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해외의 박물관-미술관 전시와 관련된 행사로 출장을 다니면서 운영이나 제도에 관해 부러움을 느끼는 곳 중의 하나가 미국의 박물관-미술관이다. 미국은 박물관-미술관을 중심으로 문화적 소사이어티가 형성되어 있으며, 자연스럽게 자본주의적인 경제적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신분이나 경제적 수준과는 상관없이 누구든 후원을 할 수 있으며 후원제도를 통해 기관운영의 일부가 되어 자연스럽게 지역 문화공간에 애착과 관심을 갖게 되고 구성원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흔히 우리가 떠올리는 미국의 박물관이나 미술관은주로 뉴욕과 동부지역 중심의 이름이 난 곳들이지만 미국에는 각 주와 도시단위로 무수히많은 박물관과 미술관이 있다. 그들의 중요한 역할은 지역문화 수준을 향상시키고 문화적활동을 활성화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그들은 지역민을 위한 전시와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있으며 그들의 스폰서인 지역민들의 삶을 풍성하게 할 싱싱한 문화적 소재를 늘 공급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을 지역사회와 공공을 위한 그들의 중요한 의무로 인식하고 있다.
각 박물관-미술관은 그들을 후원해주고 있는 이사회가 있는데 이사회는 지역사회에서 저명하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박물관-미술관을 후원해주면서 유물과 미술품 컬렉션의 수준을 높여주고 있다. 또한 정기, 비정기 모임을 통해 박물관-미술관의 행정에서부터 전시에까지 참여를 하고 있으며 운영과 역할에 대한 발전적인 방안을 모색한다. 이곳의 큐레이터는 전시를 기획하는 역할 뿐만 아니라 이사회와 교류를 통해 이들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며 효과적인 방향성을 찾아나가는 중요한 역할 또한 가지고있다.
필자가 2004년부터 한국국제교류재단에서 매년 기획해온 해외 동아시아 및 한국 미술을 연구하는 큐레이터들을 위한 세미나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면서 알게 되었던 좋은 사례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 호에 소개하고 싶은 기관은 미국 플로리다Florida주 게인즈빌Gainesville에 자리 잡고 있는 세뮤얼 P. 한Samuel P. Harn 미술관이다.
미국에 있는 많은 미술관의 명칭은 대부분 사람 이름으로 되어있는 것을 볼 수가 있는데 그것은 박물관 설립에 경제적으로 후원을 해준 사람의 이름을 빌려서 기관 명칭을 정하게되기 때문이다. 게인즈빌은 플로리다 주립대학을 중심으로 구성된 대학도시로 플로리다 주립대학은 공학대학과 농경대학으로 유명하여 미국에서 8번째로 등록률이 좋은 대학이다.
최근에는 중국과 한국의 학생들이 많이 수학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세뮤얼 P. 한 미술관은 플로리다 주립대학교에 소속되어 있는 기관으로 미국 대부분의 대학소속 기관이 그러듯이 세뮤얼 P. 한 미술관도 역시 학술적 연구가 중요한 목적이다.
세뮤얼 P. 한 미술관은 지난 2014년 10월 7일부터 2016년 7월까지 열리는 <사상 속으로 : 일본현대도예, 호로비츠 컬렉션Into the Fold:Contemporary Japanese Ceramics from the Horvitz Collection> 전시를 기획했다. 제목에 표기되어 있듯이 이번 전시는 개인 소장품에서 30명의 작가를 선정하여 20세기에서 21세기까지 전개 된 일본 현대도예의 흐름을 압축시켜서 보여주는 전시이다. 제프리 호로비츠Jeffrey Horvitz는 미국동부 지역에 저명한 사업가이며 보스턴 미술관의 이사회 중 한명이다. 그는 미술계에서 고대 유럽의 유화 컬렉터로 널리 알려졌으며 부인인 캐롤호로비츠Carol Horvitz와 함께 약 30년 전부터 일본현대도자기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개인 큐레이터를 고용하여 일본현대도자기 컬렉션을 관리하고 있을 만큼 열정을 갖고 있으며 자신들 역시도 전문가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다. 호로비츠 부부가 이렇게까지 수준 높은 일본현대도자기를 수집할 수 있었던 것은 조안 머비스Joan Mirviss라는 아트 딜러가 있었기 때문이다. 조안 머비스는 컬럼비아 대학에서 일본회화로 석사학위를 받았는데 30년 전부터 일본미술에 관심을 갖고당시에는 조명을 받지 않고 있었던 도자기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일본 도자기의 수집을 시작한 배경에 대해 “당시에 가격이 저렴하면서만족도가 높았기 때문”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도자기의 수집 과정에서 일본문화와 정신에도 관심을 갖고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고, 미국에 일본 도예를 전파하기 시작했다. 조안 머비스와 동일한 생각으로캐롤 호로비츠 역시 일본의 현대도자기를 수집하게 되었다고 하는데그들은 수십 년 동안 새로운 작품을 찾아 일본전역을 다니기도 했다.
따라서 미국에서 ‘호로비츠’라고 하면 바로 ‘일본 현대도예’라고 규정할 정도로 방대한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으며, 많은 박물관-미술관들이 그곳의 작품에 대한 큰 관심을 갖고협조를 요청하기도 한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3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