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학연수
일본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일본어는 필수이고 일본의 학교에 대한 정보도 거의 가지고 있지 못했었기에 일단 일본어 어학연수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필자의 경우도 어학연수를 위해서는 일본어학연수 전문의 유학원을 통할 수 밖에 없었지만, 일단은 유학원을 통하는 편이 비교적 수월하게 일을 진행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일본 현지의 어학교에 관광비자로 찾아와 개인적으로 현지에서 어학연수로 전환하는 경우는 서류 처리도 힘들고 비용도 결코 저렴하진 않은 듯했다. 그러나 유학원이라 해도 어학교 이외의 정보를 얻기는 힘든 편이며 최종적으로 가고자 하는 학교의 정보는 일본 현지에서 직접 찾을 수밖에 없었다.
일본의 경우 어학연수 비자는 두 종류가 있다. 외국인학생에게 일본어만을 가르치는 학교를 가는 경우는 취학비자(입학 준비자 자격의 비자)를 받게 되고 일본인 학생에게 외국어를 가르치는 학교에 부설된 일본어학교에 입학하는 경우 유학비자를 받을 수 있다. 당연히 유학비자의 경우가 이런 저런 혜택의 폭이 넓다. 일본의 교통물가는 한국에서 택시 탈 비용으로 지하철을 탄다고 할 만큼 비싸다. 유학비자의 경우 교통 노선에 관계없이 정기권과 JR, 신칸센 등의 학생할인을 적용 받을 수 있지만, 취학비자의 경우 학교와 계약된 교통회사 이외의 운송회사 등의 교통기관은 학생할인을 받을 수 없다. 아르바이트의 경우도 취학비자와 유학비자의 활동시간에 제한이 다르게 적용이 된다. 게다가 취학비자는 대부분 6개월 단위로 갱신을 해야 하며 드물게 1년짜리 취학비자가 나오는 학교도 있다. 갱신시기가 되면 그때마다 송금 증빙 서류 등을 준비하여야 하기 때문에 은근히 부담이 되기도 한다. 방학 때 한국에 다녀가기라도 하려면 그때마다 제 입국 허가를 받아야 하는 불편함도 있다. 유학비자는 1년 혹은 2년이고 비자 기간 중 여러 번 일본을 나와도 되는 복수제입국허가를 받을 수도 있다. 따라서 가능하다면 어학교도 유학비자가 나오는 곳을 찾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전문학교의 선택
외국인이 일본의 전문학교를 가는 경우 일본 유학시험을 보고 입학 자격을 가지고 있거나 일본내 어학교를 6개월 이상 통학하고 있고 해당학교 입학시험에서 공부하는데 어려움이 없다고 판단되면 가능하다. 필자의 경우는 후자로 일본 유학시험의 존재는 전문학교 입학이 확정 된 후 알게 돼 개인적으로 경험하지 않은 부분이라 언급하지 않겠다. 일단 어느 쪽이든 입학할 수 있는 기본 자격이 있다면 학교를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에서 미리 유학원 등을 통해 조금이라도 정보가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대부분은 어학교의 진학담당자를 통해 정보를 얻는 것이 보통이다. 그나마 일본 전체의 자료를 다 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일본은 지역 특색이 유난히 두드러지는 나라인지라 동일본 지역과 서일본 지역의 각종 지표가 상반되게 나타나는 경우도 많고 전기도 동일본과 서일본이 전압은 같은 100V이어도 동일본은 50Hz, 서일본은 60Hz로 주파수가 달라 종종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이다. 도예에 관련된 사항으로 지역적 차이를 찾아본다면 동일본 지역에는 다완을 만드는 도예 공방이 없다. 그런 지역적 차이를 미리 알고 간다면 좀더 수월한 유학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
일본 현지에서 그나마 도예관련 교육기관에 대해 참고할만한 책은 서점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도예가가 되고싶다陶芸家になりたい」, 「전국도예학교시설가이드全國陶芸學校施設ガイド」(사진 출처 아마존 재팬)가 그것이다. 「도예가가 되고 싶다陶芸家になりたい」의 경우 일본에서 도예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각종 방법(다양한 학교와 도예교실 안내, 요장에 제자로 입문하는 법 등)을 설명해 놓아서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안내서라 할 수 있다. 「전국도예학교시설가이드全國陶芸學校施設ガイド」의 경우는 각종 도예 교육기관의 위치와 시설 등에 관한 안내서이다. 이러한 학교와 책자의 안내를 바탕으로 해당 학교에 전화 또는 우편으로 학교에 관한 소개와 원서 등을 요청하게 된다. 일본의 경우는 학교마다 그 특색이 많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관심 있는 학교가 주최하는 체험입학 또는 오픈 캠퍼스 행사를 꼭 참석해 볼 것을 권한다.
필자의 경우도 자료를 요청한 학교가 여섯곳으로 그 중 세곳을 직접 방문해 보았는데 처음 방문한 중앙학원 도예학교의 경우 도쿄에서 전철을 3번 갈아타고 2시간 걸려 찾아갔다. 이곳은 도자기의 소지 즉 흙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3년제 학교로 1학년 때 백자와 청자를 각각 2번 성형해서 구워본 후 2학년이 되면 일본 전국을 돌며 자기가 생각하는 도자기에 어울리는 흙을 찾아 다니는 독특한 커리큘럼이 있었다. 두번째로 찾아간 교토전통공예전문학교(http://www.task.or.jp/index. html, 홈페이지가 최근 교토 전통공예대학교로 이름이 바뀌었음)의 경우 교토역에서 특급열차로 40분 정도 떨어진 교토부 외곽의 소노베라는 곳에 위치하고 있고 이름 그대로 교토의 전통공예를 전수하는 학교이다. 도자기의 경우 백자소지 위에 그림을 그려내는 교토식 도자기를 가르치고 있으며 체험입학 때 본 모습은 1학년은 물레 연습을, 2학년과 3년차의 연구과 학생들은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이곳은 실습장에 100여기의 물레가 구비돼있는 일본 최대의 실습장이었다. 마지막으로 찾아가 본 필자가 졸업한 오사카예술대학 부설 오사카 미술 전문학교(http:// www.bisen.ac.jp/index.html)는 오사카 시내 텐노지 역에서 한정거장 떨어진 비쇼엔에 위치해있어 그간 방문해온 학교 중 유일하게 도심지에 있었다. 오사카 미술 전문학교의 경우는 도자기를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이지만 관련된 다른 부분을 같이 익힘으로써 전통적인 그릇이라는 도자기의 관념을 벗어나 자기를 표현하는 것을 중시하는 학교였다.
위와 같이 각 학교마다 특징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학교의 시설이나 설립연혁 등을 소개하는 안내서 만으로는 유학시 학교 선택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입학시험
우리나라도 대학입시에 여러 형태의 입시가 치러지고 있지만 일본 전문학교의 경우는 좀더 다양한 입시가 여러 번에 걸쳐 치러진다. 오사카 미술전문학교의 경우는 장학생입학시험, 추천입학시험, 일반입학시험, 사회인입학시험 등의 시험이 있고 매년 4회 정도 입시를 치른다. 각 입학시험의 형태에 따라 시험 내용도 다르고 입시 시기도 달라지게 되는데 필자의 경우는 추천입학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 어학교 교장의 추천서를 받아 치른 입시로 2~3줄 정도로 제시된 형태 설명에 대해 30분 정도의 스케치와 10분 정도의 개별 면접이 있고 필기시험은 한국에서 가져간 학교 성적증명서와 일본어학교 성적증명서로 대체하여 치르는 전형이었다. 면접의 경우 수험생 1명에게 2명의 면접관이 질문을 하는 형태로 진행이 되었다. 장학생 입시의 경우 2시간짜리 데생과 주제작문시험이 추가되고 일반 입시의 경우 이것과 더불어 필기시험이 추가된다. 물론 장학생 입시의 경우 학교장 추천과 성적증명은 필수이다. 가고 싶은 학교가 여럿이라면 각 학교별로 특성화된 시험을 각각 치러 합격한 학교를 선택해서 가는 것도 가능하다.
학교생활
기본적으로 학교를 공부를 목적으로 가는 것은 어디나 다를 바 없다. 단지 일본은 신학기가 4월에 시작하기 때문에 졸업을 3월에 하게 되는 것이 우리나라와 다르다. 오사카 미술전문학교의 학기 구성은 여름방학은 약 한달, 겨울방학은 3주이며 봄방학이 한달 이상으로 길다. 전문학교의 경우 수업의 대부분이 실습 혹은 연습으로 구성돼 있다. 짧게는 3시간 정도에서 길게는 6시간짜리 수업도 있다. 특히 학교 정책상 정규 업무시간 이외의 야간 등에 강의실과 실습실의 개방을 하지 않기 때문에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않으면 진도를 따라가기가 상당히 곤란해지는 경우가 많다. 또한 여름방학과 봄방학을 이용한 특별강좌도 편성돼 도예전공의 경우 실무에서 활동하는 각종 도자기 관련의 회사나 공방의 강사가 초청되거나 현직 작가가 직접 강사로 오는 경우도 있다. 본지 2007년 2월호 <일본현대 도예의 새로운 흐름II>에 소개된 도예가 아오키 켄은 오사카 미술 전문학교를 졸업한 전업작가로 모교를 찾아와 후배를 지도했으며, 2007년부터는 본지 2007년 3월호 <일본현대 도예의 새로운 흐름III>에 소개되었던 도예가 가메이 요이치로가 일주일에 한번 강사로 출강하고 있다.
도자전공 커리큘럼 운영은 도자기와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지는 않지만 데생이나 조형, 유리공예, 사진 등을 익혀두면 도움이 될만한 수업을 이수하도록 되어있고 제법 많은 시간을 할애하도록 하고 있다. 가르치는 지도자와 배우는 학생의 관계도 좋은 편으로 도예 이외의 장르에 관한 이해와 교류의 확대에 도움이 되는 수업들이다. 이러한 수업구성은 필자가 그 학교를 선택한 이유이기도 했다.
졸업작품
일본의 경우 졸업 작품전보다는 졸업 제작전이라는 표현을 한다. 졸업을 위해 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2년제 학교인 오사카 미술 전문학교의 경우 2학년 여름방학에 들어가기 직전에 졸업제작 계획서 양식을 나누어 준다. 여름방학 기간 동안 고민한 후 제출하라는 의미인것이다. 양식의 내용은 작품의 타이틀, 계획의도 혹은 계기, 성형방법, 유약의 종류, 번조방법의 선택, 형태의 스케치 등을 아주 세세하게 계획서에 서술 후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방학이 끝난 후 제출한 양식은 담당 교수가 검토하고 수정 보완하거나 반려되는 경우도 있다. 필자 본인의 경우도 2차례 반려돼 학교 전체의 계획서 제출기한에 어렵게 맞추기도 했다. 계획서 제출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문화적 배경이 달라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의 설명과 이해였고 결국 예술이나 공예품도 말이나 글은 아니지만 문화적 배경에 맞는 번역과 통역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한 기회였다. 그렇게 졸업 해당년도 마지막 학기는 졸업 제작에 집중하며 보냈고 겨울 방학이 끝남과 거의 동시에 졸업제작 심사를 받게 됐다.
졸업제작 심사에서 전공별 최우수자는 ´졸업 제작상´을 다음 우수자는 ‘전공상’을 수상하게 되고 다시 졸업 제작상 수상작들만을 모아 심사를 거쳐 ´설립자상´인 츠카모토 쇼우지 상과 교장상, 학장상의 순서로 추가수상자가 선정된다.(애석하게도 필자는 졸업 제작상에 머물고 말았다.) 그 후 학교의 전시실에서 2월 중순경 졸업 제작전을 하고 다시 졸업 제작상이상의 수상작들을 모아 오사카예술대 그룹 3개교(예술대, 단과대, 전문학교)의 합동전을 2월 하순에서 말까지 일주일간 오사카의 산토리 뮤지엄에서 갖고 마무리됐다.
졸업과 졸업후의 진로
졸업식은 3월에 열린다. 올해에는 지난 3월 19일에 졸업식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졸업식과 큰 차이 없이 진행되지만 다른 점을 찾자면 여학생들이 하카마라고 하는 일본 전통의상을 입는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라 할 수 있다.
졸업후의 진로는 1학년 때의 10월부터 취업 담당자가 학생 개개인과 면담하여 취업 혹은 진학에 관한 자료를 제공해주고 회사 방문시 요령, 입사원서 쓸 때의 주의사항, 복장 선택 등 상당히 세세한 지도지침을 제공해 준다. 도예전공의 경우 졸업예정자 중 본인은 귀국, 두 사람은 학교의 연구과 진학 등의 선택이 있었고 도예 관련 회사의 취직을 원하는 경우와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려는 친구들도 있었다. 상급학교 진학의 경우 같은 오사카 예술대 그룹의 오사카 예술대학으로 진학할 경우 성적에 따라 2학년 혹은 3학년으로 편입학이 가능하다. 필자처럼 이미 학부를 졸업한 경우 대학원 진학을 문의해 보니 학부 체계가 달라 3학년 편입을 하거나 연구과 졸업 후 실무에서 1년 정도의 경험을 하고 올 것을 요구해왔다. 취업의 경우는 대부분 도예 교실에서 강사를 모집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그밖에 시가라키의 공방에서 일할 인재를 모집하는 공고도 있었다.
장학금
일본이 외국인 유학생에게 장학금이 후하다고 알려져 왔으나 고이즈미 정권 이후 그 규모가 점차 줄어 지금은 예전에 비해 상당히 축소된 상황이다. 사비 외국인유학생 학습 장려비라는 명목의 예전 문부성 장학금으로 월 5만엔 정도 받을 수 있기는 하지만 학교에 배정된 추천인원에 제한이 있고 오사카부 전체의 외국인 유학생(어학 연수생 포함)중 10%만 혜택을 주기 때문에 쉽게 받기는 어렵다. 오사카부 자체적으로 오사카부 내의 일본어 학교를 졸업하고 오사카부 내의 상급학교로 진학한 경우 비슷한 규모의 학습장려비를 받을 수 있지만 필자의 경우 어학교를 도쿄에서 다닌 관계로 대상이 될 수 없었다. 오사카 미술전문학교의 경우 연간 10만엔의 사비 유학생 학습 장려비가 지급되고 있으며 내외국인에 관계없이 전공별 성적 우수자에게 연간 52만엔 정도의 장학금 지금도 이루어지고 있다. 필자의 경우 2학년 승급과정에서 성적 우수 장학생으로 선발되었으나 형평성의 이유로 사비 외국인유학생 학습 장려비의 추천을 받지 못했다. 그 외에 교우회의 학습장려비가 일부 지원이 되지만 상당히 까다로운 절차를 필요로 하고 이 역시 다른 장학금 수혜를 받고 있는 경우 신청이 되지 않는다.
위와 같이 필자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일본 전문학교의 유학 과정과 학교에 관한 내용을 정리해 보았다. 유학 기간 중에는 학교생활 이외의 일반생활부분에서도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외국인이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나 주거문제에 있어 은근한 거부감을 표시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며 지방분권의 특색이 강한 일본 사회의 특성상 어학연수와 진학을 하는 곳이 다를 경우 각종 서류 절차와 신고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은행의 경우도 해당 지역내의 지점이 아니면 학교로부터의 장학금 수령이나 집세 혹은 각종 공과금 지불을 위한 계좌를 다시 개설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을 정도다. 가장 좋은 방법은 한국에서 충분한 정보를 수집, 검토해 본 뒤 어학연수와 진학을 같은 지역(우리나라의 특별시, 광역시, 도 정도의 범위)내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해결하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부족한 내용이지만 일본의 전문학교에 도예 유학을 고민하고 있다면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사진과 표가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세라믹스 2008.6월호를 참고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