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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8월호 | 해외 ]

빛을 담고 다시 태어난 검은 도자기
  • 편집부
  • 등록 2020-06-01 17:31:41
  • 수정 2020-06-05 15:5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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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멕시코와 흙③

빛을 담고 다시 태어난 검은 도자기
멕시코 와하카 Oaxaca 주의 도자기①
글·사진.홍 은 자유기고가

멕시코 남부의 뿌에블라 주를 지나 필자의 흙 여정은 남쪽 지역으로 계속됐다. 남서부 고원지역 와하카 Oaxaca 주는   멕시코에서 원주민의 전통과 문화가 가장 진하게 남아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공식적으 로 열여섯의 부족이 살고 있으며 그들의 언어와 문화적 전통을 지키고 있다. 각 부족의 삶과 색을 담은 전통 공예 역시 다채롭게 이어지며 도예 분야에서 그 뚜렷한 특색을 지닌다.
검은 도자기의 발견
와하카 주에서 만난 도자기는 ‘검은 도자기 Barro Negro ’였다. 와하카 시 중심가에서 30 분정도 떨어진 마을 산 바 르톨로 코요테펙 San Bartolo Coyotepec , 이하 코요테펙 에서 검은 도자기를 처음 만났다.

검은 도자기는 멕시코를 대표하는 전통도자로 잘 알려져 있지만 유명세의 역사는 100 년이 채 되지 않았다.1930 년대, 와하카 주의 대표 유적지인 고대 사포텍 족의 수도였던 ‘몬떼 알반 Monte Alban ’의 발견과 함께 검은 도자기의 역사가 시작된다. 당시 유적 발굴 중 검은 도기들이 발견되었고 그 근원이 되는 마을을 찾던 중 코요테펙 마을에서 검은 토기를 오랫동안 만들어 온 것이 알려졌다.

1953 년, 발굴팀은 이 도자기에 대해 설명해줄만한 사람을 찾아 마을을 방문하게 되고 당시 마을의 여성 도 예가 도냐 로사 Doña Rosa , 1900 - 1980 의 공방에 들르게 되었다. 그녀는 전통적으로 검은 도자기를 어떻게 만드는지를 방문자들에게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이후 미국 관광객들이 멕시코의 검은 도 자기를 보기 위해 그녀의 작업실을 명소처럼 방문했다.

우연 혹은 필연으로 발견한 장식적 목적의 도자기가 발전하다보니 검은 도자기의 상징과 같은 투각 장식 기법도 함께 발전했다. 유광 검은 도자기의 유명세는 도냐 로사의 삶 뿐만 아니라 마을 전체의 삶도 바꾸었다. 지역 사람들이 소비하던 생활도자에서 벗어나 세계적으로 멕시코를 대표하는 도자기로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검은 도자기를 보고 사기 위해 마을을 찾았고 마을의 다른 공방들도 활성화되었다. 마을 광장에는 지역공방들의 작품들을 상시로 판매할 수 있는 마켓도 조성되었다. 필자가 방문했을 때는 성수기가 아니라 외부 방문객이 많지 않았지만 일상처럼 부스를 지키며 부스 안을 공방삼아 작은 기물들을 만들거나 돌로 기물을 문지르는 연마 작업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때론 어느 날 찾아온 작은 기회와 작은 발견이 삶 전 체를 바꾸기도 하죠.”

코요테펙 마을 입구부터 눈에 띄는 ‘도냐 로사 공방 Tallerde Doña Rosa ’의 푯말을 따라가보면 검은 도자기의 이야기 를 보다 자세하고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 오전이라 다소 한가한 공방에는 고 故 도냐 로사의 손자인 페르난도 Fernando 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어느 날 한 미국 방문자가 할머니의 도자기를 사겠다고 주문을 했어요. 꼭 도자기에 할머니의 사인을 해달 라고 부탁했죠. 당시 할머니는 사인이 뭔지도 몰랐어요. 글을 읽을 줄도 쓸 줄도 몰랐으니까요. 그래서 바짝 마른 기물의 표면에 물을 바르고 옆에 있던 수정돌로 슥슥 긁는 방식으로 사인을 했죠. 그때 문득 돌로 문지른 자리가 광이 나는 걸 발견했어요.”

이렇게 만들어진 광택은 평소보다 낮은 온도에서 가마문을 여는 실수에서 또 한 번의 우연으로 이어졌다. 번 조된 검은 도자기에 여전히 광택이 남아 있었던 것이 다. 도냐 로사는 뜻밖의 발견을 놓치지 않고 실험을 거 듭해 기존에는 없었던 광이 나는 검은 도자기를 만드는 기술을 완성시켰다. 은은한 광택을 담은 검은 도자 기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고 국내외적으로 유명 해지기 시작했다.

“검은 도자기는 낮은 온도에서 굽기 때문에 식기로는 사용할 수 없어요. 그래서 마을에서는 두 가지 검은 도 자기가 발전하게 되었죠. 기존의 식기로 사용하던 무 광 도자기와 장식용으로 디자인되는 유광의 검은 토기 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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