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이태원에 새로이 공간을 오픈한 ‘DOQ도큐서울’, 항상 열려 있는 유명 갤러리공간이 되기보다 특정 시기에 특정 이슈를 보여주는 공간으로 만들어졌다. 작가를 만나기 위해 팬심으로 전시공간을 방문하는 애호가층, 검증된 작가가 선보이는 새로운 콘셉트의 작품을 선점하기 위해 찾아오는 컬렉터, 특정 매체만이 아닌 예술 작품을 관람하러 오는 관람객, 총체적 관점에서 예술을 향유하려는 관람객 등 각자 나름대로의 설렘을 품고 전시장을 방문한다. 시대의 궤적과 함께 하는 다양한 협업 결과물을 선보인다는 PPS피피에스의 대표 구병준 디렉터를 만나 지난 전시와 기획 관점을 들어 보았다.
― Q 전시공간 DOQ를 소개하면.
― 구 2018년부터 챕터원 4층에서 갤러리 도큐먼트라는 이름으로 20번의 소재 중심의 전시를 진행했다. 올 4월부터 이태원에 새로운 공간을 오픈하면서 갤러리의 이름을 지운 ‘도큐 서울’로 2번의 전시를 열었다. 갤러리로 표기하지 않은 건 상업 목적의 전시, 어떤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는 장소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평면보다는 입체, 트렌드보다는 문화, 작품보다는 작가에 더 집중을 하며 다양한 문화와 새로운 조형을 소개하는 공간이다.
― Q 어떤 전시를 선보이나.
― 구 작가를 메인으로 두기보단 어떠한 주제를 잡고 주제가 우선이 되는 기획을 진행하고 있다. 그 주제가 이야기하는 방향성과 그에 맞춰 작가들이 작품을 제작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식이다. 봄을 맞아 4월에 진행했던 첫 전시는 분재전시였다. 식물도, 꽃도 아닌 유수형 선생님의 매산분재와 함께 여러 분재를 전시했다. 반려동물에서 이제 반려식물의 개념을 접하는 시점이기에.
― Q 기획전의 주제인 ‘샴 Siamese’은 어떤 의미인가.
― 구 ‘샴 Siamese’, 사람으로 치면 두 사람이 붙어 있고, 물건으로 치면 두 사물이 붙어 있는 것을 떠올렸다. ‘샴’이란 이미지가 코로나 시대의 상황, 아니면 지금 현시대의 우리 삶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예술과 공예 그 경계를 샴.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과 현실 혹은 가상과 현실을 샴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내 예술과 공예 그 경계를 드러내고자 했다.
PPS 대표 구병준
― Q 공예가를 예술가와 동일선상에 두고 기획한 전시라는 건.
― 구 익숙하지 않은 단어라 고민의 지점이 많다. 많은 작가들은 자신의 완성된 결과물을 소개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이런 경우 그들에겐 개념이 필요하기보단 자본이 필요한 상황이다. 완성된 결과물을 선보이는 것엔 내가 더할 수 있는 것은 더 과대한 포장을 하는 방법 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때문에 기획과 결과가 한 방향으로 움직여 만들어 낸 전시를 추구하는 저에게 있어 작가 선정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전시의도와 개념을 이해하며 중립의 역할로 같이 움직일 수 있는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소재나 형태 등 기법이나 유명세는 중요하지 않다. 영화에 비유하자면 작가는 캐릭터 이미지를 만들고, 그 캐릭터에 빠져 연기하는 것과 같다.
― Q 《샴》 전시를 통해 지속가능한 공예전시 또는 미술전시를 위한 변화를 꾀했다고.
― 구 일반인들의 공예를 바라보는 접근법, 도예계의 장인, 전문가, 작가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 Q ‘샴’을 키워드로 하는 옴니버스 전시를 위해 작가는 새로운 작품을 제작하고 이를 위한 연구와 실험을 해야 한다. 협업할 작가를 선정하는 기준이 궁금하다.
― 구 여러 가지 질문을 하면서 몇 년간 유심히 지켜봐 온 작가, 사라지지 않을 거란 확신을 주는 작가를 선택했다. 작가의 이력을 만들기 위한, 혹은 기술을 소개하는 것을 최대한 피하려고 한다. 혹여나 성공해서 유명해지거나 부를 가져도 주변 환경이나 작품에 흔들리지 않는 기본 소양이 중요하다 생각한다. 결국 시대가 바뀌어도 유행을 타지 않는, 않을 작가가 되어야 한다.
― Q 이번 《샴》 전시에 기대했던 바.
― 구 입체 오브제를 선보여 조형, 조각, 입체의 콜렉터를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었다. 이 부분은 성공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 Q 제품도자 작가가 선보인 조형작품이라 더욱 신선하다.
― 구 구세나 작가와 함께 진행한 샴 전시는 ‘샴Siamese’이란 이미지가 코로나 시대의 상황, 아니면 지금 현시대의 우리 삶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지난 코로나 기간에 침체된 상황에서 새로운 소재실험과 조형실험을 기간 설정 없이 해보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구세나 작가의 끈기와 고집으로 3년이 지난 시점에 이태원 공간도 완공이 되어 6월에 전시를 진행했다.
― Q 이번 구세나 작가의 작품에서 굉장히 응집된 어떤 것이 느껴지면서도 신선하고 영한 감성이 느껴졌다.
― 구 작품을 표현할 때 목적을 가지기보다 자신이 가진 의미를 작품에 보여주려 하기에 작가의 마음이 무의식 중에 표현된 것이라 생각한다. 철학자 하이데거가 말하듯 우리가 공간 속에 작품을 피사체로 바라보지 않고 작품 속에서 공간을 보고 바라보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전달하는 방법을 작품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전시장에서 구세나 작가
사진. 챕터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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