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석진 미국리포터
지난 2010년 가을 학기에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제임스 메디슨 대학James Madison University에서 <한국의 도예From the Fire: Korean Ceramics> 과목을 개설 학생들을 지도했다. 2008년 봄학기에 이어 두 번째로 개설한 ‘한국의 도예’ 수업은 한국 전통 문양과 도자 표면 기법 그리고 청자 유약 등을 다루었는데, 미국 학생들에게 한국과 한국 미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며, 졸업 후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할 학생들의 창작과정에 영감을 줄 수 있었던 의미 깊은 수업이었다.
이번 학기의 ‘한국의 도예’수업에는 여러 전공 분야와 다양한 문화적 배경에서 온 학부와 대학원생 열 한 명이 모였다. 본인은 수업 과정에서 학생들의 다양한 결과물을 기대했었고, 무엇보다 학생들의 자발적인 흥미를 유도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스스로 만들고 싶은 것을 찾도록 격려 했다.
첫 수업에서 학생들의 한국문화와 도자기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국다도를 소개했다. 한국의 전통 차 도구와 청자 찻잔을 가지고 다도 시연을 해 보이며, 차 향기 속에 담긴 한국에 뿌리 깊은 불교 전통, 참선과 명상, 그리고 청자의 발전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학생들은 한국 문화에 대해 궁금한 점을 필자에게 질문하기도 하고 다른 수업을 통해 배운 아시아미술에 대한 지식을 서로 나누면서 다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와 더불어 ‘한국의 옹기’와 ‘세계도자비엔날레’ 관련 DVD를 수업에 사용하기도 했다.
필자는 2003년 방문작가Visiting Artist로 미국에 온 이후 ‘한국 전통 도자기법’이라는 주제로 여러 대학과 아트센터에서 10여회의 워크샵과 강의를 했다. 7년여 동안 워크샵을 위해 한국의 도자기에 나타나는 대표적인 문양 100여 개의 자료를 확보해 각 기법마다 문양집을 만들고 더욱 탄탄히 구성된 충실한 강의를 하기 위해 서적과 DVD, 비디오 등 필요한 자료 등을 사용하고 있다. 상감기법과 박지기법, 인화기법, 철화기법 등 새로운 기법을 소개하기 앞서 학생들에게 필자가 만든 전통 문양집을 나누어 주고, 그 중 하나의 문양을 선택하거나 여러 개의 문양을 조합해 학생들의 미감을 반영하는 그들만의 문양으로 재창조 하도록 했다.
수업시간에 학생들과 함께 백색 조합토에 철분을 2%정도 섞어 청자유에 적합한 점토를 만들어 사용하고 학생들에게 한국에서 미리 주문한 상감 도구들을 나누어주었다. 인화기법을 소개할 때는 학생들에게 도장 만드는 법을 가르쳤는데 학생들은 각자 선택한 문양으로 두 세 개의 도장을 만든 후 자신이 만든 도장으로 작품을 완성했다. 철화 기법을 가르칠 때에는 먹물을 사용해서 종이에 전통문양을 연습하게 했는데 회화를 전공하는 학생이 특히 철화 기법에 흥미를 보였다. 또한 문양의 상징과 의미에 대해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그중에서도 연꽃문과 모란문이 가장 인기 있었다.
학생들은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도예 실기실에서 밤늦게까지 작품을 만들기도 하고, 어떤 학생은 추수감사절 휴일을 이용해 점토를 집으로 가져가 작품을 만들어 오기도 했다. 덕분에 본인은 한 학기 동안 수업시간에 한 번도 자리에 앉아볼 시간 없이 바쁘게 보냈지만, 매 시간 미국 학생들이 만들게 될 한국 도자기에 대한 기대와 그 결과물로 설레임과 마음 가득 보람을 느꼈다.
다음 내용은 학생들이 마지막 수업시간에 제출한 수업 후기를 요약한 것이다.
쥬디 손(Judy Son, 미술전공, BFA)
“이 수업을 통해 나는 한국 교포로서 나 자신의 뿌리와 만날 수 있었던 것이 의미 깊었다. 그리고 내가 자라면서 보아왔고, 어렸을 때부터 만들기를 원했던 청자를 만들며 스스로와 강한 연결을 느꼈다. 이번 한국도예 수업으로 한국미술에 대한 지식을 넓히고 더욱 친근하게 한국 문화를 감상 할 수 있게 되었다.”
레베카 훠스타터 (Rebecca Forstater 도예전공, BFA)
고등학교 3학년 때 대학입시를 위한 작품 리뷰Prospective Freshman Portfolio Review에서 나의 작품을 보던 최교수님이 나에게 ‘한국도예에 대해 배우는 것에 대해 관심이 있는가’ 하고 물었던 것을 기억한다. 제임스 메디슨 대학에 입학한 후 3학년이 되어서야 나는 최교수의 아름다운 도자 작품들 중 내가 감탄해 마지않았던 기법들을 배울 기회를 갖게 되었다. 나는 한국 청자의 발전과 한국도예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되었던 이미지가 갖는 감정들, 그리고 그 의미들을 배움으로 해서 이런 기법의 배경이 되었던 역사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다. 이 수업에서 나는 새로운 도구들과 기법들을 배우는 동안 때때로 힘들었지만, 나는 앞으로 수업 시간에 배운 한국의 전통 도예 기법을 나의 작품에 응용해 사용할 계획이다.”
아만다 윌슨(Amanda Wilson 그래픽디자인 전공, BFA)
‘한국의 도예’ 수업에서 도예의 정신적인 면을 강조했던 선생님의 수업은 참 인상적이었다. 특히 다도시범은 수업전체의 분위기를 풍부하게 했으며 나는 이 다도 경험을 통해 말로 표현되지 않는 평화로운 감정을 느꼈다. 그래서 나는 마지막 과제로 나 자신을 위한 다기 세트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일부 내용이 생략됩니다. 월간도예 2011.02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