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부터 연재되는 <예비 대학 가이드>는 전국에 흩어진 각 대학 도예관련 학과들을 찾아가 교수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교육 철학과 커리큘럼, 실습시설과 프로젝트 등을 직접 듣고 소개하는 기획이다.각 대학별로 지닌 특성과 추구하는 목적별로 [작가양성], [지역문화 활성화], [디자인 개발] 등의 구분 기준을 정하고, 해당되는 대학 3~4개교를 매월선정한다. 본 기획이 미래 도예 인력 양성의 요람에대한 유용한 정보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다양한 교과목으로 진로 선택의 폭을 넓게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도자문화학과>
“우리 학교를 통해 도예를 하고자 하는 열망이 생기고, 자신에게 유리한 기술이 무엇인지를 발견해서졸업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이후에 자신의 작업성향과 맞는 곳을 찾아작가생활을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이정석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대학 도자문화학과 학과장
side A. 학과의 특성
서울과학기술대 도자문화학과는 학부의 전공과정을 단단하게 다지는 것을 목표로 한다. 도자에 대한 이해나 열망이 부재한 상태로 입학한 대부분의 학생들이 “스스로에게 기회를 줄 수 있도록”다양한 교과목을 설치해 자신에게 맞는 성향을 발견하도록 돕고있다. 특히 역량있는 학생들이 맹목적으로 대학원에 진학해 학업을 이어가기 보다 자신의 작업 성향에 맞는 곳을 찾아 자신의 ‘색’을확립하기를 권장하고 있는데, 작가로서 윤곽을 드러내는 대학원이후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도예가가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부의 교육과정은 여러 경험의 장을 마련해놓되 직접 선택해 배울 수 있도록 최소한의 조력자 역할만을 담당한다.1학기 개강시에 약 일주일간 오픈 스튜디오를 열어 현역 작가들의워크숍으로 새로운 학년을 시작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본격적인 전공 수업 전에 자극을 주기 위한 것이다.
1학년은 조형대학에 공통과목으로 설치돼 있는 사진학이나 입체평면 등의 예술교양과 전공 기초실기를 배우고 2학년이 되면 물레를 제대로 배우기 위해 12명의 소수정원으로 분반해서 수업이운영된다. 분반을 할 때 제기될 수 있는 교강사 간의 평가 편차를줄이기 위해 과제의 기준을 동일하게 정하거나 과제전을 열어 비평의 자리도 마련한다. 졸업 이후의 구체적인 진로를 모색해 볼수 있도록 기초실기 과목 외에도 여러 수업들이 열려있다. 재료학이나 도자사를 비롯한 이론 수업과 실제 도자관련 직업 현장을 체험하는 ‘지역문화탐방’ 수업, 도예를 기반으로 확장된 타분야들의 활동을 보여주는 ‘1인 창조 스튜디오’ 등이 학기 중에 개설돼 있고 계절학기에는 외부의 도자공방에서 4주 이상 수업을진행하면 학점을 받을 수 있는 현장 연계형 수업도 진행된다. 매계절마다 성격이 다른 공방을 섭외하기 때문에 판매나 홍보 등의업무나, 도예기법 실기 등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을 보강할 수 있다. 4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캡스톤’ 수업은 교수와 학생이 팀을구성해 페어에 나가거나 수업 결과물로 외부활동을 하게 되는데해당 수업은 학생에게 1년 동안 30만원의 재료비 지원을 해서 운영 능력을 평가하기도 한다.
졸업작품은 캐스팅 도자, 기능성이 있는 공예도자, 조형도자 세가지 분야별로 한 가지씩 제출한다. 2013년부터는 졸업전시장에가벽을 만들어 1인 1부스를 구성하는 것으로 전시 방식이 변경됐는데, 기존 아트페어의 상점들처럼 조명이나 전체 분위기를 학생들이 나름의 컨셉을 정해 제안하도록 함으로써 책임감있게 전시를 준비하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다. 동문전과 졸업전시를 같은 기간에 열어 선후배들이 자연스레 교류할 수 있는만남의 장을 만든 것도 이때부터다. 기법에 대한 것부터 작가 활동, 유학이나 공방운영 등 활동 분야가 각기 다른 선배들과 직접정보를 교환할 수 있도록 하고, 1년에 4회 특정분야 전문가를 초빙해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외부 종사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등 도예전공생의 진로에 대한 고민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side B. 과외 특성
+ 국내 도예과의 시설 중 한손안에 들만큼 작업에 필요한 거의 모든 설비가 갖춰져 있고 쾌적한 실기실 분위기가 유지되고 있다. 청자토(및 혼합토)와 백자토로 구분된 2개의 물레실과, CNC, 레이저컷팅, 디지털 전사기, 솔리드 캐스팅기 등 석고 제형에 필요한 시설전반과 전기/가스가마는 물론 서울에서는 드물게 장작가마를 보유하고 있어 번조기법에 대해 집중적으로 배울 수도 있다.
+ 국립 대학의 장점 중 하나인 국고지원 덕분에 장학금 등의 혜택이 많다. 국내대학에 비해 수업료가 배로 비싼 해외 자매학교 교환 프로그램에 단기 연수시 본교에 학비를 내고 가는 경우도 있다.주로 경덕진 도자대학과의 교류가활발하다. 타 문화권을 경험하고온 학생들의 작업 성과 또한 좋은편으로, 올해는 학부시절 교환학생프로그램으로 갔던 미국 미시건그랜드 밸리 주립대에 장학생으로대학원에 입학한 학생도 생겼다
+ 학과내에는 ‘various’와 ‘人밥’두 개의 동아리가 활동하고 있다.various는 도자분야만이 아닌 회화 등 타장르를 포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밥그릇만 만드는 동아리 인밥은 1만원 이하의 상품을 제작해 매년 연말 공예트렌드페어에참여하고 있다.
+ 대학원에서는 한중일 아시아 현대도예전과 홍익대, 경희대와 연합한 비평전에 2회 이상 참여를 권하고 있다. 전시경력과 공모전 입선 등의 자격심사를 통과한 이들만 청구전을 가질 수 있고, 대학원재학 기간 중 팀을 공모해 선발된한 팀에게 외부 전시를 할 수 있는 경비 100만원을 지원한다. 대학원 역시 과목수가 많아 모든 교수진의 수업을 한번씩은 수강할 수있도록 했다.
균형잡힌 작가생활을 위해 <서울대학교 디자인학부 도예전공>
“졸업작품에서 기대하는 것은 하나의 주제에 얼마나 깊은 열정을 들였는지를 보고 싶은 겁니다. 한 학생이 이것도 잘하면서 저것도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은아니라고 생각해요. 심도깊은 세계는 어떤 한가지를 스스로 파고들어갈 때보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학교는 학부에서 그런 과정을 사전에 경험하기때문에 대학원 진학률이 높습니다.”
- 황갑순 서울대학교 미술학 디자인학부 도예전공 주임교수
side A. 학과의 특성
서울대학교 디자인학부 도예전공의 입학정원은 8명이다. 학부생과 대학원생을 다 합쳐도 학과내 전체 인원이 40여명밖에 되지않기 때문에 서로를 모르기 힘든 소수정예다. 눈에 익은 소수끼리 비슷한 동선을 공유하며 하루 종일 실기실에서 마주치다보니선생님, 동기, 선후배 간의 자연스러운 교류가 만들어지면서 이학과만의 친밀한 분위기가 형성된다. 학과의 거의 모든 대소사를함께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특별한 모임에 가지 않아도 생생한정보교류를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또한 “눈을 뜨면 학교에 와서쓰러지기 전에 집에 간다”는 전공교수들이 실기실에 상주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필요할 때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스튜디오식교육이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작업적 특성이 비교적 명확한 서울대 도예과는 다른 흙에 대한사용을 제한하지는 않지만 기본적으로 ‘1280℃ 백자’라는 공통분모로 작업을 하고 있다. 전공주임 황교수는 백자 작업에 집중하는 이유로 도자가 발전해 온 일직선상의 구조를 예로 든다. 과거 도자 발전의 역사 속에서 ‘백자’의 시대로 정점을 맞이한 것은백자가 지닌 높은 수준의 장점들에 있다는 것이다. 현재 산업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흙이기 때문에 재료의 품질이 항상 유지되어 일정한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것도 백자를 고수하는 근거다.
학과에서 특히 강조하는 수업은 본격적인 전공에 진입하게 되는2학년 1학기의 물레성형이다. 본래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수업이지만 통상 저녁 늦게까지(대략 9시 전후) 진행되는 것이학과의 오랜 전통이다. 습도와 점력 등 기본적인 흙에 대한 성질을 체득함과 더불어 긴 시간 작업을 해내는 끈기를 길러 건강하게 작업하는 태도를 훈련시키겠다는 의도다. 이 수업이 중요한 것은 물레로 만든 기물들로 장식기법이나 초·재벌의 번조과정, 유약 등 도예 전반의 모든 작업환경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 시기를 잘 보내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분화되는 과목들에 자신감이 생기게 되고 작업에 재미를 붙이게 된다. 무엇보다 작업을 시작하면 실기실을 자주 찾을 수밖에 없는데 이를 통해 근면과 열정을 깨우는 것이 이 수업의 또다른 목적이다. 물레수업만큼 강조되는 것은 재료학 수업이다. 성형을 잘해도 유약을 다루는 일이 서툴면 투명유만 쓰게 되거나, 도재상의 유약만을 선택해 써야하므로 작업에 생기를 더해주는 유약개발을 위해학생들과 교수진들이 모여 해마다 수천여개의 시편을 만드는 실험과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공예론이나 도자사같은 기초 전공지식 외에 이론 수업은 근본적으로 ‘노동의 태도’에 대해 고민할수 있는 교양서로 공부한다. 육체적 노동이 반드시 수반되는 도예의 특성상 한쪽으로 균형이 기울지 않도록 철학적 사유를 내재화해 작가로서의 기본 소양을 다질 수 있는 쓰고 말하는 교육역시 중요하게 생각한다.
3학년까지는 실기를 집중적으로 배우고 4학년이 되면 개별적으로 하고 싶은 작업을 시작하게 된다. 졸업작품은 수업별로 과제를내는 것이 아니라 1년 동안 진행한 작업 중에 가장 잘 했다고 생각되는 하나의 작품만을 제출한다. 특기할만한 것은 반드시 도자작품이 아니어도 ‘맞춤형 교육’의 지향으로 학생들마다 가진 다른재능을 존중한다는 것이다. 온전히 하나의 작업에 깊이 몰두할때에 자신만의 호흡을 발견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평가의 기준은 완성한 결과물에서 작품과 학생이 나눈 교감의 깊이다. 일례로 회화작품으로 졸업한 학생이 있었으며, 건강상의 이유로 흙작업이 어려운 학생에게 가능한 다른방식의 작업으로 결과물을 만들어 낼 것을 제안했다는 것이 이 방침을 실증한다.
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대다수는 이러한 학부과정을 경험하면서 다른 밀도의 빛을 내기 시작한 이들이다. 학생과 교수는미리부터 서로를 알아보고 ‘암묵적인’ 약속으로 대학원 진학을 예고한다. 대학원 입학 후에는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근면하게 일정량의 작업을 하는 것이 기본이며, 정규과목과 수업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실제로 이러한 틀과 상관없이 작업에 대한 피드백을수시로 주고받으며 작업을 진행한다. 무조건 작업만 하는 것이아니라 논문을 쓸 때쯤에 이미 미래에 대한 계획이 준비될 수 있도록 만들자는 취지로 갤러리와 연계해 작품을 납품하거나, 도예가들에게 유용한 도구(굽칼이나 바늘)를 개발해서 판매해 수익을 올리는 등 작가로서 작업을 기반으로 삶을 운용해 가는 구체적인 법을 배우게 된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7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