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도자기 공장, 박물관 시리즈⑩
존슨 타일Johnson Tiles + 영국 장식 타일의 역사
_ 김선애 도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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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 있는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Victoria and Albert Museum에 가면 박물관카페The V&A Café가있습니다. 미술관 안의 이 카페는 전체가 장식 도자기 타일로 꾸며져 있어 홍차와 스콘을 먹으며 ‘영국다움’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장소입니다. 같은 층에 강의실Lecture Theatre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세라믹 계단Ceramic Staircase이라고 불리는 곳을 지나게 되는데, 말 그대로 도자기로 만들어진 계단입니다. 계단도 모두 도자기타일로 만들어져 있고 올라가면서 보이는 벽, 기둥 모두 도자기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매우 아름다워서, 조금 과장을 보태어 처음 보는 순간 천국의 계단이 이런 것인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계단은 박물관 장식 디자인에 큰 몫을 한 프랭크 무디Frank Moody가 스쿨오브디자인Schools of Design에 다니던 그의 학생들과 함께 디자인한 작품입니다. 언뜻 보면 도자기로 타일로 되어있는지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요즘의 평평한 타일과는 다른 이탈리아 르네상스 스타일에 기초한 화려한 장식과 모자이크 기법이 인상적입니다.
사진 1. V&A에 전시된 델프트 타일들, Ⓒ김선애
사진 2. V&A에 전시된 타일들, Ⓒ김선애
그 동안 본지에서 ‘영국 도자기 공장, 박물관 시리즈’를 다루어 왔는데 이번 타일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도자기 공장, 박물관 연재를 마무리 지으려 합니다. 그동안 많은 공장이 그들의 문화유산을 함께 나누기 위해 박물관과 방문센터를 열어두고 있는 것에 반해 이번 호에 소개하려고 하는 존슨 타일즈Johnson Tiles는 그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영국의 대표적인 타일 회사 존슨 타일즈를 둘러보기 전에 영국 타일의 역사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영국 타일의 역사
타일의 역사는 이번 호에 다 실을 수가 없을 정도로 그 역사도 길고 방대하지만,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중세시대 타일(13세기~16세기)은 건축 고딕양식의 발전과 함께 이루어졌습니다. 당시에 타일은 많은 교회, 성의 바닥을 장식하는 재료로써 오직 성직자, 왕, 철학자 등만이 살 수 있었던 사치품으로 여겨졌습니다. 노란색 계열 장식이 붉은 갈색의 타일 배경에 상감 되어있는 제품이 이 시대 많이 만들어졌습니다.
중세시대 이후에 영국 타일의 발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나라는 이탈리아로, 그들의 마욜리카방식이 북유럽과 영국까지 전해지게 되었습니다. 하얀 주석유약Tin Glaze 위에 색으로 장식된 타일 방식이 런던, 브리스톨, 리버풀 같은 도시에 전해졌습니다. 네덜란드에서 유행했던 블루 앤 화이트 델프트웨어Delftware같은 비슷한 기법이었습니다. 영국 타일의 역사에서 델프트 기법이 중요한 이유는, 영국에서 또한 그들만의 기법으로 발전시켜 영국 델프트웨어 타일English Delftware tiles이라는 특징적인 장르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델프트 타일은 벽을 장식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주로 벽난로, 상점 안팎의 벽 등에 장식되었습니다. 아래의 사진(좌)을 보면 영국 델프트 타일 스타일을 엿볼 수 있습니다.
사진 3. 영국 델프트 타일, The Popish Plot, 1679~1680년 작, 소장 & ⒸV&A
18세기 영국에서 존 새들러John Sadler와 그의 파트너 가이 그린Guy Green에 의해 전사Transfer 기법이 발명된 이후에, 영국 타일은 한 단계 더 발전하게 됩니다. 전사지는 영국 테이블 웨어에도 중요한 발전을 가져왔지만, 1756년 처음 리버풀 도자기 공장에서 타일에 응용하기 시작하면서 타일 생산에도 혁신적인 발명으로 기록됩니다. 존 새들러는 유명한 델프트웨어 타일에 이렇게 전사지를 이용해 장식하는 기법도 실험했습니다. 예를 들어 아래의 사진(우)에 나와 있는 타일 속 주인공은 앤 베리 Ann Barry, 1734 ~1801 이라는 배우인데, <더 콘스탄트 커플The Constant Couple>이라는 연극에서 해리경Sir Harry Wildair 역할을 맡아서 유명해졌습니다. 18세기 후반 전사지에 장식된 인물들은 이처럼 당시 유명한 오페라, 연극배우들을 많이 묘사하고 있습니다. 전사지 기법의 시작은 동판에 그림을 새겨 전사용 얇은 종이Potter’s Tissue에 찍어내는 방법이었습니다.
사진 4. 전사지로 장식된 영국 도자기 타일, 존 새들러(리버풀 포터리 공장), 소장 & ⒸV&A
사진 4-1. 초기 전사 기법을 보여주고 있는 V&A전시 중 일부, Ⓒ김선애
18세기에 영국 전사 프린트 타일 English Printed Tiles이 꽃피웠다면 영국 타일역사의 정점은 바로 빅토리아여왕 시절인 빅토리아시대(1837 ~1901년)입니다. 지금도 런던에 있는 V&A의 6층 세라믹 갤러리스Ceramic Galleries에 가보면 그중에 헤들리 트러스트갤러리The Headley Trust Gallery, Room 144라고 있는데, 그 갤러리에는 건축과 관련된 크기가 큰 도자기가 주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13세기의 건축 도자기, 북유럽의 도자기 스토브, 커다란 타일 포르투칼 타일 패널, 네덜란드, 이슬람 타일, 영국 타일도 볼 수 있습니다. 빅토리안 시대 영국 타일들은 그림과 색이 다양하게 장식되어 있고 아르누보 스타일, 윌리엄 모리스William Morris, 윌리엄 드 모건William De Morgan같은 사람이 미술과 공예운동Arts and Crafts Movement을 이끌며 아름다운 타일을 디자인했고, 대량생산 타일 디자인에 영감을 주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영국의 유명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였던 오웬 존스Owen Jones, 1809-1874도 모자이크, 타일디자인을 하면서 빅토리안 시대 디자인 혁명을 일으켰습니다.
이렇게 긴 역사 속에서 다양한 장식 타일을 생산해왔던 영국의 아트 타일은 지금도 집집이 곳곳에 장식된 실내장식 타일에도 흔히 볼 수 있고, 그 유산을 삶 속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존슨 타일즈Johnson Tiles
존슨 타일즈는 1901년에 세워진 타일 회사입니다. 1935년 남아프리카에서 브랜드 스토리가 시작이 됐지만, 현재는 영국에 본사와 스톡온트렌트에 공장을 가지고 영국 타일 산업을 이끄는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타일 공장은 방문객에게 열리지 않았지만 BCBBritishCeramicBiennial,영국도자비엔날레와 함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예술가와의 콜라보레이션을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지난 도자 비엔날레였던 2013년에는 ‘아티스트 산업 도자기 레지던시Artist into Industry residencies’라는 주제로 존슨 타일즈 회사에 배정된 작가가 레지던시 기간 동안 작업한 프로젝트 결과물을 비엔날레에 전시했습니다. 당시에 시몬 페더스톤Simeon Featherstone이라는 작가는 존슨 타일즈와 함께 파빌리온을 기획했는데, 존슨 타일즈의 혁명적인 아트타일 기술을 사용하여 어떻게 예술작품과 이미지가 타일에 바로 프린트될 수 있는지에 대해 연구한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사진 6. 2013년 BCB 존슨타일 파빌리온, Ⓒ김선애
사진.7,8.9. 2013년 BCB 존슨타일 파빌리온 부분, Ⓒ김선애
또한 매년 BCB에서 전시하고 있는 작가들의 이름, 사진, 간단한 작업 설명 등을 커다란 타일에 전사기법을 이용해서 프린트하는 후원을 하고 있는데, 필자도 2011년에 전시에 참여했을 때 받은 타일을 아직도 소장하고 있습니다. 지금 보아도 사진을 완벽하게 타일에 옮기는 기술에 놀라울 따름입니다.
머테리얼 랩Material Lab
존슨 타일즈가 더 주목되는 이유는 런던에 머테리얼 랩Material Lab이라는 스튜디오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도자기 타일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비닐, 세라믹, 종이, 섬유, 유리 등 벽면에 부착할 수 있는 다양한 재료를 가지고 있고 누구나 들러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창의적인 워크숍, 아티스트, 디자이너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이 진행되기도 하고 다양한 리서치 또한 진행되고 있습니다. 필자도 프로젝트 관련으로 연구를 할 겸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타일 회사의 런던 스튜디오라기보다는, 표면 디자인Surface Design에 관심이 많은 디자인스튜디오 혹은 아티스트의 작업실 같아 보였습니다.
특별히 원하는 타일의 샘플을 가져갈 수도 있고 랩 자체에서 운영하는 블로그(www.material-lab.co.uk/blog)에도 어떠한 활동을 하는지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예를 들면 런던의 유명한 2013년도에 <클락큰웰 디자인 위크Clerkenwell Design Week>에서 선보인 전시는 존슨 타일을 이용해 타일 장식을 하는 여러 가지 방법, 전통적인 실크스크린 방법부터 HD디지털프린트까지 보고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전시도 있었습니다. 지금도 일 년에 두 차례 열리는 디자인 위크에서 존슨 타일즈의 예술적인 참여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사진 10. 존슨 타일의 런던 스튜디오 머테리얼 랩, Ⓒ조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