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수상, 사토 작가와의 대화:
도시의 소리와 에너지를 형태로 빚다
사토 마사유키에게 예술은 자기 탐구의 도구다. “나 자신을 알고 싶어서 작업을 합니다.”
그는 이 한마디로 자신의 예술적 여정을 요약한다. 이번 대만도자비엔날레 대상 수상작인 「Shell Nest 22-05」는 도시의 소음과 에너지에서 받은 영감을 추상적인 고치 형태로 풀어냈다. 사토는 이 복합적인 형태들을 통해 혼란 속에서 질서를 찾고, 그 안에서 감정적 해방과 카타르시스를 경험한다. 전통 도자 기법과 현대적 감각의 조화는 그의 작품에 독특한 생명력을 부여하며, 관객들에게 도시 속 보이지 않는 에너지와 감정을 투영하게 만든다.
이번 인터뷰에서 사토는 추상적 표현을 통해 자신과 세계를 이해해 나가는 예술의 과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의 작업은 관람객들에게도 내면의 깊이를 경험하게 하는 창이 될 것이다.
사토 마사유키 Sato Masayuki는 1968년 일본 니가타에서 태어났으며, 무사시노 미술대학에서 도예를 전공하고 다지미시 도자기 디자인 연구소를 수료했다. 이후 다양한 공모전과 전시에서 활약하며 일본 도예계의 주목받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1998년 국제도자기전 미노에서 도예 부문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으며, 2024년 대만도자비엔날레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그 예술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사토 작가는 현재 이바라키현립 가사마도예대학교의 특임 교수로 활동 중이며, 일본과 대만, 미국의 주요 도예 기관에서 다수의 전시와 워크숍을 진행해왔다. 그의 작품은 이바라키현 도예미술관, 기후현 현대도예미술관, 타이완 신베이 시립 잉거도자기박물관 등 여러 공공기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주로 전통적인 소재와 현대적인 조형미를 융합한 형태로 독창적인 도예 예술을 선보이고 있다.
2024 대만도자비엔날레 공모전 대상
「Shell nest 22-05 (hustle and bustle)」 porcelain | 2022
Q 이번 작품으로 대상을 수상하셨는데, 수상 소감과 이 작품이 작가님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이유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이 세계적인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게 되어 매우 감격스럽습니다. 오랫동안 자기에 진흙 슬러리를 사용한 작업을 해왔지만, 4년 전에 손으로 직접 형태를 빚는 방식으로 전환했습니다. 이 방식으로 변화를 추구하며 작업했고, 이번 수상으로 인정받게 되어 앞으로의 작업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Q 이번 작품에서 표현하고자 했던 감정이나 경험은 무엇인가요? 관람객이 그 감정을 어떻게 느끼기를 바라나요?
“도시에는 여러가지 소음이 들리잖아요? 빌딩 사이를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소리라든지 복합적인 소음이 들리는 도시 한 복판에 혼자 딱 서 있을때 느끼는 감정, 그때 받은 에너지를 영감으로 만들었습니다. 복잡하게 얽혀 발산하는 에너지를 어떻게 형태로 담아낼 수 있을지 고민하며 작업하죠. 관객들이 제 작품을 보면서 도시에서 느껴지는 다양한 감정들을 형태를 통해 느끼고, 그 안에 숨어 있는 에너지에 공감하길 바랍니다.”
Q 작업 방식이 틀을 사용하는 방법에서 손 성형으로 전환됐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러한 변화가 작업의 결과물과 표현 방식에 어떤 차이를 가져왔는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자기에 진흙 슬러리를 사용하여 물의 작용으로 발생하는 우연한 현상을 작업에 반영했었어요. 하지만 틀을 사용하다 보니 형태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었고, 이를 극복하고자 손 빚기로 전환했죠. 처음에는 ‘물의 둥지’라는 주제로 작업을 시작 했지만, 점차 ‘껍질’이라는 형태에 집중했어요. 그리고 감정을 표현하는 형태를 만들어나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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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상 수상, 개념을 빚어 전통을 잇다:
항아리 형태로 드러난 권진희의 탐구
대만도자비엔날레에서 금상을 수상한 권진희 작가는 전통 도예의 틀을 깨고, 현대적 감각과 디자인으로 도예의 경계를 넓히고 있다. 그는 전통적 형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건축적 영감과 강렬한 색감을 통해 도자의 가능성을 확장하려는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긴장감 있는 조형미와 완벽을 향한 집요함 속에서, 권진희 작가는 도자 예술이 전통의 재현을 넘어서 현대적 의미를 갖는 방식으로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인터뷰에서 권진희 작가는 전통과 현대를 잇는 도자의 의미와, 자신의 작업을 통해 찾고자 하는 집요함 미학을 이야기한다.
2024 대만도자비엔날레 금상
「Conceptual Core_Hangari」 porcelain, stain | 2023
권진희 Kwon Jinhee 작가는 홍익대학교 일반 대학원 도예과와 수원대학교 디자인학부 공예학과를 졸업하며 전통과 현대 도예의 기초를 다졌다. 그녀는 대만 신베이 시립 잉거도자박물관 레지던시와 국립 타이난 예술대학교의 비지팅 아티스트 참여, 해외 다수의 전시를 통해 국제적 경험을 쌓았다. 10점의 결과물을 모아 2016년 밀알미술관에서 첫 개인전을 선보였고, 2024년 타이베이에서의 《The Linear Space, 심플오브제》 같은 개인전을 통해 현대적인 디자인 감각과 전통 도자의 융합을 시도해왔다. 또한 2023년 코엑스에서 열린 공예트렌드페어, 홍콩 완차이에서 2022년 홍콩 파인아트아시아아트페어 등 다수의 국제 단체전에 참여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Conceptual Core_Hangari」
Q 이번 작품으로 금상을 수상하셨는데, 수상 소감을 말씀해 주세요.
“코로나 시기 동안 외부 활동이 줄어들고, 오롯이 작업에 집중했던 시간이었어요. 그 긴 시간 동안 작업실에서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가며 만들어낸 결과물이 이렇게 금상을 받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이번 상은 저의 침묵의 시간을 깨고, 예술가로서 다시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 준 중요한 계기입니다.”
Q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된 영감은 무엇인가요? 어떤 과정을 통해 작품으로 구체화되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 시대의 도예가를 두 가지 방향으로 나눈다면 전통을 그대로 계승하고자 하는 사람들과, 전통을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해 이 시대만의 전통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죠. 저는 후자에 속한다고 할 수 있어요. 대학 시절 도자뿐만 아니라 섬유, 시각예술, 비디오아트 등을 배우며 다양한 매체를 경험했어요. 이러한 배경이 자연스럽게 저의 작업에 영향을 미치면서 전통적인 도자기 형태에서 벗어나, 그래픽적인 스타일과 강렬한 색감을 도입하게 되었죠. 또한, 건축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어요. 전통적인 도자기와는 다르게 구조적인 형태를 만들어내고 싶었고, 긴장감 있는 형태와 선명한 색상을 조화롭게 결합하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작품에서도 길게 이어지는 흙 띠와 구조 사이의 틈, 그리고 강렬한 색상을 통해 전통 도자의 가능성을 새롭게 탐구하고자 했어요. 전통적인 틀을 넘어서 새로운 디자인 방향성을 추구하는 것이 제 작업의 핵심입니다.”
Q 창작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과,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저에게 가장 어려운 점은 완벽한 형태에 대한 강박이에요. 「Conceptual Core」 시리즈의 경우, 작품의 구조를 만드는 과정에서 흙 띠를 1mm의 오차도 없이 세밀하게 조절하며 형태를 완성하는 것이 중요했거든요. 하지만 누구도 가마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변화를 완벽하게 제어할 수는 없어요.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소성과정에서 불의 특성과 형태의 상호작용을 계속 연구하면서 개선하고자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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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 어떻게 도예에 기여하는가
입선 한화정 작가
수학과 도예, 이질적인 두 분야를 하나의 예술로 엮어내는 한화정 작가. 학부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이후 도예학 석사 학위를 받은 그녀는 수학의 논리적 사고와 도자 예술의 감성을 결합하여 새로운 예술적 가능성을 탐구한다. 한화정의 작품은 수학적 개념을 시각적 형태로 풀어내면서, 관객들에게 수학과 예술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아름다움을 창출하는지 보여준다. 이번 인터뷰에서 한화정 작가는 수학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두 학문 간의 융합을 통해 관객들과 소통하려는 자신의 창작 과정을 이야기한다. 그녀의 작품은 전통적인 틀을 넘어, 수학의 지성이 예술의 감성을 어떻게 자극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지, 그리고 서로 다른 두 세계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가치를 선사한다.
「With Math (1) 2nd edition」
한화정 작가는 충남대학교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영국 Cardiff Metropolitan University에서 도예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독특한 배경을 가진 도예가다. 그는 수학 이론에서 영감을 얻어 도자 작품을 창작함으로써, 전통적 도예와 수학적 사고의 융합을 통해 두 학문간의 교류를 표현한다. 한화정 작가는 프랑스, 영국, 베트남 등지에서 다양한 국제 전시에 참여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으며, 대한민국공예품대전에서 입상하고 K-CERAMIC과 GOOD DESIGN에 선정된 바 있다. 이러한 작품활동과 더불어, 국제수학 컨퍼런스를 비롯 초, 중, 고교 미술교사와 수학교사 대상, <창의융합형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방법개선 직무연수>에 수차례 초대되어 강연을 통해 예술과 수학의 융합에 대한 독창적 시각을 공유하고 있다.
Q 도예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51세 때였어요. 당시 둘째 아들이 대학에 입학하면서 갑자기 찾아온 정신적 여유가 두려워 동네에 있는 ‘도자기 핸드페인팅’ 공방을 찾게 되었죠. 그때부터 초벌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는 취미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이게 제 도예의 첫 입문이 되었어요. 사실 그림 그리기는 어릴 때부터 좋아했지만, 도자기 위에 붓으로 그릴 때의 감각은 종이와는 전혀 달랐어요. 손끝에 전해지는 그 새로운 느낌, 그리고 작업 중 언제든지 수정할 수 있는 자유로움 덕분에 순간의 영감을 바로바로 표현할 수 있었고, 그렇게 창작의 즐거움에 빠져들게 되었죠.
Q 이번 수상작의 구상부터 완성까지 창작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우리나라 전통 왕골 함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창작한 보석함 시리즈 「With Math (1)」는 ‘혁신을 중시하고 전통을 지키되 변화를 꿈꾼다.’라는 유럽 현대공예의 경향에 발맞춰 기존의 전통 도자 기법에 수학의 개념을 접목한 작품입니다. 우리 전통 함 고유의 아름다운 선과 멋, 단아함은 훼손되지 않도록 외형은 그대로 둥글고 낮게 디자인했지만 수학의 ‘파퍼스 체인정리 Pappus’Chain Theory’를 적용해 내부에 크고 작은 함들을 추가함으로써 개성을 더했어요. 이와 더불어 칸막이가 없어서 보석들끼리 서로 엉키기 십상인 전통 도자기의 기능적 결함을 해결했습니다. 내부 함들이 서로 다른 보석들의 효율적 분류와 보관을 가능케 할 것이라 기대 했었죠. 특히 이번 수상작 「With Math (1) 2nd edition」은 내부의 함에도 뚜껑 을 제작하고 이들 각각의 색감을 서로 다르게 채색해 외부로 꺼내 장식하거나 독립적으로도 사용될 수 있도록 쓰임과 장식성도 고려했어요. 모든 기물은 파퍼스 체인 정리로부터 계산된 정확한 수치의 석고를 제작하여 캐스팅하고 핸드 드로잉과 핸드페인팅, 그리고 부분 부분 에어 브러싱으로 마무리해 완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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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4년 12월호를 참조 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 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