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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2월호 | 뉴스단신 ]

현대미술의 7가지 키워드와 함께 떠나는 방창현의 세계도자기행(11)
  • 편집부
  • 등록 2011-04-12 11:3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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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의秘意의 대화
  • 열한 번째 작가 : 제프리 몽그레인Jeffrey Mongrain

이 글은 현대미술의 중요한 키워드인 숭고the sublime, 몸body, 미니멀리즘minimalism, 물성materiality, 서사narrative, 개념미술conceptual art, 팝아트pop art를 중심으로 본 현대도예 비평의 글이다. 하지만 형식면에서는 기행문적 수필의 형식을 빌어 독자들이 현대 도예 담론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여졌다. 한국의 현대도예가 오랜 동면의 시기를 지나 이제 찬란했던 옛 영화를 위한 용트림을 하는 이 시기에 한국 현대도예의 미래 비젼과 현재의 성찰을 제시하는 글이 될 것이다.

 

비의秘意의 대화  
열한 번째 작가 : 제프리 몽그레인Jeffrey Mongrain

 

그것은 매우 수다스러운 전통에서 나왔다. 작품이 이론에 너무 얽매인 나머지 결국 다른 것이 나오고 말았다.
로리 엔더슨Laurie-Anderson1)

 

도처에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비정형의 건축물로 들어간다. 지붕의 높이도 일률적이지 않아 불안감마저 엄습해 오는데, 중앙 로비에 마련된 큰 평면 텔레비전에서는 키스하는 신부와 수녀의 모습이 보인다. 제 기능을 상실한 청바지의 자크를 반쯤 내리고, 하얀 속살 위에 파란색 문신을 한 소녀가 우두커니 신부의 얼굴을 보고 있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세상의 중심인가? 세상의 중심을 송두리째 전복시킨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Jacke Derrida, 그는 죽었지만, 그의 해체주의는 아직도 도처에 살아있다. 그의 이론을 등에 업은 해체주의 미술, 즉 개념미술은 이제 미국이나 유럽의 모든 대학의 수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이론이 되었고, 비물질성, 텍스트성textuality, 그리고 퍼포먼스는 미술사에 그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최근 50여 년 동안 현대미술은 심리학, 사회학, 인류학, 문학, 언어학, 철학등의 타지에서 넘어온 학문들과의 통섭通涉, consilience이 이루어지면서, 서양 미술사에서 인상파까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일반 대중들에게 현대미술은 그들의 현실을 떠난 아주 추상적이고 난해한 영역으로 여겨지고 있다. 화면에서 형태와 대상이 사라지고, 테스트성textuality만 부각되는 동시대의 예술은 분명 감동보다는 철학자들과 비평가들의 수다스러움만 늘어만 가는 형국이고, 대중과의 소통의 부재를 가져오는 중요한 원이기도 한 것 같다. 프랑스 사회학자 부르디외Pierre Bourdieu가 지적한 것처럼 지난 세기 더욱 난해해진 예술은 상류계급의 소비양식으로 발전되고, 그들이 다른 계급과 구별짓는 중요한 문화적 도구로 전락한 면도 간과할 수 없다.2)
예술의 기능은 예술가가 가지고 있는 초월적 감각이나 현실에 대한 직관적 인식을 통해서 동시대의 삶이나 미래에 대한 조망까지 한꺼번에 제시한다. 하지만, 현대 미술을 통한 삶의 조망은 특별한 교육적 여건이 없으면 불가능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그래서 대중들은 예술을 더욱 소원하게만 느끼는 것 같다. 최근 많은 갤러리들은 도슨트docent, 작품설명 담당자를 채용해 일반 대중과의 소통을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 하겠지만, 예술이라는 단어가 초월적인 인간에 의해서 창조되는 생소하고 난해한 미지적 영역을 나타내는 대명사가 된 것은 이젠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일반인들이 즐기기엔 지나치게 추상화 된, 심지어 예술가들 사이에서도 스스로의 소통의 부재를 인정하게 만든 현대의 개념미술은 서양 지성사가 만들어 내는 난해한 담론의 풍요 속에서도 빈곤한 혹은 공허한 실존을 앙상히 드러내고 있다. 이것은 비물질성을 표방하는 해체주의 미술이 자본주의 안에 살아가는 예술가들에게 어떤 고행자 혹은 초월적 기표로서의 무리한 역할을 감내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의 사회에서 자본을 생산하지 못하는 이 개념미술가들의 휘발성 작품들이 테크놀러지를 이용한 기록에만 치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물질과 대상성마저 해체시킨 현대의 개념미술이 새로운 세기엔 어떤 담론을 이끌어 갈 지 자못 궁금함을 감출 수가 없다.
현대도예는 지역성과 민족성을 바탕으로 기술과 제작과정을 중요시 해온 공예적인 전통과 급변하는 현대미술의 담론 사이에서 과도기적 상흔傷痕을 안고 새로운 정체성을 모색해가고 있는 상황이다. 수천, 수만 년을 아우르는 공예적 전통과 도자산업의 대량 생산양식에 의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도자가 현대미술의 담론에 참여하기란 실질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것이 현실이었다. 하지만, 최근 대학교육은 전통적이거나 실용적인 도자보다는 다른 미술 분야와의 통섭을 추구하는 통합교과과정interdisciplinary course을 운영하면서 오브제적이거나 조각적인 사고를 학생들에게 강조해왔다. 사실 오브제의 의미는 순수미술에서는 전통적인 회화에 대한 반예술의 개념으로 파생되었던 반면, 공예에서의 오브제의 개념은 실용성의 반대개념으로 출발하였다.3) 하지만, 물레 위에서 생산된 실용적인 용기container의 형태에서 진화된 도자 오브제 작품이 순수미술을 위한 인위적인 조각이 되어가는 과정은 현대미술의 시각에서 보면 다소 생경한 구경거리가 될 수도 있었다. 그것은 실용적인 그릇도 아니고, 작품으로 보기에도 도예가라는 정체성만을 강조하는 기vessel의 형태를 지닌 사생아적인 오브제를 잉태시켰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미술시장에서 순수미술에 대적할 만한 조각 작품으로써의 가치와 디자인의 상품적 가치를 모두 충족시키기엔 도자오브제는 어느 정도 한계성에 노출되는 상황이 지속되었다. 이것이 도자오브제가 현대미술의 중심에 들어가지 못하고 주변부에서 서성이게 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미국 도예 비평가 가뜨 클락Garth Clark은 오브제를 추구하는 현대 도예가들의 흙의 물성에 대한 지나친 집착과 작업과정에서 오는 단편적인 시야가 현대도예를 현대미술의 주변부로 몰게 한 집적적인 원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현대미술을 이끌고 있는 예술가들 중에서 도예가를 찾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 흙이 가지고 있는 물성과 전통성이 경계와 장르의 해체를 표방하는 현대미술의 담론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가 힘들게 만들기 때문이었다.
세계 미술시장에서의 현대도예의 고전苦戰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미술 시장을 확보하고 있는 미국의 SOFAThe International Expositions of Sculpture Objects and Functional Art는 세계 현대도예 작품의 판매와 홍보에 있어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뉴욕에서는 ‘가뜨 클락Garth Clark’ 갤러리만이 유일한 도예전문 갤러리로 남아 있을 만큼 세계 미술시장에서 현대 도예작품은 다른 순수 미술작품에 비해 저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현대 도예가들은 분명 ‘지금 여기’의 문화가 지니는 공예적 특성과 현대적 미학 이데올로기에 대한 치열한 성찰을 필요로 한다. 이것이 현대도예가 공예적 전통과 아방가르드적 현대미술라는 서로 극단적 대립항을 끌어안고 가면서, 우리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일 것이다.
아직도 진행 중인 현대도예의 정체성에 관한 물음은 현대도예가 현대미술을 아우르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필연적 과정인지, 아니면 이대로 도예계 안에서 ‘우리들만의 시각문법’을 즐기며 자위를 할 운명인지 생각의 여지가 많은 부분이다. 이 시점에서 현대 도예가 제프리 몽그레인Jeffrey Mongrain의 존재감이 더욱 크게 다가오는 것은 그의 작품에 내재되어 있는 도자의 오브제적 매체성과 철학적 사유의 힘이 현대도예의 의미심장한 방향성을 제시해주기 때문이다.
세계 현대도예에서 독특한 개념미술의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제프리 몽그레인Jeffrey Mongrain의 작품은 형태적인 면에서는 작품의 현전성presence을 최소화시킨 초기 미니멀리즘minimalism적 경향을 나타내고 있지만, 개념적인 면에서는 성스러운 공간 속에 숨겨진 비의秘意의 대화를 통한 새로운 언어의 생성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작품 「연기와 소리와 무게The weight of smoke and sound」에서 보듯, 그는 언어 속에 감추어진 비의의 세계를 관객들에게 전한다. 연기의 무게는 과연 얼마일까? 소리라는 것이 과연 무게가 있는 것일까? 이런 식상한 질문들은 그의 작품에서 의미가 없다. 그는 일상의 사물들이 지니고 있는  언어적 정의를 개별적 존재에 머물러 있게 하지 않고, 그 범위를 현상계를 넘어선 초월적 성스러운 공간으로 이동시킨다.
「하루 밤의 숨A Night’s Breath」이란 작품에서는 머리모양으로 움푹 들어간 베개 조각상 속에 한 여인이 여덟 시간 동안 잠을 자면서 호흡한 수분의 양을 모아 담아두었다. 이 베게의 모양은 중세 유럽 성당 지하에 있는 조각상에서 영향을 받았고, 그것은 마치 부유하는 듯이 갤러리 벽면 중간에 떠있다. 곧 사라질 수분의 존재감과 종교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이 작품은 대상의 기표signifier와 기의signified를 개인적이고, 정치적인 공간으로 이끌고, 그 곳에서 새로운 비의秘意를 생산한다.
스코틀랜드의 어느 성당에 한 심령술사가 1미터가 넘는 크기의 추錘, plumber 모양의 추측자를 최근 통풍기를 설치하려다 발견된 흑사병 시기에 죽은 10구의 시신이 묻힌 지점에 매달았다. 이 시신들이 발견된 이후 그 심령술사는 이 추측자를 이용해서 12세기 성당 지하에 묻힌 다른 시신을 찾기 위한 시도를 한다. 제프리 몽그레인Jeffrey Mongrain은 이런 신비술사들의 관습을 「추측자Diviner」라는 설치작품으로 끌어들인다.
제프리 몽그레인Jeffrey Mongrain의 이러한 일련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카오스적 존재의 비의秘意는 모더니즘 조각에서 보이는 자기 지시적 언어self-referentiality를 해체시키고, 실재 세계에 지시대상을 갖고 있지 않는 언어에 대한 언어 즉, 메타언어4)의 기법을 사용함으로써 가능해진다. 제프리 몽그레인은 사물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기능을 제거시킨 도자 오브제를 통하여 메타언어를 현실화시키고 있다.
모더니즘을 상징했던 원작성originality, 자율성autonomy, 진정성authenticity5)은 포스트모더니즘의 해체주의에 의해 탈구성, 불확실성, 비물질성과 같은 네가티브 공간negative space을 향한 친부살해적 욕망으로 전이되었다. 제프리 몽그레인Jeffrey Mongrain의 작품에서 등장하는 파지티브 공간positive space은 미니멀적인 도자 오브제로 구성되어 있고, 그 공간들은 작품의 텍스트text와 함께 현상계 너머 비의秘意를 생산하는 네가티브 공간으로 전이된다. 

일부 내용이 생략됩니다. 월간도예 2011.02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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