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에도 디자인 표절을 둘러싼 수많은 분쟁들이 지속되고 있다. 도예계 역시 전업 작가나 소규모 공방에서 창작한 디자인을 서로 표절하고, 대기업의 프로모션 상품으로 둔갑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개인 창작 디자인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 방법은 있다. 디자인 보호법 속에서 도자 디자인 상품과 예술품이 보호받을 수 있는 법규를 안내한 특허청의 담당자와 디자인 보호를 받으며 활동 중인 도예가 2인의 인터뷰로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본다. 도자 시장에 진출하기 전, 스타트 업으로 무엇을 어떻게 챙겨야 하고 알아야 할까. 대응전략을 세워보자.
도자 디자인상품과 도자 예술품에 관련한 법규 안내
한국에서 ‘디자인’은 창작 특징에 따라 디자인 보호법은 물론 특허/실용신안법, 상표법, 저작권법, 부정경쟁방지법(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 디자인을 보호하는 지식재산권은 산업 영역을 보호하는 산업재산권과 문화예술 분야를 보호하는 저작권으로 나뉜다. 산업재산권에 속하는 디자인보호법, 특허/실용신안법, 상표법은 특허청을 통한 출원 및 심사절차를 통해 설정등록이 되어야 비로소 보호받을 수 있다. 반면 저작권법은 저작물로 인정된다면 창작과 동시에 디자인 저작물을 보호받을 수 있으며,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저작권을 등록할 경우, 저작자 및 저작 연월일을 추정 받을 수 있다.
(특허청 디자인 보호 가이드북 발췌)
Interview 1
특허청
상표디자인심사국 디자인심사정책과 행정사무관
정부용
Q1. 도예계를 포함한 공예 분야에서도 디자인 관련 지식재산권을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기존 디자인을 활용하여 재창조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여겨지는 도자 분야에서 지식재산권에 대한 법 지식이 꼭 필요한가요?
정부용(이하 정). 축적된 종래 기법이나 주변의 물건 등을 본 삼아 새로운 표현기법과 형태를 창조하는 것은 비단 공예뿐만 아니라 여러 창작 분야에 공통되는 접근법이라 생각합니다. 공들여 만든 새로운 결과물을 타인이 그대로 도용하고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소비자 입장에선 ‘싸면 장땡’이라고 여길 수도 있습니다. 오픈소스처럼 누구에게나 개방하여 보다 다양한 창작에 도움이 되길 의도하는 경우도 있겠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창작자는 막대한 상실감과 함께 경제적 손해를 감당해야만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디자인보호법, 특허법, 상표법, 저작권법, 부정경쟁방지법 등의 법령이 존재합니다. 물론 어느 정도 수준이어야 권리로서 가치가 있는지 어느 정도 유사해야 침해라고 볼 수 있는지는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주관적이기에 고민해볼 문제이기도 합니다. 애플-삼성 소송에서 경험한 바와 같이 경쟁이 있는 곳에 분쟁이 따르기 마련이고, 이미 국제적 거래에서 지식재산권은 강력한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창작집단의 자율적인 윤리의식에 의해 분쟁을 조정, 해결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으나 필요 적절한 최소한의 법 지식을 알고 있어야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2. 공예 분야와 관련된 법률에 저작권법, 특허법, 디자인보호법 등이 있다고 하셨는데 각각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정. 미술 분야에서 저작권은 캐릭터, 패턴 디자인 등과 같이 물품과 구분되어 독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그래픽 디자인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저작권(문화체육관광부 소관 법률)은 창작과 동시에 발생하고 상당기간 국제적인 효력이 발생됩니다. 저작권위원회에 등록할 경우 창작 내용에 대한 추정력이 발생하기는 하나, 별도의 실체심사를 거치지 않으며 유지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절차상 간편합니다. 하지만 저작권은 소송 과정에서 저작물로서 인정되지 않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예컨대 독특한 형태의 화병을 만든 경우 그 예술성이 높은 것은 인정하나, 그 형태는 저작물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저작물로 인정되는 것은 그 화병에 프린트된 이미지 자체만 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제3자가 우연히 동일한 디자인을 만들거나 공정 사용Fair Use을 하는 경우에는 저작권 행사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소송에서는 객관적으로 상대방이 저작물에 접근할 기회가 있었는지, 그에 기반을 두고 모방하였는지에 관한 사실(의거성)과 실질적 동일성을 저작권자가 주장, 입증하여야 합니다.
이와 달리 디자인권과 특허권(특허청 소관 법률)은 먼저 특허청에 출원하고 심사절차를 거쳐 설정등록되어야 비로소 발생되는 권리입니다. 자국 내에서만 효력이 있으므로 해외 수출을 고려한다면 각국에 권리를 따로 획득할 필요가 있으며, 출원 및 유지에 상대적으로 높은 비용이 소요됩니다. 저작권과 달리 제3자가 우연히 동일한 디자인을 출원일 이후 만든 경우, 먼저 출원한 자가 모방사실을 입증할 필요 없이 침해제품의 판매를 금지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권리자의 상대방이 해당 권리의 무효성을 주장, 입증하여야 합니다. 여기서, 디자인권은 제출된 도면에 의해 표현되는 외관을 보호하며, 특허권은 언어로 기재된 특허청구범위의 내용을 타인이 전부 그대로 실시하는 경우 권리행사할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Q3. 공예가들이 개발한 고유한 기법과 그 결과물인 디자인을 지식재산권으로 법적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정. 공예 작가가 개발한 고유한 ‘기법’은 방법발명으로서 특허권 확보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방법발명은 특정 소재들을 특정 조건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처리하는지를 여러 단계들을 조합하여 ‘언어’로서 기재됩니다. 이때, 특정 조건의 선택에 따라 기존과는 다른 작용 및 효과가 발생된다는 점에서 방법발명의 기재는 중요한 절차입니다. 특허권은 기재된 사항에 의해 보호범위가 결정되므로 불필요한 단어 등에 의해 권리가 제한되지 않도록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방법발명의 경우, 각 단계들을 모두 포함하여 실시하는 경우에 특허권의 효력이 있습니다.
공예 디자인 결과물 자체는 디자인보호법상 디자인권으로 등록하여 보호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권은 제출된 도면들에 의해 그 ‘외관’에 대해서만 권리가 부여됩니다. 동일 또는 유사범위까지 효력이 발생되며, 해당 분야의 디자인 흐름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디자이너들이 많이 착각하는 것 중에 하나는 도면에 되도록 많은 것을 표현하려는 것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가급적 중요한 디자인 요소들만을 담는 것이 강력한 권리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의자처럼 역사가 오래되어 창작된 디자인이 많은 경우 디자인의 유사범위는 다소 좁게 해석하는 것이 실무적 경향입니다.
공예 디자인 창작물을 판매하는 경우 브랜드, 패키지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브랜드의 경우는 상표권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상표권은 10년마다 갱신할 수 있습니다. 마크 뉴슨Marc Newson의 「록히드 라운지 체어(The Lockheed Lounge Chair, 1986)」와 드룩 디자인Droog Design 「스폰지 베이스Sponge vase」 사례들이 공예와 디자인의 접점에 있는 일례라고 생각합니다. 예술성이 높다고 저작물로 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작권과는 별개로 디자인으로 등록될 가능성은 높았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디자이너만의 표현기법은 보호에 다소 한계가 있다는 점입니다. 마크 뉴슨은 록히드 라운지 체어를 망치로 두들겨가며 만들었다고 하는데, 제3자가 그러한 기법으로 책 선반을 만든 경우에는 침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유사한 예로 톰 딕슨Tom Dixon의 「에스 체어S Chair」는 철제 뼈대 위에 마른 풀을 감아서 완성한 의자인데, 이러한 기법을 다른 형태의 의자에 사용하더라도 법적 권리 주장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저작권이나 디자인보호법은 표현 ‘아이디어’가 아니라 ‘외관’을 보호하는 법이기 때문입니다.
Q4. 특허청에 등록하기 위한 절차와 권리획득 시간은 어떠한가요?
정. 특허청에 디자인출원 또는 특허출원을 하면 6개월~1년 정도 사이에 담당 심사관이 선행기술 또는 선행디자인을 검색한 후 심사결과를 통지합니다. 선행 자료가 있는 경우에는 답변서 제출기회가 주어집니다. 등록이 결정된 경우 설정등록료를 납부하면 비로소 디자인권 또는 특허권이 발생되며 이후 연차에 따른 유지료를 납부하지 않으면 권리는 소멸되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대상이 됩니다.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은 자신의 창작물을 외부에 공개한 경우에는 그로부터 6개월 내(미국, 유럽은 12개월)에 특허청에 출원하지 않으면 우리나라에서 등록받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한편, 권리가 발생되기 전이라도 출원을 조기 공개시켜 보상금 청구권을 행사할 수도 있습니다.
Q5. 공예상품으로 등록할 수 있는 디자인이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정. 주방용 도기, 화병, 직물 패턴 등 모두 등록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디자인보호법에서는 도면 작성에 필요한 심사기준이 있고, 적정한 물품의 명칭을 예시하고 있습니다. 심사기준에서 벗어난 출원은 보정 기회가 있지만 매우 번거로운 일이니 이러한 심사기준을 숙지한다면 바람직하겠죠.디자인권 도면들은 대부분 라인 드로잉으로 제출되는 경향이 많습니다. 권리범위를 넓게 받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인데요. 하지만 공예디자인의 경우 색상, 재질 및 마감 상태 등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도면을 표현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권리범위는 다소 좁게 해석될 수 있지만 권리행사 단계에서 무효가 될 가능성을 낮추고 권리행사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6. 지난해 ‘2015공예트렌드페어’ 주제관에서는 3D 프린팅을 활용한 패션 작품(이리스 반 헤르펜), 도자기(안성만, 윤주철 작가) 등 다양한 공예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최근 3D 프린터에 대한 공예인들의 관심이 높습니다. 그에 따른 디자인 권리의 보호와 중요도도 부각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떠하신가요?
정. 제가 디자인을 배우던 학교에는 레이저 커팅기와 NC머신이 있었습니다. 기계가 수행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제한하여 디자인을 개발하다보니 결과물들이 비슷했습니다. 3D 프린터는 기존 제작도구의 제한을 상당 부분 넘어서있으며, 수작업으로는 불가한 영역을 지원하는 만큼 기대가 많이 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의 손맛이 필요한 영역이 있겠지요. 요즘 대량 생산을 전제로 한 디자인보다는 소비자들의 취향과 개성을 살릴 수 있는 다품종 소량생산의 디자인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3D 프린터는 그러한 변화를 가속시킬 것이고 ‘공예’는 디자인사에서 다시 중요한 화두로 등장할 것이라 기대합니다.
다만 3D 프린터에 사용되는 파일의 전송, 공유가 수월하므로 그 결과물이 복제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창작자가 누구에게나 공유할 목적으로 오픈소스를 제공한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제3자가 3D 파일을 전송받아 물건을 제작하고 무단으로 판매한다면 창작자에게는 억울한 일이 될 수 있습니다. 현행법상 파일을 전송하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침해로 간주할 수 없으며, 개인적인 용도로만 그 파일을 이용하여 동일한 물품을 제작하는 것 또한 침해가 아닙니다. 현행 디자인보호법상 침해는 상업적인 용도로 실시할 때 적용됩니다.
Q7. 마지막으로 도예가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정. 법에 의해 모든 분쟁을 예방하고 해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설령 권리를 획득했더라도 분쟁이 발생하여 침해소송 등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소모됩니다. 최근에는 SNS 등의 새로운 매체가 등장하여 분쟁 해결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임을 느낍니다. 예컨대 디자인 도용사건의 경우, 과거에는 묻혀버릴 수 있는 사안도 최근에는 SNS를 통해 빠르게 이슈화가 되면서 조속한 해결이 시도되는 사례도 볼 수 있습니다. 업계에서 작가들 스스로가 창작물을 존중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특허청에서는 올해 초 디자인맵www.designmap.or.kr을 통해 디자인 보호 가이드북 『DESIGN InterPlay』를 온라인 배포할 예정입니다. 디자이너들에게 필수적인 법 상식을 알기 쉽게 정리했으니 참고가 될 듯합니다.
윤남 「Kling」
Interview 2
세라믹 디자이너
윤남
Q1. 도자 디자인을 보호할 수 있는 관련 법규를 알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윤남(이하 윤). 저의 경우에는 직접 등록을 해보면서 알게 된 것 같아요. 세라믹 디자인 회사 근무 시절에 저희 제품은 거의 대부분 디자인 의장등록을 했습니다. 그때는 별도로 전문 업체나 변리사를 통해서 하지 않고 저희가 일일이 등록했어요. 시간이 좀 걸리는 단점은 있지만 비용이 적게 드는 장점이 있습니다.
Q2. 디자인 등록하는 절차가 아직 도예인에게는 생소하고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경로를 통해서 지식재산권을 취득하셨나요?
윤. 앞서 말씀 드린 회사 생활에서 지재권은 회사 자체에서 해결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취득한 지재권은 전문 변리사를 통해서 등록했어요. 아무래도 전문적인 견해를 들을 수 있고, 국내, 국외에서의 지재권 활용범위, 권리 등 많은 조언을 주기 때문에 꼭 등록 준비 건이 아니더라도 궁금한 점들을 문의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Q3. 개인이 소화하기엔 비용이 많이 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윤. 전 일단 특허권과 디자인등록건, 상표등록건 이렇게 총 3개의 지재권을 취득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디자인등록권도 있구요. 특허청www.kipo.go.kr에 들어가시면 기본 발생비용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변리사를 통한다면 업무를 대리 수행해주는 부분에 따른 수수료가 별도로 발생되겠죠. 특허 등록, 디자인 등록, 상표 등록 부분의 비용이 각각 다릅니다.
Q4. 지식재산권을 취득한 작품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구체적으로 작품의 어떤 부분으로 디자인 등록을 하실 수 있으셨나요?
윤. 「Kling」은 형태가 다른 부분의 접합을 할 때 흙을 이용한 접합이 아닌 유약으로 접합을 합니다. 내부를 완전 밀폐 상태로 만들어 외부로부터 이물질 유입을 방지하는 기능과 내부에 세라믹 볼이 들어가 있어 소리가 나는 방법 등은 기능에 따른 특허입니다. 디자인 등록으로는 컵이 녹아 흐르는 형상으로 디자인된상품을 등록하였습니다. 제 조형 언어인 「melting」을 가지고 제품에 접목한 디자인입니다. 이 제품은 세라믹 디자인 브랜드를 만든 후 내놓은 첫 제품이라 특별히 애착이 많기 때문에 디자인 등록을 했습니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3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