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상욱 「Staccato Series」 Ceramic, Stool, 2016
공급과 수요 개념 안에서 전세계적으로 공예는 다양한 방법으로 개인 또는 기관에게 판매되며 또 소장되고 있다. 한국현대공예 또한 전시·페어·비엔날레는 물론 인스타그램instagram과 같은 인터넷 소셜 미디어나 아트시Artsy와 같은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해 새로운 경로로 유통되고 널리 알려지고 있다. 미국은 미술 분야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박물관·미술관의 후원자 제도를 일찍이 형성했으며 오랫동안 진행해왔다. 필자는 2002년부터 미국과 전시 및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기획해 왔는데 미국의 예술 후원제도는 미국 미술과 공예 발전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미국에는 공예를 작품 또는 제품으로서 판매할 수 있는 페어가 많아졌는데, 그 중에서도 필라델피아 크래프트 쇼Philadelphia Craft Show, 또는 필라델피아 공예 페어는 한국 공예를 알리고 노출시키는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한국 공예가들이 프랑스의 메종&오브제나 영국의 콜렉트 등의 행사에 참여하기 전부터 필라델피아 크래프트 쇼를 통해 해외에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
한국은 2009년에 게스트 국가로 초대 받았으며, 올해 두 번째로 초대 받아 참여하게 됐다. 2009년은 한국이 활발하게 국제 공예 페어에 참여하던 시기가 아니었다. 따라서 페어라는 행사는 공예인들에게 생소했으며 특별한 행사로 여겨졌다. 2009년 페어에는 약 25명의 한국 공예작가가 참여 했으며, 이를 계기로 정해조 작가가 세상에 알려지는 발판이 되었다. 심현석, 강웅기 등 참여했던 작가들도 좋은 성과를 얻었고 심지어 우수공예 상을 받기도 했다.
강웅기 「Bamboo」 sterling silver, nickel, ebony, 2009년 참여작가
필라델피아 크래프트 쇼의 성격
본 페어의 성격은 다른 페어와는 다르다. 먼저 이 페어는 프라이빗 페어의 성격을 띠며, 기본적으로 일정 금액을 지불해야 입장이 가능하다. 이렇게 모인 기금은 후원금으로 사용되며, 후원자들을 위해 별도의 프리뷰 파티가 열린다. 올해는 펜실베니아 컨벤션 센터에서 열리는 이 VIP 파티에는 195명의 예술가와 700여 명의 후원자가 참석하며, 최신 공예품과 디자인을 보고 먼저 구입할 수 있다.
이 페어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 된 필라델피아 미술관Philadelphia Museum of Art, PMA의 여성단체Philadelphia Women’s Committee를 중심으로 운영돼왔다. 즉 미술관을 후원해주는 여성들이 모여 결성한 운영위원 체제로 진행해 왔으며, 이와 함께 페어만을 위한 또 다른 운영위원 단체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1977년부터 지금까지 페어는 이 두 운영집단을 바탕으로 지속돼 왔다. 이들은 매년 다른 문화권의 공예를 게스트 국가로 초대하는 시스템을 통해 페어의 집중도를 향상시켰으며, 페어에 참여하는 미국의 공예가들을 자극시키는 요소로 활용하고 있다.
권슬기 「Memory」 Silicon, paint, Mixed media, 2016
2017 필라델피아 크래프트 쇼
미국에서의 작가 선정은 페어를 운영하는 여성단체가 한다. 주로 미국에서 컬렉터들이 선호할 만한 작품을 기준으로 결정되며, 한국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보편적 성격을 띠는 작품이 선정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참여하게 된 25명의 작가들은 이러한 점을 잘 보여주는 공예가로, 2009년에 참여했던 이인진 도예가나 최근 해외에서 전시를 많이 하고 있는 이강효 도예가의 작품이 대표적이다.
한국 측에서는 2009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과 손을 잡고 진행했으며, 올해는 e-commerce 분야에 종속하고 있는 중국계 미국인 기업가 스티브 양Steve Yaung과 레이첼 리Rachel Lee가 진행을 맡아 처음으로 민간 또는 기업 차원에서 후원하는 계기가 됐다. 스티브 양과 레이첼 리는 2014년부터 해외 유통망을 중심으로 공예 회사를 설립, ‘솔루나 리빙Soluna Living’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생활 속 의·식·주를 중심으로 공예를 선보이고 있다. 미국·한국·홍콩을 주요 시장으로 앞으로 더 많은 작가 및 작품을 세계 무대에 소개할 예정이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11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