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서울공예박물관 공예작품 설치 프로젝트
Objects 9
글. 홍지수 미술학박사, 미술평론 사진. 편집부
서울공예박물관이 7월 14일 문을 연다. 서울공 예박물관은 개관에 즈음하여 6월 18일 미디어 를 대상으로 <Objects 9>을 선 공개했다. 익 히 알려졌다시피, 서울공예박물관은 기존 건물 을 부수고 새로운 건축물을 세우는 대신 구)풍 문여고 건물 5개동을 리모델링하는 ‘의미 있는 지속’을 선택했다. <Objects 9>은 리모델링을 마친 서울공예박물관의 내외부에 매체가 다른 공예가 9명의 작품을 설치하는 일종의 공공 프 로젝트이자 전시로, 박물관 기획과 운영을 시 험하는 트라이얼trial성격이 짙다. 오랫동안 많은 공예인들이 서울공예박물관의 개관을 기 다려왔다. 이를 감안할 때, 이번 프로젝트는 박 물관이 처음으로 자기 정체성과 공예를 바라보 는 시각을 밝히는 기회이고 오랫동안 개관을 기다려온 공예 그리고 예술계에 건네는 첫 인 사라 할 것이다. 외부인들은 이를 보며 향후 박 물관이 추진할 기획과 운영의 방향성을 대략적 으로나마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
서울공예박물관은 <Objects 9>의 작 가/작품을 지명공모 방식으로 선정했다. 2019년 공고 이후 작가추천위원회가 3 배수, 27인(팀)를 추천했고 작가들이 제 출한 제안을 시민 선호도, 가격, 실행 여 부, 작품성 등을 기준으로 심사하여 총 9점의 작품을 선정했다. 서울공예박물관 은 지정공모 방식을 선택함으로써, 대부 분 공공 미술관 및 박물관들이 공공성과 대중성 못지않게 중시하는 공정성, 정당 성을 확보했다. 더불어 평소 빈약한 예산 으로는 확보하기 어려운 한국 공예가들 의 수준 높은 근작을 자산으로 확보함으 로써 서울공예박물관의 품격과 권위를 높 이는데도 성공했다. 그러나 지명 공모방 식은 처음부터 작가 선정과 제안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라인, 한계를 둔 셈이어서 <Objects 9>의 작가/작품이 개관을 앞 둔 박물관에 관심을 집중시킬만한 핫한 이슈를 부른다던지 혹은 사회나 예술/공 예계를 향한 모험적이고 실험적인 시도를 주저하게 할 우려가 있었음은 이 방식의 선택 이후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장일단 이었을 것이다.
선정 작가들은 강석영(도자), 김익영(도 자), 김헌철(유리), 박원민(레진), 이강효 (도자), 이재순(돌), 이헌정(도자), 최병 훈(돌·나무), 한창균(대나무) 총 9명이다. 선정 작가의 면면을 보면, 공예계 원로부 터 비교적 젊은 중진까지 세대 구성이 다 양하다. 앞서 언급했듯, <Objects 9> 이 서울공예박물관의 첫 기획이라는 점 을 감안하면 이번 프로젝트가 공예의 다 종다양한 매체, 기법, 작가 등을 아우르지 못한 점은 못내 아쉽다. 또한, 세계 공예 의 흐름에서 공예와 관련된 다양한 장소 를 재발견, 재탐색하는 장소특수성이 활 발히 논의되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이번 <Objects 9>에서 볼 수 없다는 점도 아 쉽다. 그러나 본 프로젝트는 단순히 소장 품 확충이나 이슈몰이를 위한 목적이 아 니라, 기존 건물을 새로운 용도로 리모델 링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발생 혹은 채워 야 할 공간 그리고 운영에 필요한 시설물을 가장 공예적인 방식으로 채우고 실천 하기 위한 첫 시도였음을 감안해야 한다. 향후 이 프로젝트가 시간을 두고 진화, 확 장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이를 이해 못 할 것도 아니다. 작품 설치 장소가 미술관 내부 뿐 아니라 계절과 날씨 등 변화를 견 뎌야하는 외부까지 광범위하고 사용자와 의 빈번한 마찰이나 사용감을 견디고 안 전을 보장해야하는 만큼, 선정 작품에는 공간의 층고나 면적에 압도되지 않으면서 도 제 역할과 존재감을 온전히 충족할 크 기와 규모, 견고한 재질과 기법, 파손이나 훼손 시 후처리 가능 여부 등의 조건이 당 연히 요구되었을 것이다. 즉, 건축과의 관 계, 공공미술로서 자질을 조건으로 적용 하다보니 공공미술로의 확장성, 제작 경 험이 많은 작가/매체들이 공모에 강점을 보인 것으로 판단한다.
9개 작품들은 건축물의 내외부 각자 있어 야할 자리에 위치했다. 작가들은 제안 당 시부터 안내데스크, 샹들리에, 테이블, 벤 치, 야외 스툴, 수납함 등 명확한 기능성 을 주문 받았고 심미성과 장소에 대한 이 해를 더해 작품을 제작, 설치하였다. 그 러나 그들은 기능에만 종속되지 않고 건 축이 존재하고 만든 조건들-예를 들면, 빛, 동선 등-과 반응하며 자기 목소리, 아 우라, 분위기를 낸다. 아홉 작품은 자연 혹은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한 국 미술의 특징을 계승하듯 자기 목소리 와 존재를 오롯이 드러내기보다 주변 환 경 혹은 시공된 건축, 그리고 사람과의 조 화로움과 편의를 우선하는 공통점이 있 다. 강석영은 직물관의 외벽에 도벽을 시 공하면서 그동안 구축한 스타일을 고집 하기보다 전통 도자의 3대장大將인 청자, 분청, 백자를 직물 짜듯 이어 완성했다.1 작은 정자 하나, 수변 풍경을 조성할 때도 인위적인 행위가 만들 변화가 주변 환경 을 해치지 않도록 단순함과 자연스러움 을 우선시했던 선인들의 자세를 그의 도벽이 존중, 계승하고 있다. <Objects 9> 의 의의는 김익영, 이재순, 한창균의 작업 에서도 돋보인다. 백자와 면치기로 대변 되는 김익영 특유의 모던한 조형언어는 <Objects 9>을 계기로 오방색과 오각 주상절기 닮은 자연 물상이 결합한 새로 운 스타일로 발전했다. 평소 전통 건축에 어울릴법한 석조각을 작업하던 이재순 역 시 과거 나라의 큰 부름에 공인工人들이 공물과 재주를 공납했듯 팔도를 대표하 는 돌을 수선하고 재질의 특성을 살려 주 변 건축과 자연 환경에 어울릴 그리고 그 것에 걸터앉을 사람들이 편안해할 형태를 제작했다. 그는 이번 작업을 위해 오랫동 안 해왔던 일의 방식과 형태의 관습을 바 꿨다.
.
.
.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1년 7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