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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10월호 | 뉴스단신 ]

동양의 옷, 서양의 옷
  • 편집부
  • 등록 2020-11-11 10:3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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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옷, 서양의 옷
글. 김동현 테일러, 프리랜서 에디터 사진. Matt Jung Jin Choi

바야흐로 가을이다. 런던에도 더위가 가시고 스산한 바람이 부는 계절이 찾아왔다.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 오는 길은 오후 여섯시에도 햇살이 눈부시고, 나무의 녹음 사이로 선선한 가을바람이 전해진다. 공원의 나무들은 천천히 색이 바래져 가는 잎사귀들을 떨구며 그 빈자리에 풍경을 채워 넣는다. 또 다른 쪽에는 낮 동안의 햇볕을 받은 빨갛고 하얀 꽃들이 이제야 더운 숨을 내쉬며 가을 초입 런던 풍경의 빈 곳을 채운다. 여름날이 끝나가는 쓸쓸하고 스산한 계절을 표현하는 이국의 풍경은 우리 것과는 비슷하지만 또 다른 감흥을 준다. 아름다운 정경을 바라보는 인간의 심리 상태가 예술과 문명을 만들어온 동기였다면 이들과 내가 자란 곳의 예술이 달라진 것은 자연을 바라보고 감흥을 느끼는 태도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미술, 건축, 복식 등의 문명을 동과 서로 나눈 것은 상반된 자연환경을 대한 사람들의 방식이었다. 서양 문명은 거칠고 험준한 자연을 극복해야 할 과제로 여겼다. 인간과 인간이 연대해 자연에 도전하고, 투쟁하고 성취해야 그들의 삶이 윤택해졌다. 또한 자연의 특성을 완성된것 으로 여기고 인간의 방식으로 알맞게 사용하는 것이 자연을 대하는 태도다. 조금 전까지 본 공원의 정원수와 분수, 인공 못과 주변을 둘러싼 벤치는 모두 자연의 일부를 인간 중심으로 가공한 서양 문명의 예시다. 입는 방식에서 그들이 도전해야 하는 자연은 인간이 창조하지 않은 인체다. 자연의 특성에 영감받아 신체를 덮는 새로운 조 형을 만드는 일이 서양 의복의 출발이었다.

이와는 반대로 황하에서 기원한 동양 문명은 자연에 대한 관점이 서양과는 다르다. 강의 범람으로 비옥해진 토지 위에 온화한 기온과 고른 강수로 자연은 그들에게 축복이자 찬미의 대상이었다. 자연은 사시사철 바뀌며 인간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며 인간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닮으려 애썼다. 유불선을 토대로 한 동양 철학의 기본 가 치는 자연의 본성에서 영감을 받고 자연처럼 살고자 하는 실천 방법이었다. 입는 방식에서 인체는 자연의 일부이며 의복은 순간의 추위를 막고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최대한 가공되지 않은 형태를 만드는 일이었다. 서양 옷에는 자연에서 받은 인체를 재해석해 새로운 조형을 창조하려는 의욕이 보인다. 인간의 옷은 인체를 보 조하는 도구이며 이 도구를 인간 중심으로 편리하게 만드는 데 의복의 의의가 있기 때문이다.

인체 위에 새로운 조형을 창조하는 것이 그들 옷의 관점이라면 그것은 형태가 있어야 한다. 조형의 첫 번째 요소인 형태는 ‘면과 덩어리’로 설명될 수 있다. 토르소를 만드는 서양 의복은 옷에 형태를 구성하기 위해 양감을 도입했다. 평면인 원 에 다트를 적용해 원뿔을 만드는 원리처럼 인체의 튀어 나온 부분과 움푹 팬 부분을 옷감의 절개로 해결했다. 앞 으로 휘어진 소매를 만들고 허리와 엉덩이를 매끈하게 감싸는 패턴은 다트를 이용한 시도였다. 원단에 절개를 줘서 요철을 생성하고 굴곡을 만드는 다트 이론이 발달 한 것은 의복에 형태를 구성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하지 만 평면적인 다트 이론으로는 덩어리를 만들기에 부족했다. 단지 면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조형을 이룰 수 없기 때 문이다. 형태감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선에서 면을 이루고 면과 면이 만나는 곳에 충실하게 채워 넣을 무언가가 필요했다. 원단 안에 심지가 채워지고 내부에는 안감이 여러 층으로 구성된 옷을 만드는 것이 인체에 형태와 양 감을 입히는 새로운 조형이었다. 그 관점으로 이어온 비스포크 양복은 어떻게 하면 인체를 알맞게 감싸되 주름 없이 매끄러운 옷을 만들기 위한 기술의 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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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0년 10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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