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 철화분청사기의 주변재료 연구(2)
글·사진 이재황 도예가/정학예사
도예가가 물레에 흙반죽을 올려놓고 중심잡기를 하다보면, 커다란 손가락 사이로 삐져나온 고은 니류尼流점토가 왠지 기물을 만들기 위한 점액이고 에너지의 부산물이며 창작의 발상물질임을 무심코 느껴지게 한다.
조선시대 계룡산 사기장은 아름다운 풍경에 옹기종기 모여 살며, 그 커다란 손으로 신기에 가까운 조형능력을 배양하였다. 더불어, 또다시 붓을 든 화공이 되어 힘찬 붓놀림으로 일필휘지-筆揮之 추상적 문양을 조형물에 그려 넣는다. 그것은 마치, 이것저것 통달한 통섭通涉의 대가大家들인 것이다.
물 위로 튀어 오른 물고기와 미세한 바람결에 흔들린 잡초코끝의 가냘픈 선을 자연스럽게 그려 넣는 그런 멋진 장인들이다. 이러한 일은, 천부적 자질과 함께 없어서 안될 재료의 탐구에서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다. 계룡산 요지의 1992,93년 발굴조사에 의해 새로운 발굴(김영원)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앞으로도 좋은 자료를 기대하며, 지난호에 이어 계룡산의 주변재료를 소개하여 보았다.
유 약
도자기의 유약재료 구성은 번조시 1250℃에 유리질이 될 수 있는 장석유와 도석유로 말할 수 있으며, 이러한 조성 조건에는 물에 섞여 녹거나 번조시에 불에 타서 날아가지 않아야 한다.
유약은 기본 재료인 장석과 도석에 융제flex를 섞어 만든다. 융제에는 석회석이나 나무재 등이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조건에 맞는 첨가제를 혼합하여 유약조성을 한다.
- 계룡산은 대부분 화강암으로 구성되었으며 아름다운 기암괴석층을 이루고 있다. 그 중 1/3의 암석은 홍색 장석 화강암이다.
- 이 암석은 쉽게 분쇄되며 흑유ㆍ투명한 분청사기유ㆍ철화안료를 만들 수 있는 기본 재료가 되어 창작의 원동력이 되었다. 광산으로 윗·아래 사기막골에 소재한 인위적으로 파여진 몇개의 장석동굴이 이를 검증한다.
- 구무동굴과 서고청굴의 암석동굴은 금광이나 산골·주석광을 캐기 위한 수단으로 추정되며 ‘구무’는 조선시대 초에 쓰인 ‘굴’의 어원이며, 서고청은 1523~1591년대의 이 지역 대표적인 학자이다. 이는 철화분청사기 생성시기에 존재하였던 것을 알 수 있다.
- 부서진 암석은 하소과정을 거쳐 흑색유약으로 만들 수 있으며, 계룡산에는 흑유자기가 출토되었다.
- 철분을 제거하면 투명한 유약이 되며, 번조시 1250℃이전에 녹기 시작하여, 용융 범위가 넓은 것이 특징이다. 번조결과는 광택이 없고 때깔(선뜻 눈에 비치는 맵시와 빛깔)의 느낌이 좋으며, 묵직함을 느낄 수 있다.
- 계룡산의 철화분청사기는 유약의 구조는 몇가지 종류가 있다.
- 홍색 장석질 화강암은 사기막골 공암(암석동굴)을 형성하고 암석의 구성 성분은 다음과 같다.
철화안료
철료鐵料는 전통도자기에 그려진 철화청자, 철화분청사기, 철화백자의 철채鐵彩원료로 광물로 존재하며 생산 처리과정에서 많은 화학적 변화를 갖는다. 계룡산 철화분청사기의 철채는 자연에서 채취한 자연철을 사용하였다. 이는 번조후 다양한 철결정을 이루고 있는 철화청자와 철화백자의 석간주石間朱와는 분별되며 이것은 재료적인 구성 비율과 번조결과물이 다르게 나타난다. 또 도편의 번조온도가 낮으며 힘차고 단조로운 짙은 먹쑥색을 띄고 있다.
기록된 문헌으로는 「세조실록」 권 34 세조 10년 8월 부자조에 “전라도 경차관 구치동이 다시 순천부에서 회회청과 비숫한 돌을 채취해 화사기를 번조하였고 아울러 강진현에서는 청철을 채취해 바쳤다(全羅道 敬差官 丘致洞 採順天府回回靑相以石 畵沙器燔造 拜採康津縣靑鐵以進)와 「영조실록」 권 82, 영조 30년 7월 갑오조에 “도자기 그림은 오래 전부터 돌 사이의 자연철을 채취하여 그렸다(磁器之畵 古用石間朱)”
위 문헌의 기록과 같이 안료를 얻기 위해 돌을 곱게 분쇄하여 채취하였거나 자연적으로 생성된 천연안료를 체 걸름하여 사용하였다. 또 석간주에 대한 기록이 중종실록을 필두로 옛 문집文集에 가끔씩 서술될 정도로 기록되었으나 재료에 관한 정확한 명제를 표기하지 않음으로써 잊혀진 전통도자 재료의 복원이 필연적이라 할 수 있다. 과거 주로 사용된 철화안료의 재료로는 석간주, 적점토, 석별해 등이 있다.
산화철의 제원
철鐵, Fe은 도자기의 색을 내는 주요 발색제coloring agent이며 동시에 용융제fluxing agent로 작용하여 화도火度를 전체적으로 낮추는 역할을 한다. (전통도자기 제조기술 개발. 통상산업부)
일반적으로 철은 지각의 구성 물질 중 5.80(무게:%)로 네 번째로 많은 원소이며 우리나라 전통도자기의 우수한 재료로 중요한 역할을 하였으며 대부분 천연적으로 산출되는 철광석은 순수한 단일 광물이 아니다. 철의 산화상태는 크게 Fe2O3(ferric oxide), FeO(ferrous oxide) 및 Fe3O4(magnetic iron oxide)의 세 가지로 나누어진다. 점토안의 철 이온은 결정상태로 존재하며 환원정도에 따른 Fe3 와 Fe2의 비에 의해 점토의 색이 붉은 색에서 밤색, 회색 그리고 검은색으로 변하게 된다.
번조 과정에서 일어나는 산화철의 변화과정을 보면 Fe2O3→Fe3O4→FeO→Fe로 되어서 이러한 산화철 또는 철의 평형상태가 되어 공존하게 된다. 보통 흙 속에는 게타이트Geothite 즉 FeOOH로 표시되는 수산화철 형태의 철분으로 대부분 존재한다. 이 게타이트가 가열되면 산화제이철 즉 Fe2O3로 된다. 이것이 장작과 같은 연료를 불완전 연소시켜서 번조하면 일산화탄소가 생겨서 이것이 산화제이철과 작용해서 우선 삼사산화철 즉 Fe3O4(magnetite)이 되었다가 뷔스타이트wustite 즉 산화제일철 FeO가 된다.
분청사기 태토는 산화분위기 또는 중성분위기로 번조하여 산화제일철의 형태가 형성되지 않고 산화제이철이나 산화제삼철의 3가 이온이 그대로 남아서 갈색내지는 황색을 띄게 된다.
이러한 결과는 갈색과 붉은 황색의 분청사기 소지로 된다. 천연광물로는 흑색의 순도가 높은 자철석이 존재하며 산화철이 많이 들어 있는 흙이나 광물을 채색료로 썼을 경우에 갈색, 붉은색 내지는 흑색을 이르는 발색을 하여 한국과 중국에서 흑유라고 칭하는 천목天日유를 만들어 사용하였다.
구성 및 재질분석
현미경SEM을 이용하여 철화도편을 구성하는 재질을 파악하였다. 다음 도편陶片과 같이 소지 위에 분장토를 바르고 철채를 이용하여 철화를 그린 다음 건조 후 초벌과정을 거쳐 유약을 발라 소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철화 안료를 분석한 결과, 트리드마이트, 뮬라이트, 회장석이 검출되었으며 자연철이 Mg/Fe/Al 스피넬spinel 구조(이영은)를 갖는 순수한 단일 안료로 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소지인 태토는 주로 천연산의 이차 점토로써 미세한 함수규산반토(SiO2·Al2O3·2H2O)의 광물이고 대표되는 화학식은 고령토와 같은 Al2O3·2SiO2·2H2O이며(문은정.공주대) 미분말에 수분을 가하면 가소성이 생기고 건조하면 점성을 낸다.
계룡산 지역 철화안료로 가능한 철료
이 지역에 살면서 철화안료에 관한 복원자료를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을 아래와 같이 연구하여 보았다. ① 충남 공주 공암리 아래사기골에는 공암천을 따라 돌틈사이에 많은 철분이 포함된 검은 고운점토가 있다. ② 공암空岩에는 자철석(Fe3O4, magnetite)과 황철석(FeS2, 산골·한약재)을 채굴할 수 있다. ③ 공주시는 철을 생산하는 지역으로 철광석(Fe2O3)이 존재하며 이를 적점토와 5:5의 비율로 사용하면 짙은밤색의 철화안료를 구할수 있다. ④ 녹니석ㆍ카오린나이트로 혼합된 점토가 대량으로 윗사기골에 산재하고 있다.(발굴자: 김은실, 김은정, 김준성, 서미희, 이재황) 자체적으로 번조시에 검정색의 태토를 구할 수 있었으며 이를 자철석이나 기타 산화철에 사용하여 혼합하여 사용한다.
기타재료
철채의 재료를 구하기 위해 도예가의 기호에 맞게 다양한 방법을 사용된다.
오래된 가마솥의 밑부분을 긁어모아 사용한다, 또는 금속 상태의 철을 녹슬게 하여 빻아 사용한다. 등의 여러 가지의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천연산으로는 철광석을 찾아 갈아 사용하는 것도 있으며 철분이 많은 개울에 자석을 놓고 1시간 정도 끌고 다니면 한 줌의 산화철을 모을 수 있다
XRD분석 결과-흑색의 점토Black는 석영 및 장석외에 다른 광물이 검출되지 않았으며, SEM- EDX 결과와는 다르게 Fe가 포함된 광물은 전혀 동정되지 않는다. 녹니석은 석영과 장석 및 점토광물(카오리나이트, 녹니석, 스멕타이트, 운모류 등)이 검출되었다. 1250℃ 번조시 계룡산 파편에서 많이 산출되는 검정색의 소지가 되었으며 점성이 강하여 안료와 혼합하여 사용할 수 있었고 사적지와 거리가 아주 근접하게 있어 도토나 안료사용에 용의하였을 것이다.
결 언
1. 계룡산 학봉리 가마터에서 출토된 철화분청사기편은 태토가 거칠고 기공이 많은 것에 비해, 고온번조를 경험하여서 상대적으로 견고하고 치밀하다. 유약층에서는 자형의 회장석 결정이 관찰된다. 태토의 상전이가 있었는지는 불분명하다. 안료에서는 트리디마이트, 뮬라이트, 회장석을 검출하였으며, 일부 시료에서 스피넬의 존재를 확인하였다.
2. 학봉리 가마터에서 산출된 분청사기는 대체로 0.6 이하의 비슷한 대자율범위를 갖는다. 이는 근본적으로 동일한 과정에 의해 생성된 원료를 사용한 것을 의미한다. 분청사기는 정제하지 않은 토양을 사용하여 분급이 불량한 석영 및 장석이 관찰되며, 전체적으로 크고 작은 기공이 존재한다. 소지의 흑회색 내지 흑갈색은 불순물 및 높은 산화철의 함량으로 인한 것이다.
3. 분청사기는 각 구성 부분에 따라 특정 원소가 높게 검출되는 경향을 보인다. 소지층은 Fe와 뮬라이트 결정 형태를 따라 Al과 Si가 높게 분포하는 특징을 보이며, 분장토층에서는 Al의 함량이 높다. 유약 및 안료층은 Fe와 Ca가 높게 검출된다. 안료의 Fe 함량은 태토의 함량과 거의 비슷하게 검출되었다. 따라서 철화재료에는 철성분의 광물과 규장질 및 알카리 광물의 혼합이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4. 계룡산은 택리지에 명시된 명산으로 절경과 함께 오랜 기간 도자활동을 한 곳이다. 주변의 재료를 기반으로 세계적 명품을 창작해온 선조들에 감사드리며 이 지역의 명성이 다시 복원되길 바란다.
*이 자료는 동산도기 박물관의 협조에 의합니다.
< 더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07년 12월호 참조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