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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12월호 | 나의 작업세계 ]

환영의 순간들_최설지
  • 최설지 작가
  • 등록 2025-01-02 10:47:58
  • 수정 2025-01-02 11: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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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진정한 나’를 찾고 싶어 하는 동시에 사회적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외부의 모습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외부에 보여지는 나와 내가 느끼는 나, 혹은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또 다른 내가 있다면, 과연 진짜 나는 누구인가. 이러한 질문 속에서 나는 ‘환영’이라는 개념에 주목하였다.


「Capture series」 (초록) 100x65x5cm | 백자토, 안료, 핀칭, 바느질 | 2024 

(파랑) 100x82x10cm | 백자토, 코발트, 핀칭, 바느질 | 2024


처음 나는 외부에 비치는 내 모습, 즉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형성된 나의 이미지를 허상이라고 여겼다. 그 이미지가 내가 스스로 느끼는 진정한 나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나에게 긍정적이고 완벽한 모습을 기대하고, 나 또한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였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모습은 마치 거울 속 이미지처럼 내 안에 존재하는 진짜 나를 반영하기보다는, 내가 어떻게 보여야 하는지에 대한 외적인 요구에서 비롯된 허상처럼 다가왔고, 실체가 없는 환영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렇게 타인의 시선에 의해 만들어진 가짜 모습 속에서 점차 소외되고 공허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나에게 ‘환영’은 처음엔 단순히 ‘외부에 비치는 가짜 모습’이라는 부정적인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나의 진정한 자아는 허상 뒤에 숨겨져 있고, 그 진정한 자아를 찾는 것이 나를 온전히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믿은 것이다. 그래서 나의 작업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 억지스러운 가면과도 같은 환영을 벗겨내는 과정이었다.

그러나 작업을 이어가며 스스로의 자아를 깊이 탐구하는 동안 생각이 점점 변화하기 시작했다. 외부에 보이는 모습이 단순히 허상이나 가짜가 아니라 그것 역시 나의 일부라는 점을 깨달은 것이다. 이제 나는 타인의 기대와 나의 욕망이 교차하며 만들어진 모습에서 나의 자아를 끊임없이 변화시키고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처럼 나에게 자아는 하나의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유동적이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이다. 그리고 타인의 시선에서 비롯된 외부의 모습뿐 아니라, 내가 느끼는 내면의 자아 또한 시간이 지나며 새롭게 형성되거나 재구성된다. 어느 한순간의 자아만을 진짜라고 할 수 없으며, 외부와 내면, 과거와 현재, 타인의 기대와 나의 욕망이 얽혀 만들어진 모든 모습이 결국 ‘나’를 이루는 다양한 모습인 것이다.


「Ruffle-I」 50×55.5×10cm | 백자토, 안료, 핀칭, 바느질 | 2024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4년 12월호를 참조 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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