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흙으로 빚은 아시아의 꿈>전은 아시아 민족조형문화연구가 가네코 카즈시게(1925~)가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1,020점의 기증품 중 흙으로 제작된 작품만을 선정해 선보이는 전시이다. 《흙의 민족조형》을 주제로 한 ‘가네코 카즈시게’의 연구 논문이 이번호를 마지막으로 3회 연재를 마친다.
흙의 민족조형(3)
아시아의 생활문화를 지탱하다
| 가네코 카즈시게金子量重
아시아민족조형문화연구소장, 아시아민족조형학회장
4) 놀이玩
채색 인형
튀르크 계통의 유목기마민족인 위구르 족은 8세기에 몽골고원에서 활약하고, 당의 수도에서도 커다란 공헌을 하며 세력을 확대했다. 그들은 9세기에 투르판 분지로 이동하여 정착했다. 따라서 그들의 의복, 모자, 화장하거나 머리 묶는 법에서부터 악기, 가요, 무용에 이르기까지 멀리 투르크계 민족의 혈통이나 습속과 함께 독자의 조형 감각이 잘 나타나 있다.
인형은, 만물을 사랑하는 마음과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도록 아이들의 성별과 성장에 맞추어 다양한 소재로 만들어진다.(도8) 본래는 사람의 형태를 가진 기원의 대상이나 주술과 깊은 관련을 맺으면서 생겨난 것이다. 또는 왕후귀족 등 권력자의 죽음에 임하여, 순장 대신에 매장한 도용陶俑 종류도 있다. 진시황제의 능묘에 묻혀진 방대한 양의 도용이야말로 그 상징적인 예이다. 이 두 인형은 모두 신강 위구르족의 전통적인 진흙 인형으로, 의복과 모자, 그리고 머리 모양이나 화장법 등이 한민족의 그것과는 명백하게 다르다.(도9) 가무의 상에 보이는 춤을 추는 모습이나 악기를 연주하는 방식에도 특색이 나타난다. 보고 있노라면 마치 지금이라도 움직일 것만 같이 귀엽다.
동물인형
중국의 상징적인 동물 인형이다. 말과 중국인과의 관계는 역사적으로 길다. ‘마력馬力’이라는 단어가 존재하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듯이, 쟁기질을 하거나, 운반 등에서 실력을 발휘한다. 단지 고기나 젖을 얻는 점에서는 소나 양에게 뒤쳐지는 모양이다. 그러나 전쟁터에서 기마전을 전개해 나가는 무장의 활약은 물론 국가의 흥망성쇠와도 관련이 있을 정도로 큰 활약을 보이고 있다. 이 사랑스러운 말은 붉은 바탕을 칠한 뒤에, 녹색과 황색을 더하고, 거기에 흰색을 조화롭게 덧칠한 것이다. 처음 보았을 때, 아마 ‘당삼채唐三彩의 인물이나 동물인형이 당시에는 이와 같이 선명한 색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이다. 붉은 말의 장난감을 만드는 관습은 베트남의 호이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적색이 병마病魔로부터 어린이들을 구해준다는 믿음은 각지에 퍼져 있었으며, 이도 그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도11) 이미 『후한서後漢書』 「반초전班超傳」에서 ‘호랑이 굴에 들어가지 않으면 호랑이 새끼를 잡을 수 없다’라는 비유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 ‘호랑이’ 또한 중국의 상징으로 긴 역사를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그 ‘호랑이 새끼’일까.
소꿉놀이
수도 양곤의 성역, 슈에다곤 파야로 들어가는 길 한 켠에 돗자리를 깔고 소꿉놀이 도구를 파는 오누이를 만났다. 단지壺, 발鉢, 항아리瓮, 접시 등 19개의 그릇을 세트로 팔고 있었다. 모두 흔히 구할 수 있는 물감으로 여러 색의 꽃문양을 그려 넣어 장식한 것이었다. 이처럼 모양과 색, 무늬의 삼박자를 갖춘 소꿉놀이 도구를 아이들에게 사다주는 사람들에 대해 경의를 표하는 마음으로 세트를 전부 샀더니, 오누이는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은 미소를 보여주었다. 귀국 후, 이를 지인에게 자랑을 하자, 부러워하며 그 곳을 찾아갔는데, 그 오누이의 모습도, 다른 소꿉놀이 도구를 파는 아이들도 없었다고 한다. 그 후 각지의 가마터를 방문하여 토기나 도기의 소꿉놀이 도구를 본 적은 있었지만 이와 같은 것과 마주친 적은 없었다. 오래되고 이름 있는 것들에 절대 뒤지지 않는, 이것이야말로 ‘민족조형’의 보석이 아닐까.
흙으로 빚은 인형
우즈벡 족은 투르크계나 몽골계의 민족으로 구성되며, 카자흐 족도 역시 유목집단에 속한다.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각각 부하라, 사마르칸트, 타슈켄트, 코칸드 등의 도시 이름을 따서 자신들의 민족에 대한 강한 귀속의식을 나타내고 있다. 그들의 바탕에는 각각 유목, 반유목, 정착 농경민으로서의 성격도 여전히 남아있다. 공룡의 화석이 발견되는 구 소련 영역에서는 상상력을 발휘한 토우가 많이 만들어진다. 공룡(티아노사우루스)은 그리스어의 ‘무서운’, ‘도마뱀’의 합성어라고 알려져 있다. 스테코사우루스 등의 다양한 공룡 중에, 이들이 어느 것에 해당되는지는 알 수 없다. 입을 크게 벌려 긴 혀를 내밀고, 꼬리를 둥글게 말거나 길게 뻗고 있는 것, 그리고 꼬리에 새가 앉아 있는 두 종류가 있다. (도14) 이밖에도 기마민족에 어울리는 방패를 가진 기병 인형도 있는데, 우즈벡 족 특유의 둥근 모자를 쓰고 있다. 또한 크고 작은 5개의 인물상은 우즈벡 족 고유의 샤반느(긴 옷)를 입고, 터번을 두르고 있다. 일선에서 한 발 물러나 유유자적한 생활을 보내고 있는 노인이 모델이었을 것 같다. 모두 4~10센티 정도의 크기로, 서거나, 앉거나, 생각하거나, 누워있는 모습에는 후회없는 생을 보낸 이들의 여유로운 표정이 나타나 있어 일본의 칠복신七福神이 떠오르기도 한다.
5) 예능藝能
힌두신 가면
네팔 분지(카트만두, 파탄, 바크타푸르, 키리투푸르, 티미)에는 힌두교의 축제가 많다. 각 집락에서는 매년 성대한 축제를 연다. 화려하게 장식한 수레 순행을 하고, 성스러운 공양물인 산양, 닭, 물소 등의 피를 제사장에 바친다. 그리고 희생의식에 바칠 짐승을 끌고 온 이들이 기도의 순서를 기다리며 장사진을 이룬다. 이날이야말로 민중의 에너지가 최고조에 달한다. 신들의 공덕을 기리기 위하여 각 마을에서는 그 해에 성년을 맞이한 젊은이들을 선발하여 가면을 쓰고 신으로 분장하여 마을을 돌아다니게 한다. 마지막으로 점토에 종이를 섞어 만든 가면을 찢어버리는 것으로 성대한 의식은 끝이 난다. 여기서 말하는 신들이란 바로 다음의 13신이다.
네팔에서는 예부터 치토라카루 가에서 이러한 가면을 만들어 왔다. 「치토라카루」란, 「그림을 그리는」 혹은 「선을 긋는」 장인을 일컫는 의미이다. 현재 5대째의 아무리트 크리슈나 치토라카루 씨가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 그에 의하면 이 가면을 만드는 데에는 점토와 종이, 염료, 그리고 붓이 빠질 수 없다고 한다.
점토(타스)는 가까이에 있는 자신의 집의 논밭에서 파온다. 모내기를 하기 전의 논을 2~3미터 정도 파내면 흑토(하쿠 챠)를 얻을 수 있다. 가면을 만들기 반년 전에 점토를 퍼내어 이미 1년분을 확보해 둔다. 종이(보)는 해발 고도 2000미터 지리에서 자생하는 서향瑞香, daphne과 식물인 ‘로쿠타’를 이용하여 만든다. ‘로쿠타’는 고도가 높고, 해가 잘 들 뿐만 아니라, 안개가 많고 찬 물이 흐르는 곳에서 자란다. 종이는 찬 물에 담가 표피를 벗기는데, 이때 종이를 물에 담그는 일은 여자가 한다. 바자(일종의 돗자리)에 종이의 재료를 깔아 매우 얇게 펴는 일은 남자가 한다. 이 때 종이의 재료는 나무 망치로 잘 두드려서 끈기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일부 내용이 생략됩니다. 월간도예 2011.02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