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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1월호 | 작가 리뷰 ]

천년을 이어온 여주 도자에 불어넣는 명장의 혼_ 최병덕
  • 이민희 기자
  • 등록 2025-02-04 14:5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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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도자기의 역사는 천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10세기 이후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중암리 고려백자가마터를 시작으로 도전리, 부평리 가마터, 북내면 청자 가마터, 강천면과 북내면 조선백자 가마터 등 여주는 고려 초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도자 역사를 같이 한다. 여주의 제4호 도예 명장인 최병덕 명장은 고향인 여주에서 40여 년 청화백자의 맥을 이어가며 전통의 가치를 지켜 나가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



최병덕(b.1957-) 명장은 여주 북내 출생으로 장송모도예연구소(무형문화재 6호)와 동구서숙(사농 전기중 선생_서예)으로부터 사사 했으며, 1990년 석담도예를 설립했다. 이후 명지대학교 대학원 도자기기술학과를 수료하고 이듬해인 2010년 여주군 도예명장에 선정되었다. 

여주 한마음도자기축제 추진위원장과 여주세종문화관광재단 이사를 역임했으며 여주시 문화상(문화예술부문)을 수상했다.


「백자 청화 십장생 당초문 단지」 42.5×31cm


도자기에 새긴 건강과 장수의 꿈

무병장수를 꿈꾸던 선조들은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기원하면서 병풍, 베갯 모, 신발, 기와 등 생활 속 다양한 기물에 십장생을 그려 넣었다. 도자기도 그 중 하나. 석담 최병덕 명장은 지난 가을 열린 세 번째 개인전 《십장생, 무 병장수를 꿈꾸다》를 통해 십장생도를 그려 넣은 도자기를 선보이며 장수를 기원했다. 십장생은 해, 산, 구름, 물, 소나무, 돌, 학, 불로초, 사슴, 거북 등 장수를 상징하는 열 가지 자연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최 명장은 오래도록 건강하고 평온한 삶을 기원하는 우리 조상들의 염원을 도자 예술로 재해석 했다. 전시에서는 십장생과 함께 당초문을 그려 넣은 작품을 선보였다. 당초문은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덩굴 무늬로, 재물이 지속적으로 번창하고 가문의 영화가 계속되는 것을 상징한다. 그의 작품에 그려진 당초문은 서로서로 연결되어 끊어지지 않게 표현되어 강인한 생명력과 무병장수를 의미한다. 


「백자 청화 팔각 단지」 30.5×28cm


“이번 전시를 위해 덩굴 문양을 많이 연구했어요. 기독교와 천주교에는 포도나무 문양이 덩굴처럼 이어지고, 이슬람에서는 꽃과 잎사귀, 식물 덩굴 등이 어우러진 아라베스크 문양이 대표적이에요. 종교가 다르고 문화가 달라도 인간이 원하는 것은 똑같아요. 누구나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을 꿈꾸죠.”

최 명장은 개인전을 준비할 때 도자기 작업 못지 않게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주제에 관한 심도 깊은 탐색이다. 이것은 최 명장이 도예가로 살아온 방식과 같다. 도예 공부를 마친 뒤에도 부족함을 느낀 그는 전기중 선생에게 서예를 배웠다. 그의 호인 ‘석담昔潭’도 전기중 선생에게 받았다. 돈에 휘둘리지 말고, 옛것을 존중하면서 옛것을 가슴에 담고 예술작품을 하라는 뜻이 담겨있다. 공방을 차린 뒤에는 역사 공부에 열중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서울대학교박물관 등 일주일에 한번씩 여주에서 서울을 오가며 청자, 백자, 불교문화, 석탑 등 다양한 역사 수업을 들었다.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만든 작품에는 작가의 혼이 담기지 않는다고 여기는 그는 그림 하나, 조각 하나에 담긴 뜻과 의미를 깊게 연구한다. 덕분에 그의 전시에서는 작품의 아름다움을 더해주는 풍성한 이야기가 담긴다. 


「백자 청화 십장생 팔각용준」 34×23cm, 「백자 청화 십장생 육각단지」 24.5×23cm


손 끝에서 다시 피어난 조선 청화백자

여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최병덕 명장은 19살에 전국 수채화공모전에서 특선을 수상할 정도로 회화에 재능이 있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군대를 가기 전에 잠깐 한복에 그림을 그리는 일을 하기도 했지만 제대 후에는 당시 최고의 직장 중 하나였던 대우실업에 입사했다. 그러다 휴가 차 내려 온 여주에서 우연히 고향 친구가 일하는 도자 공방을 방문했는데, 다시 서울에 올라온 뒤에도 도자기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렇게 남들 모두 부러워하는 서울의 큰 회사를 미련없이 그만두고 도예에 입문하게 된다. 봉급은 반으로 줄었고, 무보수로 일하기도 허다했지만 10년 간 원주, 안성, 여주 등 전국을 다니면서 도자 기술을 배웠다. 그리고 고향인 여주로 돌아와 석담도예를 열었다.  


「백자 백상감 당초문 단지」 33×33cm


백자, 청자, 분청, 토기 등 모든 도예 기술을 섭렵했지만 그 중 가장 최 명장의 마음을 끄는 것은 백자였다. 그는 순수하고 깨끗한 백자에 그림을 그리며 하얀 도화지에 원하는 인생을 설계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신비하고 아름다운 청화 안료를 특히나 좋아했던 그는 청화 안료와 가장 잘 어울리는 백자 작업을 많이 하게 됐고, 조선시대 청화 백자는 최 명장의 혼과 열정이 담긴 작품들로 전통과 현대를 이으며 아름답게 피어났다. 물레부터 가마 소성까지 도자기 제작 전 과정을 혼자 도맡아 하는 그는 거푸집과 조각칼 뿐만 아니라 청화 안료도 직접 만들어 쓴다. 최 명장의 청화 안료는 동료 도예가들 사이에서도 색감이 좋기로 유명해 안료를 얻고 싶다는 요청이 심심치 않게 들어온다. 그럴때마다 그는 직접 만든 안료를 아낌없이 나눠준다. 

최 명장은 다른 청화 백자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희소성이 높은 팔각 청화 백자 작업을 많이 한다. 각이 들어간 도자기는 성형이 어렵고, 소성 후에 불량률도 높은 편이라 숙련된 기술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그가 만드는 팔각 도자기에는 우주만물의 기원인 팔괘가 담겨있다. 각 면은 자연계의 구성인 하늘, 땅, 못, 불, 지진, 바람, 물, 산 등을 상징한다. 최근에는 한국의 전통 생각인 오방색에서 영감을 얻은 오각 도자를 연구하고 있다. 그는 세상의 빛깔 다섯가지를 골고루 갖춘 오방색이 상징하는 가득찬 복을 오각 도자에 담을 준비를 하고 있다.


「백자 청화 십장생 한글자음 연적」 6×6cm / 4×10cm(3pcs)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5년 1월 호를 참조 바랍니다. 정기구독(온라인 정기구독 포함)하시면 지난호 보기에서 PDF로 전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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