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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1월호 | 뉴스단신 ]

한국 현대도예의 ‘달항아리’ 다시 그리고 새롭게 읽기
  • 편집부
  • 등록 2018-02-04 23:4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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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자대호白磁大壺」, 국보 309호, 삼성리움미술관 소장

 

한국 현대도예의 태동이후 ‘전통의 현대적 계승’은 한국 도예가들의 중요한 화제畵題이자 변함없는 테제These다. 특히 달항아리는 소재의 자연미를 살려 인공의 흔적을 최소화하는 한국 미술의 표본이자 인위人爲를 거부하는 의지결여意志缺如의 상징이라는 점에서 한국 미술이 즐겨 선택해온 창작 소재다. 많은 미술사가, 애호가, 예술가들 역시 한 목소리로 조선의 달항아리를 한국적 이미지 내지 한국미의 전형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한국 도예계는 유독 달항아리를 자신이 회복하고 재창조해야할 전통의 표상으로 여기고 매진하는 이들이 많다. 이들에게 달항아리는 언젠가 자신이 도달하고 성취해 할 미적 지향이자 반드시 넘어야 할 도전의 목표다. 50년대 이후 한국미술계가 보여준 활발히 전개된 달항아리 해석과 응용, 조형적 실험들은 서구미술과 전통과의 간극 속에서 꾸준히 나름의 접점을 찾고 적지 않은 성과를 만들어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오늘날 한국 현대 도예의 달항아리 해석의 실체는 시대의 미를 담는 새로운 문화적 그릇으로서 신선함보다는 옛 것의 재현에 기준하고 안주하는 기능주의機能主義와 상업주의의 그림자가 더 짙게 감지된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도예계가 일제강점기와 한국 전쟁 등을 거치며 전통계승의 주체적 창조와 철학적 토대를 자생적으로 마련하지 못한 근본적 아픔에 기인한다. 1950년대 말 짧은 시기 주요 공예 관련 기관들의 설립과 폐쇄를 거듭했고, 1960년대 우리 도예계는 지역을 기반으로 한 계승 작가군과 대학을 기반으로 새로운 현대도예를 모색하는 작가군으로 양분되었다. 이들은 각자 자신들이 보유한 경험과 지향에 따라 주어진 기술적 한계와 열악한 창작환경을 개선하는 데 급급한 나머지 오랫동안 전통도자의 창조적 계승이라는 과제의 방향과 실천을 함께 고민하지 못했다.1)
그러나 최근 한국 도예계에는 달항아리를 새롭게 접근, 해석하려는 움직임이 부쩍 많아졌다. 이들의 달항아리는 분명 옛 달항아리의 모양새, 지향과는 다르다. 이들은 차용의 방법으로 오늘날 달항아리를 바라보는 이들이 품은 소유의 욕망을 건드리기도 하고, 옛 달항아리가 본래 품었던 사회적 기의記意와 기표記票를 우리 시대의 새로운 문화기호로 탈바꿈시키기도 한다. 또한 달항아리가 품은 전통성을 음미하고 민족의 예지를 드러내되, 서구미술이론의 경사에서 벗어나 새로운 한국 현대도예의 어법을 구하는 중요한 매개로 재해석하기도 한다. 이러한 2000년대 이후 한국도예계에 등장하고 있는 달항아리를 소재로 한 생경한 시도들 이면에는 그간 우리 미술계와 도예계가 주도해온 달항아리의 해석과 전형典型에서 탈주하려는 전위성이 담겨있다. 나아가 우리 도예계가 실천해온 전통의 재해석과 계승에 대한 접근과 방법에 대해 의문을 품고 그를 파괴하고 차별화함으로써 새로운 양식의 생산에 도전하려는 창작의지도 발견된다. 결국 새로운 달항아리는 격식과 전통에 영향을 받지 않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는 한국 현대도예의 의지와 실험적 전위성이 드러나는 지점이다.
한국 현대도예의 전통 해석의 궤적
지난 세기 한국도예가 가장 그리고 줄곧 관심 기울여 왔던 주제는 전통이다. 제국주의의 압제와 전쟁으로 인해 철저히 사멸의 운명에 처한 옛 도자를 회복과 근대화의 대상으로 인식하던 것이 50년대와 60년대였다면, 70년대는 전승과 현대라는 각자의 방법을 가지고 자주적 도자문화의 기반과 인프라를 닦고자 노력한 시기였다. 80년대 이후에는 서구미술이론의 경사에 빠져 전통을 전근대라는 이름으로 명명하고 타파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 적도 있었다.2) 그러나 90년대 말부터 차츰 오브제 도자3)에 매진하던 현대도예가군이 다시금 우리 전통에 눈을 돌리고 귀소하기 시작했다. 서구 미술 표현과 방법의 추종을 통해 좌절과 실패를 경험한 이들은 오히려 전통이 개념과 철학에 빠져있는 예술을 건져 올리고 한국 현대도예의 정체성과 독자성을 확보해줄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이들이 선택한 전통은 분청이 대세였다. 청자는 온도범위가 좁고 낮아 발색이 까다롭고 강도가 약하며, 백자는 차갑고 인위적 느낌이 강하며 작은 흠도 두드러지기에 상대적으로 재료와 소성의 제약이 덜한 분청의 철화, 덤벙, 귀얄 등이 현대도예가지향해야할 상상과 자유분방한 표현에 더 적합하다 여긴 것이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부터 우리 도예계에는 차츰 백자에 매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작품의 다양성이나 기술적 수준, 격조 면에서 상당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4) 특히 최근 부쩍 증가하고 있는 ‘달항아리’의 제작은 분청에서 벗어나 새로운 전통해석을 도출하려는 작가들의 창작 욕구에 비롯된 것이다. 또한 최순우, 김원룡 등 우리 미술계의 백자애호와 70년대 이후 최순우, 김원룡 등 우리 미술계의 백자예찬과 김환기, 도상봉 등 최근까지 민화, 분청, 백자 등으로 대표되는 전통을 어떻게 자신의 작업에 응용하고 해석 하는가 고민하며 보여준 지대한 관심 그리고 이들이 일궈낸 미술시장 내 성공에 힘입은 바가 크다.5) 또한 여기에 한국사회의 급격한 산업화, 자본화, 정보화에 대한 반발로 자연미를 갈구하게 된 사회적 요구 또한 우리 도예계의 백자 달항아리 제작 확산에 영향을 주었다 할 수 있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1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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