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수 교육생에서
나만의 브랜드를 이끄는 대표가 되다 !
올해 도자특화인재 창업창직 지원사업에는 창업을 꿈꾸는 작가들과 이제 막 창업을 시작한 초기 창업자 등 10명의 교육생들이 함께 했다. 이 중 최종 창업 아이템 발표에서 석연주, 조 혜령, 김경민 작가가 최우수 평가를 받았다. 96년생 동갑내기인 이들은 혼자서 시작했으면 멀리 돌아가고 험했을 창업의 길이 지원사업을 통해 한결 편안했다고 입을 모았다. 세상에 없던 새로운 브랜드를 이끌어 나갈 세 명의 젊은 작가들을 만나보자.
평화를 부르는 도자 호롱
구구공 석연주 대표
학교를 졸업하고 작업실을 찾던 석연주 작가는 마침 이천에 빈 공방이 하나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이천에 터를 잡았다. 도재상도 가까이 있고 도자 작업을 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환경을 갖춘 이천으로 오고 난 후 이번 지원사업도 참여하게 됐다.
석연주 작가의 브랜드 ‘구구공’의 창업 아이템은 도자 호롱이다. 호롱은 석사 논문 작업을 하면서 시작했던 작업이다. 큰 작업은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졌던 그는 스스로도 버겁지 않게 만들 수 있고, 공간 차지가 크지 않아 사람들도 쉽게 소비할 수 있는 작은 아이템을 고민하던 중 우연히 호롱을 보게 됐다. 전통적인 아이템인 호롱은 평소 쉽게 접하기 어렵지만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디자인하면 충분히 매력적인 제품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불을 밝히는 기존의 쓰임새에 방향제의 역할까지 더할 수 있는 점도 좋았다. 불멍을 하며 편안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도자 호롱은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의 목소리를 담은 구구에 공방을 붙여 만든 ‘구구공’이라는 석 대표의 브랜드와 잘 어울렸다.
호롱의 형태는 코스모스, 국화, 동백꽃, 감, 까눌레 등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든다. 그는 심지가 오일을 머금으면 불을 붙여 사용하면 되는데 좋아하는 향의 아로마 오일을 첨가하면 향초 보다 훨씬 편하게 쓸 수 있다고 귀띔한다. 석 대표의 구구공에서는 식기도 함께 제작할 예정이다. 국화를 위에서 내려다 본 이미지를 딴 오벌 형태의 접시를 비롯해 자연에서 볼 수 있는 꽃과 나뭇잎의 모양을 따서 식기를 만들고 있다.
학교에서 기술적인 면이나 자신의 작업을 끝까지 끌어 나가는 방법을 배웠다면 이번 지원사업에서는 그 후에 이뤄지는 일들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도자 분야에 특화되어 있어 작업에 바로 적용할 수도 있고, 먼저 창업한 분들의 이야기를 통해 실제 겪어보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것들도 미리 들을 수 있었다. 실제 도자기를 만들어 판매할 때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나 해결할 방안들을 배웠던 지적재산권 수업은 창업에 있어서 바로 적용을 할 수 있어 가장 만족스러운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특히 쉽게 만나 뵙기 어려운 작가님들께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점과 멘토링 제도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작품을 실제 제품화화는 데 문제가 되는 부분이나 보완할 점을 금방 찾아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 제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 “창업을 하면 모든 것이 처음이다 보니 실수가 많아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첫 시작을 든든한 지원과 함께 하니 부담이 한결 줄어들어요. 창업을 위해 꼭 해야 하는 일들을 배울 수 있어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었어요.” 석 대표는 지원을 통해 제품 포장지와 쇼핑백을 맞추고 다음 달에 코엑스에서 열리는 홈·테이블데코페어에 참여해 직접 소비자 반응도 살펴볼 예정이다.
현재 그의 작품들은 라이프편집숍에 입점을 했고, 내년에는 홈페이지나 스마트스토어를 구축해 온라인 판매도 진행할 계획이다. 온라인을 구축한 이후에는 패키징에 신경을 써 선물하기 좋은 아이템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다.
자연의 색채와 질감을 담은 테이블웨어
스튜디오 혜령 조혜령 대표
서울대학교에서는 매년 연말 도예 전공 재학생과 졸업생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지는 도예전공판매전이 열린다. 최근 몇 해는 오픈런이 벌어질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 작년 판매전에서 자개로 장식된 조혜령 대표의 작품은 단연 인기 품목 이었다. 대학원을 나온 뒤 혼자만의 작업공간을 새로 꾸리며 창업지원사업들을 알아보던 중 이번 지원사업을 알게 됐고, 마침 세라믹기술원이라는 공간에서 첫 창업을 준비하던 차에 지원사업에도 참여하게 됐다.
한국도예고등학교를 다니던 중 1년 정도 핀란드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내며, 그곳의 예술고등학교에서 도자기를 만들었다. 해가 길어지는 여름에는 시골별장에 머물며 호수에서 수영을 하고, 숲 속에서 블루베리를 따먹으며 보내기도 했다. 광활한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보낸 핀란드의 기억은 그의 작품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조혜령 작가는 탄산동의 발색을 활용하여 자연의 색과 질감을 담은 도자 테이블웨어를 제작한다. 작가와 브랜드가 일맥상통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작가 이름을 넣은 ‘스튜디오 혜령’을 창업했다.
백자의 표면에 자개를 결합한 작품을 이어나가던 중 작품 자체가 반짝이는 하나의 자연의 색채를 품게 하고 싶다는 생각에 청록 빛깔의 유약을 탐구하기 시작했고, 산화소성에서 에 메랄드 빛을 발현하는 탄산동이라는 재료로 유약연구를 이어나가고 있다. 한번 유약 실험을 할 때 적게는 2~30개에서 100여 개가 넘는 시편을 제작하는데, 이 시편들 중 보이는 한두 개의 아주 작은 가능성들이 그다음 작업을 이어 나가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주로 미세한 결정들이 단단한 표면을 이루는 청록색 유약을 사용해 바닷 속 조개껍질의 영롱한 빛 혹은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과 같은 자연의 색채와 질감을 담는다. 그는 자연의 색 중 녹색은 자연의 모든 색들을 가장 편안하게 품어주는 색이라는 생각으로 가장 먼저 청록색을 주제로 작업을 시작했다.
지원사업의 교육은 길지 않은 시간에도 불구 하고 도자 창업에 필요한 다양한 것들을 콤팩 트하게 배울 수 있었다. “학교에서는 작업만 하다 보니 내 작업을 사업으로 풀어내는 것이 어려웠어요. 경험이 없다 보니 사업계획서 쓰는 것이 너무 힘들었는데, 챗 gpt를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알려주셔서 많은 도움이 됐어요.” 브랜드화 시켰을 경우 대량 작업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멘토와 함께 고민하고, 유약의 안정성을 맞춰가는 과정에서 전문가의 피드백을 받으면서 창업을 하는 데 있어서 발생할 수 있는 장애물을 하나씩 없애 나갔다.
‘스튜디오 혜령’은 조금씩 주문 제작을 받으며 이제 막 판매를 시작했다. 현재 지원사업을 통해 로고를 제작 중이고, 그 후에 홈페이지를 만들어 온라인 판매도 시작할 예정이다. 브랜 드의 색을 중점으로 다양한 작업에 도전해 볼 계획이다. 제한되어 있는 형태와 제작방법에 변화를 주며 작품라인을 확장시키고, 꾸준한 실험을 바탕으로 브랜드의 다양한 컬렉션을 준비 중이다. ‘스튜디오 혜령’은 아름다운 그릇을 통해 자연의 풍경 속 작가가 담고자 했던 빛나는 찰나의 순간들을 일상에서 함께 품어 가며 살아가기를 바란다.
한 폭의 그림을 연출하는 액자형 화병
타미아스 김경민 대표
도예 전공을 한 김경민 대표는 학교를 졸업하고는 회사에 취직해 사무직으로 근무했다. 그 후 디자인 전공자 지인과 함께 인테리어 소품 관련한 창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디자인 제품을 자체 제작하려 동대문, 공장 등 여러 곳을 다녔지만 갈피를 못 잡고 힘들어하던 중 이번 지원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지원사업에 참여하기 전 직접 부딪히며 창업의 어려움을 몸소 느꼈기 때문에 무엇보다 멘토링이 절실했다. 평소 도자 분야의 동료들에게 지원사업의 강사님들의 명성을 익히 들었던 터라 창업에 대한 조언을 꼭 받고 싶었다.
김경민 작가가 창업한 ‘타미아스’의 주력 아이템은 액자 형태로 꽃을 꽂을 수 있는 화병이다. 여백의 미가 드러나는 동양의 꽃꽂이인 이케바나를 할 수 있는 화병으로 인센스 홀더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처음에는 뒷부분에 지지대가 있는 탁상용 액자 형태를 생각했는데, 원했던 앤틱한 무드를 넣기가 어려웠다. 고민하던 중 ‘왜 액자를 지지대로 기울이려 하나. 직각으로 세워서 사방에서 볼 수 있게 하면 어떨까’라는 멘토링을 받은 후 그다음부터는 일사천리로 작업이 진행됐다. 액자에 볼륨을 주고 식물을 꽂아서 그림이 연출되는 작품을 생각하며 작업을 이어 나갔다. 센터피스를 많이 하는 서양식 테이블 꽃장식과 달리 우리나라 가정에서는 테이블 중앙에 음식을 놓기 때문에 화병은 한쪽에 붙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세워지는 액자형 화병은 그러한 특징을 반영해 활용도를 높였다.
졸업 후 도예 작업을 하지 않아 쌓아 놓은 포트폴리오가 없었기 때문에 스스로 작가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그는 이번 지원사업을 통해 작업한 아이템으로 처음으로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을 만큼 만족했고, 자신감도 생겼다. 포털이나 SNS를 중심으로 하는 마케팅 수업에서는 실전 꿀팁을 많이 얻었다. “함께 수강했던 지원자들 중 초기 창업자들이 경험에서 우러나온 질문을 많이 했어요. 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많이 배웠어요.” 지난 8월에 세라믹기술원에 입주한 만큼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았지만 작업실에서 쪽잠을 자며, 멘토와 다른 작가들의 도움도 받으며 ‘타미아스’의 첫 번째 아이템을 완성했다.
생활에 필요한 물건이 모두 있는 앤틱한 잡화점을 추구하는 ‘타미아스’는 수공예를 좋아하는 곱슬머리 소녀 타미아라는 가상의 인물을 상상하며 브랜딩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가치가 깊어지는 앤틱한 무드를 현대적 쓰임으로 재해석한 제품들을 작업할 계획이다. 한때 도자기를 멀리 했지만 이번 지원사업을 통해 다시 만난 도자는 막연했던 그의 창업에 구성을 잡아주고 명확한 라인을 만들어 줬다. 화병에 이어 앤틱한 무드의 접시 작업도 막바지에 이르렀고, 위트 있는 멘트가 들어간 액세서리 트레이 겸 명함 트레이도 구상하고 있다. 브랜드 홈페이지도 만들며 하나하나 창업의 절차를 밟고 있는 그는 다음달에 열리는 공예트렌드페어에 참여할 예정이다. 작품을 처음 선보이는 만큼 소비자 반응을 알아보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다시 작가로 출발을 하는 그에게 이번 지원사업은 그 자체로 큰 응원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