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의 두 파랑 2
Blue & Blue in Portugal 2
김선애 도예가
ⓒ 김선애
“색은 혼자 존재할 수 없다 Color cannot stand alone.” -바실리 칸딘스키 Wassily Kandinsky
1 리스본 국립타일박물관 복도장식 타일 디테일 2 리스본 국립타일박물관
3 리스본 국립타일박물관 레스토랑Ristorante Caffetteria
오늘은 파랑이 머무는 박물관에 잠시 머물러보자. 얼마 전 작업을 위해 영국과 포르투갈로 타일 리서치 를 다녀왔다. 영국에서는 북쪽의 쉬럽셔Shropshire 지방 에 있는 잭필드 타일 박물관Jakefield Tile Museum 이란 곳에, 포르투갈은 리스본 국립 타일박물관을 위주로 둘러보 았다. 영국 타일 박물관도 한적한 시골길을 따라 버스 정류장도 제대로 없는 곳에 버스 기사님의 도움을 받 아 갔는데, 리스본 타일박물관 또한 관광객의 입장에 서 찾아가기가 쉽지 않았다. 도자기 리서치 여행을 떠 날 때마다 찾기 쉽지 않은 공장, 박물관들을 떠올리며 진짜 보석들은 숨어있다고 내 마음을 다독이곤 하던 기억이 떠오른다.
리스본 국립 타일 박물관 Museu Nacional do Azulejo
리스본 국립 타일박물관은 1509년에 세워져 지금까지 의 포르투갈 타일 역사를 조목조목 볼 수 있는 곳으로, 색색의 ‘반짝이는 돌’ 아줄레주의 이야기를 보고 들을 수 있다. 유럽의 오래된 도시는 거리거리마다 살아있 는 박물관의 모습처럼 느껴지는데, 리스본 또한 28번 트램을 타고 도시 구석구석을 여행하면서 그곳의 역사 를 색으로 담은 타일을 종일 감상할 수 있다. 박물관에 들어가자마자 1층에 있는 레스토랑의 분위기 가 심상치 않다. 파란색으로 표현된 드로잉은 생선, 고 기 등이 주렁주렁 달린 유럽식 푸줏간의 모습을 보여주 는데 마치 주말 벼룩시장에 잠시 들린 기분이다. 파랑 의 그림이 아름다운 레스토랑, 카페 인테리어에 설레어 서 타일로 장식된 나만의 공간을 꿈꾸기도 한다. 국립 타일 박물관에는 도자기 평면에 담긴 당시의 종 교화, 서민풍경, 대항해 시대 포르투갈의 풍경, 패턴화 된 장식뿐만 아니라 수학 다이어그램의 타일도 발견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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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있다. 타일에 수학 이야기를 담은 사연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옛날 수학교실의 벽면에 장식되었던 것일 까. 박물관을 돌아다니면서 이러한 호기심을 불러일 으키는 작품, 유물을 발견하면 마치 내가 퍼즐 맞추기 를 하는 기분이다. 포르투갈은 역사적으로 8세기 이슬 람 세력의 침입, 그리스도교에 대한 국토회복운동 과 정에서 포르투갈 왕국이 설립되는 등 다양한 역사를 가지고 있어 이슬람, 고딕, 인도풍 등이 섞인 마누엘 양식의 독자적 르네상스 문화 또한 타일 디자인에 영 향을 미쳤다.
도예가의 입장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오래된 아줄레주 테크닉을 자세히 보여주는 글과 타일 테스 트조각들이다. 포르투갈어로 쓰여있어서 자세한 내 용은 몰라도 무엇인지 대강 짐작은 할 수 있다. 밑그림 선에 일정한 간격으로 점을 찍고 그 위에 흑연이 들어 있는추정 작은 천 주머니를 두드려서 그림이 복사되게 한다. 타일마다 일일이 그림을 그릴 필요가 없는 것이 다. 혹은, 스텐실 기법으로 패턴에 색을 입힌다. 그 위 에 칠해진 그림을 보면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열 심히 어느 공장에서 일했을 각각의 페인터들의 손맛
4 「북극의 한 섹션, 펜타곤, 피라미드 패턴이 그려있는 타일」 주석유약, 18세기 중후반, 리스본
5, 6 아줄레주 관련 리서치 사진 7 리스본 국립타일박물관 복원실 8 리스본 국립타일박물관 복도전경
9 리스본 국립타일박물관 아줄레주 타일장식
을 느낄 수 있다. 그 누군가는 이제 이 세상에 없지만, 작품은 영원히 남아 이렇게 또 한국에서 온 관람객의 마음에 감동을 주었다. 전시실 한쪽에는 타일 복원 작업실이 있다. 관람객이 들어갈 수는 없지만 유리창 너머 조금이라도 볼 수 있 게 되어있는데, 아직도 맞추지 않은 퍼즐이 담긴 상자 들이 한가득이다. 복원실 바로 밖은 분수대가 있는 정 원인데, 복도로 연결되어 있다. 이 복도도 아름다운 파랑의 색으로 이루어져 있다. 자세히 보면 금색을 떠 올리는 진한 노란색, 파랑의 조합이 아름답다. 바실리 칸딘스키는 노랑은 따스함, 매력적이고 흥미로움, 사 람들에게 불안감을 주는, 광기 등의 뜻을 지닌다고 풀 이했다. 하얀 타일에 노랑이 포인트로 들어가 있고 파 랑이 그 주위를 감싼다. 여기서 노랑은 한없이 매력적 이다. 역사 속의 타일 여행을 떠나 가장 위층으로 가면 컨템 포러리 타일 전시실이 있다. 현대미술 작가부터 리스 본의 풍경을 한눈에 담아놓은 파노라마식 타일이 인상 적이다. 도시 풍경을 보고 있자니 포르투갈 제 2의 도시인 포르 토Porto 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아줄레주 타일로 장식된 포르토의 상벤투역이 관광객에게 인기인데 실제 기차 가 다니는 역사로 지금도 사용된다. 최근 이곳의 도시 재생 디자인이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는데, 그 중심에 역시 파랑이 있다. 슬로건 없이 “Porto .” 즉 포르토라 는 글자에 마침표를 찍고 파란 타일을 모티브로 플랙 서블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플렉서블 디자인은 하나 의 아이덴티티를 고집하는 것이 아닌 다방면의 얼굴을 담는 디자인으로 이것을 전통 포르투갈 아줄레주 타일 을 이용해 풀어냈다. 1 이는 제대로 된 기획, 리서치없이는 불가능한 이야기 이다. 2000 년의 역사를 담고 있는 포르토라는 도시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데 파랑을 담은 작고 반짝거리는 돌이 그 영역을 넘어서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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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18년 4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독자는 지난호보기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