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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12월호 | 작가 리뷰 ]

넘치는 예술 의지를 가진 안재영, 그의 장르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들
  • 임창섭 미술평론가
  • 등록 2025-01-03 10:4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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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까지 논리와 이성을 궁극원리로 삼아 구축한 거대 서사와 이념은 21세기가 20여 년 흐르면서 그 힘을 잃고 있다. 장대하며 긴 그리고 난해함을 앞세운 현대예술에서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대신, 말초신경을 짧고 넓게 자극하는 생소한 쇼츠-예술이 대중에게 소비되고 있다. 이렇게 변화된 예술의 장은 호기심 혹은 흥이 넘치는 이들의 신나는 창작의지를 표현할 수 있는 상상 출력소가 되었다. 어쩌면 이런 현상을 검토한 ‘수정 예술론’(단정할 수 없지만)이 등장할 시기인지도 모르겠다. 

기획자, 평론가, 그리고 작가로 활동하는 안재영은 이런 동 시대에 안성맞춤인 동시대 작가 모습을 갖추고 있다. 또 그의 넘치는 예술의지가 하루하루를 다투며 일하는 힘일 것이다. 그래서 21세기형 인간이라 호기심대로, 예술의지대로 다양한 미술 형식을 넘나드는 ‘N잡러’ 예술인이라고 불러도 좋을 듯하다. (왜 N이 둘 이상 복수라는 뜻을 갖는지 궁금했지만 찾지 못했다.) 



‘안재영’이라는 이름은 청주공예비엔날레 감독이라는 정보로 그러니까 2019년에야 처음 들었던 것 같다. 필자도 청주공예비엔날레 감독을 경험했기에 때가 되면 들리는 소식에 귀를 기울였던 때였지만 생소한 이름이었다. 그는 이미 광주교육대학 교수이면서 도자 작품을 발표하는 작가였으며, 심지어 조선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 부분에 당선되어 등단한 평론가이기도 했다. 적은 정보를 저장하는 컴퓨터, 느려터진 통신속도를 가진 인터넷을 닮은 나는 그 이름이 생소하다고 한 자신에게 비난했다. 그때… 안재영이라는 작가가 하는 일을 들여다볼 수록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지라는 의구심이 든다. 그중에서 그의 작품을 언급하기 전에 그가 어떻게 도자예술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그래야 그의 작품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전공이 뜻밖에 행정 학도였다. 이때까지 만해도 가진 끼를 주체 못 해 남들 안 하는 이탈리아 어학원에 다니며, 음악 밴드를 하고, 이곳저곳 예술 동네를 기웃거렸다. 그러다 무슨 바람인지 호기심인지 이탈리아 파엔자 국립도자예술 학교와 몇 곳에 입학원서를 넣었다. 예술에 관심은 많았지만, 반드시 도자를 배우겠다는 결심이 없었던 그에게 이탈리아 국립도자예술학교에서 덜컥 입학증이 날아왔다. 그것도 장학생으로 말이다. 

국내에서 어학원을 다녔지만, 본격적으로 이탈리아 현지에서 말을 배우며 도자예술을 처음부터 하나씩 배워 나갔다. 그는 이탈리아 도자기의 전통적인 제작기법인 마욜리카를 비롯해 현대 도자조각과 건축장식을 위한 도자기법, 유약 등을 공부했다. 그러면서도 호기심을 못 참아 ‘바지아노 오페라 아카데미’에 입학하여 디플롬을 받았다. 

심지어 전공이 오페라였다. 그는 미술, 음악 그리고 곧 뒤따르는 글쓰기까지 호기심을 펼친다. 이후 이탈리아를 오가며 도자와 페인팅의 경계를 넘나들며 제작과 발표를 시작해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안재영은 1996년 통인화랑에서 개인전을 시작으로 평면과 입체, 회화와 도자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의 창작열을 표출한 작품을 제작한다. 그의 초기활동은 1998년에 청년미술상을 수상(조형갤러리 선정)으로 이어진다. 이것을 시작으로 제7회 서울미술대상전(서울미술협회 주최)에서 「전통의 흔적을 현대적으로 풀어본다」라는 작품으로 최우수상을 받았다. 그리고 대한민국미술대전(제31회)에서 「항아리 1, 2」라는 작품으로 서울시장상을 받는다. 이외에도 여러 상을 받으면서 그의 창작능력을 인정받는다. 그의 작품은 기와 조형 형태를 넘나들며, 작가로서 가질만한 다양한 호기심대로 작품을 제작, 발표한다. 이 시기 인상적으로 보이는 작품은 인하대학교 대학원 BK21 교수로 있던 시절인 2011년에 오늘의 미술가상을 수상할 때 발표한 「사라진 기억」은 정사각형 평면 작품이다. 이탈리아 국립도예학교에서 다양한 제작 기법을 익혔던 그는 건축재료로 사용 되는 형식을 작품으로 치환한 시도로 보인다. 흔히 심상心象 이라고 표현하듯이, 기억의 잔재가 슬며시 사라져가는 흔적을 그린 회화작품이라고 불러도 좋을 듯하다. 재료만 흙 이지 그리는 형식은 회화와 다르지 않다. 특히 검정 바탕에 붉은색이 부드럽게 감기는 느낌이 추상화라는 느낌을 부여 한다. 


「청색그릇」 24×23×24cm | 2012


이후 「청색 그릇」이라고 제목 붙인 기 형태 작품을 제작하다가 안재영의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사각의 율동」을 곧이어 발표한다. 이 작품은 일본 동경, 영국 런던 등 외국에서 여러 차례 주목을 받았다. 적당한 두께를 가진 육면체에 공기를 서서히 빼 찌그러뜨린 입방체 모습을 한 작품이다. 제작방법을 간단히 설명하면, 흙물을 석고틀에 주입하는 이장주입으로 성형한 것, 즉 캐스팅 기법을 주로 사용한다. 계획한 형태대로 원형을 만들어 캐스팅하고 난 뒤에 선을 살리기 위해 다시 점토를 붙이거나 깎으며 원하는 대로 선을 살려낸다. 대략 40~50cm 정도 크기의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캐스팅은 이것보다 약 15% 정도는 더 커야 한다. 소성하는 과정을 거치면 수분이 빠지면서 크기가 수축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잘 계산된 공정을 거쳐야 하는 작업방식이다. 


「사각의 율동」 36×42×37cm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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