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국제도예센터에서 만난 도예가들(1)
International Ceramic Center, Skæskør Denmark
글/사진 최은경 도예가
국제도예센터(International Ceramic Center)는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스켈스커(Skæskør)에 위치해있다. 필자는 Vestsjælland 시의회, Skæskør지방의회의 후원아래 덴마크도예협회 Clay Today, 덴마크 미들활트(Middlefart)에 있는 도예미술관 (Grimmerhus Ceramic Museum)과의 협력기구인 덴마크 국제도예센터에서 두 달간의 작업을 마치고 돌아왔다.
국제도예센터의 본 건물과 초빙된 작가들의 스튜디오는 거의 100년의 역사를 지닌 봉건시대 영주가 살고 있었던 고풍스런 건물이다. 15분 정도 걸어 나가면 작은 항구가 있는 유럽 그대로의 평화로운 작은 도시에 위치한 덴마크 국제도예센터에서 만난 덴마크의 도예작가들은 엄청난 작품들을 하고 있었고 그들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미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순수미술대학인 코펜하겐 왕립미술학교(Royal Academy of Art) 조소과를 졸업한 도예가 베티 잉홀름(Betty Engholm)은 60이 넘은 많은 나이에도 작가로서의 강한 에너지를 그녀의 작업실을 방문했을 때 나는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베티는 야외 설치 작품에 대한 큰 프로젝트들과 적지 않은 규모의 그녀 작업을 하면서 이제껏 전혀 조수를 채용하지 않고 스스로 그 많은 작업을 혼자의 힘으로 기계를 사용하면서 작업 해온 성실함을 갖춘 작가이다. 선반 위에 빈틈없이 채워진 소형 실험작품들과 여전히 작업대 위에 널려진 공공건물에 설치될 프로젝트들의 설계도와 드로잉 역시 베티 혼자 해내고 있었다. 그녀는 200년이 넘은 덴마크 전통 가옥에 살면서 단 하나의 기름가마를 갖고 있다. 기존의 작품들은 세계 곳곳에 이미 소장되어 더 많은 작품들이 필요한 그녀에게 나는 그녀의 나이를 염두에 두면서 조수를 채용하면 많은 작품을 만들어내는데 힘이 덜 들지 않겠냐고 물었다.
내 질문에 그녀는 “내 작업실은 공장이 아니다.”라고 서슴없이 답하며 웃어넘긴다. 조각 공원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그녀의 넓은 뜰엔 다양한 형태의 세라믹 의자들이 푹신한 느낌을 주는 쿠션을 위에 얹고 길게 늘어서 있다. 베티는 먼 거리를 운전해서 필자의 슬라이드 강의에 와주었고 유심히 필자의 작품들을 바라보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녀를 떠올리면 끊임없이 혼자 사색하고 실험하고 쉼 없이 작업에만 몰두하는 한 작가를 만나 진심으로 그 열정과 정직함에 고개 숙여지던 기억이 있다. 도예가 니나훌라(Nina Hole)는 ‘가마로서의 조각 (Sculpture Kiln)’이라는 거대한 크기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작가이다.
그녀의 작품은 ‘Nina Hole’s monu-mental fire sculptures’라는 타이틀로 이미 많은 도예전문 서적에 소개되어 왔다. 그녀는 1994년부터 도조 작품으로서 건물과 같은 형태를 세우기 위한 새로운 구조에 대한 기술과 재료들을 끊임없이 실험하면서 세계 여러 곳곳에 기념비적 도조 작품을 세우기 시작한 여류 도예가이다. 그녀는 작품제작에 있어 도조 작품이 세워질 장소에 락쿠 흙을 사용하여 4m 높이의 집 형태를 만들고 2주 동안 흙 구조물위에 내화 석면을 두르고 장작소성을 한다. 1000도가 되었을 때 내화석면을 벗겨내고 soda, 테라시질레타를 분무기에 넣고 입으로 불어 색을 내는 방법을 사용한다. 니나 훌라는 도예전공의 학위를 전혀 갖고 있지 않으면서도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공모전 심사위원으로 초빙되기도 하는 이미 세상에 널리 알려진 50이 훨씬 넘은 여류 도예가이다.
영국, 미국, 포르투갈, 캐나다, 호주, 타이완, 그리고 코펜하겐 현대미술관에 이미 그녀의 Sculpture Kiln이 세워져 있다. 올해에는 그리스와 오스트리아에 그녀의 Sculpture Kiln 프로젝트를 위해 이미 초대된 상태이다. 필자가 오래된 교회와 사원들에 관심이 많은 니나의 작업실을 방문하였을 때 니나는 조심스레 천에 덮여진 작품을 열어 보였는데 가스 가마에서 소성시 폭발을 했다는 무너져 내린 1m 높이의 집 형태 도조 작품이 있었다. 가마에서 폭발 후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집이 돼서 소성된 집 구조의 작품은 이제껏 보아온 어떤 도조 작품보다 아름다웠다. 필자를 만난 그녀는 집의 형태를 Sculpture Kiln으로 제작해 보겠다고 계획을 잡는 자신의 끊임없는 실험 정신과 철망에 흙을 발라 소성 한 큰 규모의 작업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해주었다. 한국도예가들의 작업 기법에 대한 공유가 폐쇄적인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미국 뉴욕에서 도예를 전공한 필자는 뉴욕에서 귀국 후 외국 작가들과 작업을 하기 위해 7번째의 외출을 하였는데 그때마다 작가 나름대로의 기법과 모든 정보를 서슴지 않고 교환하는 모습들을 보았었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개발한 기법에 안주하지 않으면서 이미 작품에 사용된 기법에 끊임없는 실험을 더하고, 작가혼자 움켜주고 있을 만한 것이라는 것에 가치를 두지 않기 때문이었다. 끊임없는 실험과 쉼없는 작업을 통해 기법을 개발하려는 적극성이 있어 그들의 도예는 발전하고 또 발전하는 것이 아닐까? 한국의 도예전시장에서 가끔씩 아름답게 소성된 소지나 백자 슬립이 있어 그 배합율을 작가에게 문의한 적이 몇 번 있는데 그들에겐 참으로 비밀스런 정보였는지 답을 피하는 작가들을 대하면서 그들의 모습이 오히려 자신 없어 보이는 것은 왜인지… 그렇게 좋은 작업을 세상에 내 보이면서…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