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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10월호 | 전시리뷰 ]

<녹색 유약, 녹유綠釉>
  • 편집부
  • 등록 2020-11-05 12:32:43
  • 수정 2020-11-05 12:3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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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빛, 녹유를 만나다
<녹색 유약, 녹유綠釉>

글. 송현경 국립익산박물관 학예연구사 사진제공. 국립익산박물관 문화재단

2020.8.4~11.22
국립익산박물관
전북 익산시 금마면 미륵사지로 362
T. 063.830.0900 H. iksan.museum.go.kr

백제 무왕 대(재위 600~641)에 창건된 익산 미륵사에서 백제 왕궁 관련 유적에서도 볼 수 없었던 녹유綠釉를 입힌 기와가 발견되었다. ‘녹유’란 토기나 도기 표면에 녹색과 청색을 내는 데에 사용하는 유약을 말한다. 중국 한나라 때 처음 만들어졌으며, 반짝반짝 빛난다고 하여 ‘유리琉璃’라고도 불렸다. 국내에서는 삼국시대부터 생산해 사용하였는데, 이는 우리나라에서 제작한 첫 유약이다. 삼국시대 녹유는 국내에서 생산된 첫 번째 유약 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익산 미륵사가 처음으로 녹유 기와로 장식한 곳이라는 점에서 ‘녹유’는 미륵사지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주제이다. 이번 특별전은 국내 고대 녹유 문화재를 한자리에 모은 최초의 전시로, 우리나라 첫 녹유 기와인 미륵사지 녹유 서까래 막새의 전모를 처음으로 공개 하여 더욱 주목된다. 전시는 「미륵사지 출토 녹유 서까래 막새綠釉椽木瓦」를 비롯해 「녹유 뼈항아리綠釉骨壺, 국보 제125호 」, 「녹유 잔과 잔받침綠釉托盞, 보물 제453호 」, 「사천왕사 지 녹유 신장상」 등 총 177건 2,007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크게 네 가지 주제로 구성된다. 제1부 ‘녹유, 미륵 사를 물들이다’에서는 우리나라 첫 번째 녹유 기와인 「미륵사지 녹유 서까래 막새」의 위용을 소개한다. 서까래 막새는 빗물이 들이쳐서 서까래가 썩는 것을 막고 서까래를 장식하기 위해 사용했다. 미륵사지는 다른 기와가 아닌 서까래 막새에만 유약을 발라 지붕을 장식한 점이 특징적이다. 이 기와는 연꽃 모양인데, 7개의 연꽃잎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꽃잎 안쪽에는 인동초 자엽으로 장식되어 있다. 막새의 테두리에는 거치문과 둥근 점문을 연속 배치되어 있다. 문양이 있는 막새 앞면과 테두리에 유약이 발라져 있다. 이 녹유 기와는 다른 곳에서는 찾아 볼 수 없고 미륵사지에서만 발견되며, 미륵사만을 위해 제작한 것으로 추측된다.

녹유 기와는 주로 왕궁과 왕실 관련 사찰의 주요 건축물에 올려진다. 반면 미륵사에서는 녹유를 바른 서까래 막새가 대부분의 건물지에서 출토되어, 불교사원의 주요 건물인 금당과 목탑 뿐 아니라 대부분의 건물을 녹유 기와로 장식했음을 알 수 있다. 백제 사비도성인 부여지역의 왕궁관련 유적과 백제의 또 다른 왕궁인 익산 왕궁리 유적에서는 녹유 기와가 전혀 확인되지 않는다. 즉, 백제는 왕궁에도 사용하지 않은 녹유 기와를 미륵사의 지붕을 장식하는 데 사용했다. 이는 백제 최대 불교사원이었 던 익산 미륵사의 높은 위상을 짐작게 한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미륵사지 출토 기와들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이다.
제2부 ‘녹유, 불국토를 장엄하다’에서는 고대 불교사원에서 사용했던 녹유문화재들을 전시한다. 이 주제에서는 백제와 신라 불교사원 속 다양한 녹유가 갖는 의미를 알아본다. 불교사원에서는 녹유 기와를 비롯해 녹유 소조상, 녹유 그릇받침, 녹유 전돌 등 다양한 녹유문화재가 확인된다. 불교경전에서는 부처의 정토세계를 ‘유리로 된 땅’이라 묘사하였는데, 불교사원을 빛나는 녹유로 장식한 것은 곧 부처의 정토세계를 구현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특히 물결 모양 녹유 전돌은 7세기 후반 창건된 사천왕사지와 감은사지에서만 출토된 매우 특징적인 유물 이다. 일반적인 방형이 아니라 위아래 모서리가 곡선 처리되어 여러 장을 연결해 배치하면 물결치는 모습을 표 현할 수 있다. 이와 유사한 예를 일본 호류지法隆寺에 전하는 타치바나 부인 주자橘夫人廚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주자 안에는 삼존불을 모셨는데, 여래와 보살은 물결 무늬를 새긴 바닥면에서 솟아오른 연꽃 위에 앉아있다. 이는 서방 극락정토의 연지蓮池 위에 계신 아미타삼존을 표현한 것으로, 신라의 사찰터에서 발견된 물결 모양 전 돌은 부처의 정토세계를 사찰 전각 내부에 표현하기 위한 건축부재였을것으로 추정된다.
제3부 ‘녹유, 권위와 부의 상징이 되다’는 녹유 그릇과 기와가 출토된 유적의 성격을 통해 소비계층을 살펴보는 주제이다. 녹유기와를 포함해 녹유를 입힌 물건들은 불교사원 이외에 백제와 신라의 왕경인 부여와 경주를 중 심으로 확인되며 지방 산성과 분묘 등에서도 출토된다. 부여와 경주의 출토량이 많으며 특히 백제 왕궁 관련 유 적인 부여 부소산성, 관북리와 쌍북리 일대, 화지산유적, 그리고 신라 왕궁 관련 유적인 월성, 동궁과 월지에서 녹유 그릇이 다양한 모습으로 확인된다. 화장묘가 유행하 는 7세기 이후부터는 경주를 중심으로 녹유 도기로 전용 뼈항아리를 만들어 사용하기도 하였다. 지방에서는 분묘 유적을 중심으로 녹유가 확인되는데, 무덤의 크기와 함 께 나온 유물 등으로 보아 피장자의 위계가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녹유로 물들인 다양한 전시품을 통해 당시 지배계층들이 향유했던 고급문화의 양상과 함께 지방 녹유 의 의미를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제4부 ‘우리나라 첫 번째 유약을 만들다’에서는 녹유의 성분과 제작기법에 대해 알아본다. 녹유는 납 鉛, Pb 성분으로 인해 700~800℃의 낮은 온도에서 녹는 유약으로, 유약의 주성분이면서 용융제인 납에 주목해 ‘연유鉛釉’라고도 한다. 백제와 신라 유적에서 출토되는 기물의 유약 색깔이 녹색을 띠는 경우가 많아, 흔히 ‘녹유 綠釉’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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