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인가 담기 위해 그릇을 찾는다. 사람의 그릇에 따라 생각과 마음을 담는 질과 양이 다르듯, 그녀의 그릇은 담는 내용에 따라 그녀만의 가벼운 손끝이 감성을 담아 그릇을 빚어낸다.
장지원 작가의 작품은 산화소성에서 자아내는 은은한 색감을 갖는다. 그래서 그녀의 그릇이 필요에 의해 알맞은 장소에 놓일 때 그 빛은 더욱 은은하게 편안한 효과를 준다. 그릇에 놓인 음식이나 내용물들이 더욱 가치 있고 고풍스럽게 보이기 때문이다. 경험으로서의 예술을 집필한 존 듀이(John Dewey)는 경험에서 예술의 본질과 근간이 나온다고 말하고 있다. 도예가 장지원의 작품은 보는 것보다 사용했을 때 작가가 의도하는 그녀만의 향기가 느껴진다.
「탑」 2024
작가는 변색되지 않는 온화한 본연의 모습을 좋아한다. 화장기 없는 얼굴, 솔직한 표현, 그래서 작가의 작품은 참 담백하다. 자연의 근본인 흙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그녀가 빚어내는 작품들의 변화는 그녀의 삶의 변화를 대변이라도 하는 듯, 작품을 통해 보이지 않는 감성이 가시적으로 표출된다. 흙이 그녀의 손을 거쳐 과학을 만나면 또 다른 물성인 종이라는 이미지로 변하기도 하고, 천이라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작가는 표현하고자 하는 소재를 담백하게 표현해 낸다. 장지원 작가는 도예가 김석환 선생님의 자녀로 도예가 집안에서 자란 그녀의 환경은 자연스럽게 흙이라는 소재를 어려서부터 친숙하게 접하였으며 태어나기도 전에 흙이라는 재료를 익히고 나온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만드는 부분이다.
「꽃접시」 2004
단아한 「꽃접시」와 「연인」 작품은 장지원 작가의 초기 작품으로 물레성형에 의한 기물이다. 작가는 “물레성형에 의해 나온 작품들이 일률적인 형태로 느껴져 흔하지 않은 유일한 작품으로 그릇이 식탁에 놓이기를 원해요.”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녀의 그릇은 남다름이 느껴진다. 이러한 실생활과 연결된 그녀만의 경험을 통한 특별한 작품은 그녀의 스펙트럼이 확장되는 계기로 보여진다. 그녀의 이러한 작업들은 벽걸이 작품으로 「장독대에서」라는 작품을 만나게 되면서 형식의 변화를 가져온다. 이러한 변화는 실크스크린을 도입한 2014년 「악보들」이라는 작품이 나오게 되는데 벽걸이 작품 악보는 작가가 부모님의 향수를 느끼게 해주는 생전에 즐겨 부르시고 사랑하던 음악의 일부들이다. 흙의 물성이 종이라는 가벼운 느낌의 상큼함은 관람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간 예라고 볼 수 있다.
「악보들」 2014
사진. 작가 제공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4년 9월호를 참조 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 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