방법이 모색되었다. 이러한 방편의 하나로 도입된 스텐실은 무늬를 뚫은 원본을 그릇 표면에 대고 구멍을 통해 안료를 묻히는 기법으로, 직물의 염색이나 목칠공예 등에서 활용되던 것이다. 스텐실은 원본 도안의 제작에 정교한 솜씨가 필요할 수 있지만, 완성된 도안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실제 장식 공정은 안료를 바르는 정도로 완료되므로 편리한 방식이었다.
18세기 후반부터 도입된 전사Transfer Printing 기법은 인쇄 기술을 활용해
장식의 부담을 혁신적으로 줄여주었다. 기본 방식은 인쇄기로 무늬를 찍어낸 뒤 인쇄한 종이를 그릇에 대고 문지르거나 부착해 그릇에 무늬를 옮기는 것으로, 인쇄를 반복하면 똑같은 무늬를 얼마든지 얻을 수 있었다. 전사 기법을 통해 도자기의 장식은 무늬의 제작과 인쇄, 부착으로 단계가 나뉘었고, 무늬를 고안하고 구성하는 디자인 과정이 중요해지는 한편, 장식의 실제 작업은 인쇄지를 그릇에 붙이는 정도로 간단해졌다. 19세기 이후 전사 기법은 기계식 동력을 통한 인쇄술의 발달과 함께 확산되었고, 장식 도자기의 대중화를 실현했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2년 3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 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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