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2024.11월호 | 특집 ]

[특집 III] 통가마로부터 생각나무를 빚어낸 생태예술가
  • 편집부
  • 등록 2024-12-06 11:46:45
  • 수정 2024-12-06 11:58:18
기사수정

전통 예술과 현대 생태 사상이 만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작업이 있다. 양승호 도예가는 우리나라 전통방식의 장작가마로 소성하는 통가마 방식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재정립하고자 한다. 그의 대표작 「생각하는 나무 ThinkTREEs」는 인간과 자연의 순환적 연결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하며, 생태 예술의 본질을 탐구한다. 


ⓒ Karel Moortgat, Gallery Adrian D, Belgium


자연과 인간, 그 상호작용의 철학

양승호의 작업은 단순한 공예품의 제작을 넘어, 자연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새로운 의미를 창출한다. 그는 도자기라는 매체를 통해 자연 재료와 불, 그리고 소성 과정의 복합적인 관계를 예술적으로 탐구한다. 이러한 과정은 단순한 기술의 영역을 넘어 예술가의 철학적 성찰을 요구한다. 특히, 그는 자연유를 사용한 소성 방식을 통해 자연의 본질적 속성을 드러내며, 이 과정을 예술적 메시지의 일부로 삼는다.

양승호는 자연유 도기를 통해 관객에게 직관적 감성을 자극하는 동시에 철학적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다. 이는 단순한 시각적 경험이 아닌, 관객의 감정과 사고를 동시에 움직이게 하는 작업이다. 그는 소성 과정에서 자연의 변화와 물질의 반응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이를 예술적 의미로 승화시킨다. “가마가 길을 안내하도록 하라”는 그의 철학적 원칙은, 인간이 자연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흐름에 순응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그의 이러한 접근법은 오늘날 인간과 자연 사이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인간은 자연을 자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지만, 양승호는 자연과 인간이 상호 의존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자연을 파트너로서 존중하는 태도를 갖기를 촉구한다.


생각하는 나무를 통해 드러나는 생태 예술의 의미

양승호의 대표작 「생각하는 나무Think TREEs」는 자연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단순한 조각이나 설치 예술의 경계를 넘어서, 자연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깊이 탐구하는 생태적 철학을 담고 있다. 생각하는 나무는 겉으로 보기에는 나무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그 안에는 인간의 손길이 남긴 흔적과 자연의 흐름 속에서 생성된 유기적인 질감이 공존하고 있다.

생각하는 나무는 생명과 죽음의 순환을 상징하며, 인간의 개입으로 생긴 상처를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양승호는 이 작품을 통해 자연과 인간 사이의 미묘한 균형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을 드러내고자 했다. 특히 이 작품에서 나무가 가진 생명력과 상처는, 인간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과 자연의 회복력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양승호는 이러한 생태 예술을 통해 관객에게 삶과 죽음, 생성과 소멸이라는 자연의 순환을 성찰하게 한다. 또한 그는 인간이 자연과 조화롭게 공존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도록 유도한다. 이를 통해 그의 작품은 단순한 시각적 경험에 그치지 않고, 철학적 사유와 감정적 울림을 동시에 자아낸다.


ⓒ Karel Moortgat, Gallery Adrian D, Belgium


통가마, 그 너머의 예술적 영감

양승호는 통가마를 단순한 소성 도구가 아닌,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상징하는 살아있는 존재로 인식한다. 그는 통가마와 함께하는 작업을 통해 흙, 불, 나무와의 상호작용을 실험하며, 인간과 자연이 상호존중하는 관계를 형성하고자 한다. 그의 철학에서 중요한 점은 가마 소성이 단순한 기술적 과정에 머물지 않고, 예술적 표현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이다.

그는 통가마 소성을 통해 얻은 영감이 그의 작업에 미치는 영향을 중요하게 여긴다. 통가마의 소성 과정은 예술가에게 결과물에 대한 예측 불가능성을 감수할 것을 요구하며, 이는 그에게 깊은 영감을 준다. 양승호는 온도계나 소성 콘 같은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대신 직관과 가마의 자연스러운 반응을 믿는다. 그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자연의 흐름을 그대로 수용하는 태도를 강조한다. 특히 그는 “통가마 불때기를 통한 공동체적인 작업활동은 불과의 교감을 통해 각자 스스로를 탐색해 보는 명상적 수련과정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또한, 양승호는 가마 내부의 불길을 시각적으로 보기 위해 가마 윗부분에 여러 개의 구멍을 뚫어 불꽃이 나오게 하는 구조를 1985년 프랑스 라본에서 처음 도입했으며, 이후 이 구조는 세계 여러 나라로 전파되었다. 이는 통가마 소성의 시각적 요소를 더욱 강조하며, 그의 철학적 접근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시도로 자리 잡았다.

그는 통가마 소성 과정에서 느끼는 ‘불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모든 것이 자연스레 흘러가도록 두는 철학을 실천한다. 이는 그가 불과 흙, 그리고 자연과 맺는 상호작용에서 얻는 깊은 만족감과 연결된다. 또한, 이러한 철학적 접근은 통가마를 단순한 기술적 도구로 여기는 것을 넘어, 자연과의 공동 창작 과정으로 승화시킨다. 


-----------------------------------------------------------------------------------

이 글은 『양승호의 생태예술』 도록을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참고문헌: 양승호. 양승호의 생태예술. 나오리생태예술원, 2021.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4년 11월호를 참조 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 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하실 수 있습니다.>

0
비담은 도재상_사이드배너
세라55_사이드
설봉초벌_사이드배너
산청도예초벌전시장_사이드배너
전시더보기
월간세라믹스
도예마당더보기
대호단양CC
대호알프스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