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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9월호 | 뉴스단신 ]

언컨텍트 시대에 공예전시를 온라인으로 즐기는 방법
  • 편집부
  • 등록 2020-10-08 18:56:23
  • 수정 2020-10-08 18:5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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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컨텍트 시대에 공예 전시를
온라인으로 즐기는 방법
글. 서민경
공예·디자인 칼럼니스트

‘방구석 여행자’라는 표현이 있다. 소설가 김영하는 『여행의 이유』 2019에서 영어 표현인 ‘Armchair traveler(암체어 트래블러)’를 ‘방구석 여행자’로 번역해서 소개한다. 암 체어는 보통 팔걸이가 달린 푹신한 소파를 말한다. 여기에 몸을 비스듬히 걸친 채로 TV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 곳곳을 누비며 그곳을 다 안다고 섣부르게 자만하는 이들을 표현하는 말이다. 콜린 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비단 TV 뿐 아니라 여행 관련 웹사이트나 서적을 탐독하는 이들까지 여기에 포함된다. 그런데 2020년 들어 우리는 모두 비자발적 방구석 여행자가 됐다. 코로나19 때문이다. 여름 휴가 계획은 모조리 취소되었고 아쉬운 대로 유튜브로 여행 콘텐츠를 찾아보며 마음을 달래고 있다. 그 때문인지 소셜 미디어에서는 과거 휴양지에서 찍은 사진과 함께 #추억여행 이나 #추억소환 등의 해시태그가 달린 포스팅이 범람한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을 갑작스럽게 바꿔놓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는 사람들간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언컨텍트 시대로 접어들게 했다. 각종 모임이나 문화 행사가 연달아 취소되면서 미술관과 공연장, 도서관과 같은 대중시설도 문을 닫아야 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가장 피해를 입은 이들은 작가들이다. 예정되어 있는 전시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대중들과 만나기 위해 땀 흘려 준비했던 작품들도 갈 곳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에 미술관들은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전시를 소개하거나 온라인 컨퍼런스를 개최하는 한편, VR기술을 활용한 온라인 전시 공간을 구축하느라 여념이 없다.
지난 6월 22일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국립현대미술관 주최 ‘코로나 시대의 미술관’ 온라인 좌담회에서 전승보 광주시립미술관장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했을 때 전 세계적으로 미술관 온라인 방문객의 수가 최대 500% 증가했다고 언급했다. 그에 따르면, 광주시립미술관 웹사이트 방문률을 비교했을 때, 지난 1월에는 일일 평균 접속 자 500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전파되면서 사회적 격리가 시작된 5월 무렵에는 일일 2천500 명이 평균적으로 접속했다. 마찬가지로 루브르 미술관의 경우도 일일 접속자 4만명에서 40만명으로 무려 10배나 증가했다. 코로나 이전에는 이용자들이 미술관 웹사이트 에 접속해 미술관의 운영 시간을 체크하거나 현재 어떤 전시가 진행 중인지 정보를 얻어가는 수준에 그쳤다면, 이제는 온라인을 통해 전시를 관람하는 디지털 미술관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1989년 컴퓨터 과학자 팀 버너스리Tim Berners-Lee는 월드 와이드 웹 WWW 을 개발했다. 링크를 클릭하면 다른 페이지로 연결되는 하이퍼 텍스트 개념은 당시만 하더라도 혁신적인 발상이었다. 90년대 중반을 전후하여 미술관들은 텍스트에 기반한 홈페이지 구축을 시작했는데 그 중 선구적인 사례로 이야기되는 것이 1994년 프랑스 에콜 폴리테크니크에서 과학을 공부하던 당시 학생 신 분의 니콜라스 피오치Nicolas Pioch가 개발한 ‘웹루브르 WebLouvre ’이다. 이 웹사이트는 문화 콘텐츠를 모두에게 개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주요 화가들의 작품에 대한 정보와 고화질 이미지를 누구나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이미지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희박했기 때문에 벌어질 수 있었던 일이었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안 루브르 박물관 측의 요청으로 이 웹사이트는 웹뮤지엄WebMuseum으로 명칭을 변경했고 신규 정 보 업데이트는 멈춘 상태이지만 현재까지 접속은 가능하 다.ibiblio.org/wm/
한국에서는 1984년 PC 통신 서비스가 시작됐고, 1990년 중반 무렵부터 가정용 PC가 보급되면서 인터넷이 대중화 되었다. 2000년대 정보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각종 기관과 기업은 물론, 미술관도 홈페이지를 구축하는데 힘썼다. 특히 2009년 애플 아이폰이 국내에 상륙하면서 모바일 웹과 어플리케이션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이에 오디오 가이드를 제공하는 대신 뮤지엄 어플리케이션 을 다운 받아 스마트폰으로 작품 해설을 듣는 서비스가 대림미술관을 중심으로 운영되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소셜 미디어를 매개로 한 대중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해짐에 따라 미술관은 자체 계정을 개설, 각종 전시와 이벤트 관련 뉴스를 홍보하는 채널로 활용해왔다. 그러나 웹사이트나 소셜 미디어는 전시나 프로그램을 알리고 오프라인 방문을 유도하는 게시물 형태의 정보 제공에 지나지 않았다. 최근까지도 디지털 콘텐츠는 어디까지나 물리적인 공간에서 열리는 전시라는 실체를 연결하는 부수적인 기능을 수행했다.


국공립미술관을 제외하고는 개별 소장품에 대한 정보를 자세하게 제공하는 미술관이나 갤러리는 찾아보기 힘들다.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따라 국공립이나 사립 미술관으로 등록하려면 공간이나 인력에 대한 일정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즉, 100점 이상의 소장품, 일정 제곱미터 이상의 전시실과 수장고, 도난 방지시설, 온습도 조절장치 등을 갖추고 있는지, 그리고 한 명 이상의 학예 인력이 근무하고 있는지 등의 기준이 정해져 있는 것이다. 그러나 소장품에 대한 정보를 온라인 상에서 공개하고 있는 지 여부는 등록 자격 요건에 들어가지 않는다. 따라서 물리적인 공간, 인력, 소장품이라는 콘텐츠를 가지고 미술관이 속속 오픈하고 있으나 온라인 상 소장품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점은 연구하는 이들의 입장에서 안타까운 부분이다.
소장품 공개에 소극적인 미술관도 온라인 전시 콘텐츠 홍보에는 적극적이다. 코로나19 로 인해 미술관에서 열릴 예정인 각종 전시가 취소되면서 온라인 전시는 그 대안으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이전까지 웹사이트 개편에 소극적이었던 미술관도 변화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는 마치 각종 스마트 디바이스를 활용해 재택 근무를 할 수있는 환경이 충분히 조성 됐음에도 출퇴근 문화를 당연 시했던 보수적인 기업 문화가 코로나 19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변화를 맞이한 상황과 유사하다. 미술관 역시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온라인 플랫폼으로서 웹사이트가 아닌, 전시를 가상의 공간에서 개최하는 웹사이트를 개발 해야 하는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가상 전시가 온라인 상에서 새롭게 나타나고 있다.

2011년부터 공개된 ‘구글 아트 앤 컬처’ 서비스는 파트너쉽을 맺은 전세계 미술관을 가상으로 투어하면서 작품을 감상하는 디지털 플랫폼이다. 전 세계 2천개 이상의 미술관을 구글 아트 앤 컬처를 통해 방문할 수 있는데 한국 은 총 55개의 미술관과 비엔날레가 파트너십을 맺었다. 서울 경기권은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해 42곳, 중부권은 청주공예비엔날레를 포함 3곳, 전라권은 국립무형유산 원,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 5곳, 경상도권은 국립경주박물관 등 3곳, 제주는 2곳으로 집계 된다. ‘박물관 뷰’를 클릭하면 ‘구글 스트리트 뷰’처럼 미술관 건물을 직접 돌아다니듯이 마우스를 이용해 이리저리 시점을 변화시키면서 공간 속 작품 이미지를 감상할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 3월 웹사이트를 개편하여 전시 안내 페이지 내 VR체험관 코너를 만들었다. 이곳에서 <핀란드 디자인 10000년>전, <가야본성–칼과 현>전 등 지난 전시를 가상체험VR 콘텐츠로 감상할 수 있다. 구글 아트 앤 컬처와 유사한 방식으로 전시장 입구에서부터 마우스를 이용해 이동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 하지만 작품을 클릭하면 해당 작품에 대한 텍스트와 이미지 창이 팝업하는 기능은 구글 아트 앤 컬처보다 한발 앞섰다. 플로어 플랜으로 가고 싶은 곳을 클릭하면 곧바로 이동하고 줄자 기능을 활용해 작품의 치수를 재어볼 수 있는 기능도 추가됐다. 마치 게임 속 캐릭터가 던전을 헤매 면서 아이템을 발견하듯이 관람객들은 직접 마우스를 움직이며 전시 공간 속 작품을 클릭해 정보를 얻어가는 셈이다.

한편 지난 4월 24일부터 6월 21일까지 청주시한국공예관에서는 문화제초장 3층 갤러리6에서 열린 공예관 이전 개관전 <집들이; 공예>를 온라인으로 선보였다. 국내 외 29명 작가가 참여한 이 전시는 공예, 의, 식, 주 총 4가지 테마로 구성되었다. 온라인 전시를 위해 물리적인 전시 공간에 디스플레이된 500여개의 작품을 카메라로 촬영했다. 그리고 지도 위에서 마우스로 원하는 위치를 클릭하면 해당 장소에서 촬영한 이미지가 팝업 형식으로 뜨도록 했다. 사방으로 시점을 변화시키기도 하고 줌 기능을 통해 화면을 확대하거나 축소할 수도 있다. 이와 동시에 매주 1회 유튜브 채널을 통해 큐레이터, 도슨트, 관장의 내레이션으로 여러회에 걸쳐 각 테마 별 작품을 설명하는 영상을 업로드 했다. 유튜브 조회수는 건 당 평균 263여 명으로 파악된다. 5월부터는 정부가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코로나19 단계를 하향 조정하면서 사전 예약제로 현장을 찾은 방문객도 1600여 명에 이르렀다. 보도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 전시기간 동안 평균 300여 명이 접속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또한 국내에서 온라인 채널을 가장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는 곳 중 하나인 국립현대미술관은 2019년부터 유튜브를 통해 ‘학예사 전시투어’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를 진행해왔다. 올해 첫 전시로 덕수궁관에서 열린 <미술관에 書: 한국 근현대 서예전>은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에 따라 유튜브 라이브 영상으로 지난 3월 30일 최초 공개되었다. 1시간 30분 가량 학예사가 전시 공간 속을 거닐며 작품을 해설하는 라이브 중계에 1만 4118명이 동시 접속하여 시청함으로써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관람객과 실시간 소통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를 진행할 당시 접속한 관람객들은 학예사가 작품을 설명하는 동안 채팅 창에 본인의 감상이나 질문을 쏟아내면서 전시에 대한 의견을 주고 받았다. 이 영상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끝난 뒤 미술관 유튜브 계정을 통해 공개되었으며, 8월 말 기준 조회수가 8만6706회에 달함으로써 그 인기를 실감케 했다.

예술의 한 분야로서 서예는 특별히 대중의 관심을 모으는 소재는 아니었다. 회화나 설치에 비해 작가군이 잘 알 려지지 않기도 했고, 한자에 익숙하지 않은 대중들에게 어렵고 지루하다는 인식을 주기 때문이었다. 지난 2월 6 일 보도된 매일경제 기사 「발길 이어진 인상파 展…외면 받는 추사 김정희」에서는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모네에서 세잔까지: 예루살렘 이스라엘 박물관 인 상파와 후기 인상파 걸작전>이 당일 관람객 612명으로 북적였던 반면,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같은 기간에 열리고 있는 <추사 김정희와 청조 문인의 대화>전은 당일 50명에 불과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서예박물관 전시 는 2019년 베이징 중국국가미술관에서 하루 평균 5000 명, 총 30만명을 동원한 성공적인 전시를 그대로 가져왔 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외면받고 있음을 꼬집었다. 예술의전당 서예 전시가 대중들의 무관심 속에 3월 15일 자로 종료되었고, 그로부터 불과 보름 만에 국립현대미 술관이 주최한 서예 전시 유튜브 실시간 스트리밍 방송 에 1만명이 넘는 이들이 동시 시청했다는 사실은 실로 의미심장하다. <미술관에 書: 한국 근현대 서예전>은 캘 리그래피와 타이포그래피로 확장하는 서예의 다양한 면 모를 보여주는 탁월한 기획력을 바탕으로 유튜브를 통해 대중들과 실시간 소통하면서 서예 분야도 충분히 전시 콘텐츠로 승산이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부분은 첫째, 코로나19기간 동안 미술관들이 문을 닫으면서 대중들은 문화생활 향유에 목말라 있다는 것이다. 락다운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OTT 이용률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따라서 미술관에서 기획한 전시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소비하는 것에 높은 관심을 보인다. 여기서 중요한 지점은 전시 기획 방향 뿐만 아니라 온라인 관람객들이 전시를 어떻게 체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획도 심도 있게 고려해야 한다 는 것이다. 물리적인 공간에서 전시를 열 때 동선이 구획 되어 있지만 각자의 속도에 따라 전시를 관람하는 방식은 전부 다르다. 그러나 온라인 전시의 경우 시퀀스들이 카메라의 시선에 따라 일정하게 맞춰져 있는 관계로 앞뒤로 나아가거나 좌우를 둘러볼 수는 있어도 시점 상의 한계는 여전히 존재한다. 둘째, 대중들은 사전 촬영해서 편집된 전시 영상을 유튜브에서 시청하는 것보다 상호간 인터랙션이 가능한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관람하는 것 에 더 높은 관심을 보인다는 점이다. 여기서 ‘실시간’이라 는 용어가 가진 ‘지금, 여기’라는 대체 불가능한 체험을 대중들이 특히 선호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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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0년 9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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