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현대미술 전시는 온고잉 프로젝트로 진행되며 전시 기간 중에 관람객의 참여 혹은 프로젝트 자체의 특성상 시간을 거듭하며 완성되는 방식을 취하기도 한다. 하지만 도자 전시는 전시물의 특성상 한 번 전시가 시작되면 변경되기 어렵다. 비교적 긴 기간 동안 진행되는 도자비엔날레에서 이런 완성형 도자기 전시의 특성은 다소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다. 2024경기도자비엔날레는 이런 완성형 도자 전시의 틀을 깨고 두 개의 전시연계형 프로그램 을 기획했다. 하나는 퍼포먼스의 형식이고, 다른 하나는 워크숍의 형식으로 진행된다.
우선 퍼포먼스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운드 퍼포먼스 프로젝트 그룹 샤먼 티룸이 진행했다. 아이 웨이 푸라는 조형예술을 기반으로 문학 등 융복합적 활동을 하는 예술가와 켄트 리라는 음악가가 함께하는 이 프로젝트 그룹은 ‘티 룸’이라는 팀 명처럼 다도를 기반으로 한 명상적 사운드 퍼포먼스를 펼친다. 여기서 샤먼 티룸은 도자 생산자로서가 아니라 활용자로서 활약한다. 다도의 기본이 되는 다구는 대표적인 도자기물이다. 샤먼 티룸은 퍼포먼스 과정에서 도자기 다구를 이용해 차를 우리고 이를 관람객들과 나누며 도자기의 쓰임에 대한 다양한 의미를 환기하게 만든다. 여기에 몽환적 사운드가 더해지며 단순히 명상적 다도가 아닌 그 너머 어딘가를 떠올리게 만든다. 이번 비엔날레에 샤먼 티룸은 지난 퍼포먼스의 다큐멘터리 영상으로 참여했다. 이 영상 작품은 《투게더: 몽테뉴의 고양이》라는 전시의 세번째 파트에 속해 있다. 세번째 파트는 ‘자신과 함께: 디지털 세상 속에서’라는 제목을 달고 초연결된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고립과 폭력으로 소외된 개인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전시에서는 이런 문제를 나를 찾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의례’를 통 해 극복하기를 제안하는데, 이번 전시 연계 프로그램에서는 바로 이런 의례의 일환으로 이번 비엔날레 버전의 새로운 퍼포먼스로 기획됐다.
이를 위해 ‘투게더’를 대화의 형식으로 풀어냈는데, 총 3개의 각기 다른 대화를 담아 ‘가벼운 대화 삼부작 Chat Triptych’이라는 프로젝트 제목을 달았다. 파트 1에서는 아이웨이 푸가 직접 쓴 문학과 시의 주제를 반영한 독백을 상징하는 음악이, 파트 2에서는 인간의 목소리로 녹음된 음악에 즉흥 연주가 겹쳐지며 자신과의 대화를 만들어 내고, 파트 3에서는 주변의 소리와 작가의 목소리를 합성한 음악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의 조화로운 공존을 의 미하는 사운드를 들려줬다. 사운드를 위해서는 명상종이라고도 불리는 싱잉볼과 육중한 음향을 자아내는 베이스 기타에 전자 음향 장치들을 악기로 활용했다. 이 명상적 사운드 퍼포먼스가 끝나자 마지막으로 다구를 활용해 우려낸 차를 자리에 함께 한 관람객들과 나누며 의례를 완성했다.
사진. 한국도자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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