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영의 소우주》는 부단한 불의 실험을 통해 우리 땅의 흙을 무한한 공간감과 찬란한 빛을 담은 소우주로 변환하는 전시이다. 김시영의 작업은 무수한 실험으로 계획된 작가의 의도와 우연이 결합하여 빅뱅의 폭발력을 응축한 듯한 소우주를 담아 두는 일이다. 마치 여러 행성들이 저마다의 빛을 내며 궤도를 도는 듯한 전시를 통해 미지의 영역에 대한 호기심을 일깨우고자 한다. 작가는 ‘고려 흑자’와 ‘송요변 다완’을 재현했을 뿐만 아니라 요변 현상 연구를 통해 독자적인 흑자색을 찾아낸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화염의 예술인 흑자의 표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자신만의 새로운 빛깔과 형태를 찾아내는 작업에 매진해 왔다.
「Planet TS_1」 35×32.5cm | soi, 1,350°C reduction firing | 2019
먼저, 그의 작업은 흑자에 적합한 흙을 찾는 데서 출발한다. 가평, 홍천, 철원 등 다양한 지역의 흙을 채취하고 조합해 태토와 유약을 만들고, 지질적 특성을 연구한다. 그의 작업이 흙 속 다양한 광물질을 깨우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광물질이 불로 연단되어 저마다의 모습을 스스로 드러내도록 한다. 이렇게 조합된 흙과 유약은 불의 실험을 거치게 된다. 흑자는 불의 미세한 변화에도 크기와 형태, 색상이 변형되는 폭이 커서 무척 까다로운 작업이라고 한다. 이틀에 한 번씩 1,320도에서 1,450도에 이르는 고온의 불을 정성껏 지피며 그는 “불의 분위기를 구사하는 방법은 하늘의 별자리처럼 다양하다”고 한다.
김시영의 흑자는 단순히 검은색이라기보다는 끝을 알 수 없이 펼쳐지는 깊고 검은 공간감 위에 살며시 떠오르는 찬란한 색을 특징으로 한다. 이것을 ‘구조색structural coloration’이라고 하는데 표면 입자들의 구조에 의해 빛의 반사와 간섭으로 만들어지는 색을 뜻한다. 예를 들어, 공작의 깃털이나 나비의 날개에서 나타나는 빛깔처럼 구조색은 외부의 빛과 보는 이의 각도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진다. 밤하늘의 별빛이나 우주의 은하수처럼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번지는 그의 구조색은 신비로운 비밀을 드러내는 듯하다.
김시영 작가의 흑자 다완
사진. 스페이스 이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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