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올해 7월 15일부터 7월 29일까지 중국 저장성 룽취안시에서 보름간 이어졌던 ‘2024년 여름 국제 대학 도자기 교류 창작 캠프’에 관한 내용으로 필자가 직접 참여하고 현지에서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하였다. 1편은 창작 캠프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 및 소고이며, 2편에서는 룽취안 청자의 역사와 특징, 현재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작가를 소개하 고자 한다.
장작 가마 번조 전 행사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무협지 작가는 누구일까? 김용1)을 손에 꼽을 수 있겠다.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의천도룡기를 비롯하여 그의 작품 상당수가 영화, 드라마, 만화 등으로 제작되었다. 무술이 뛰어난 협객의 이야기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검이다. 김용이 태어난 중국 저장성에는 중국 고대 명검 중 하나인 룽취안 보검이 있다. 이 검은 예리한 칼날과 차가운 빛을 지니고 있으며 무엇보다 정교한 도안이 특징이다. 또한 이곳의 단조 기술은 중국의 야금사 및 예술사에서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보검과 더불어 룽취안의 기예를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하나는 바 로 청자이다. 1975년 전남 신안군 도덕도 앞 바다에서 조업하던 어부의 그물에 걸려 올라온 도자기가 룽취안, 이른바 용천 청자였다. 우리나라의 최초 수중 발굴이자 수중 고고학계의 세기의 대발견으로 기록된 신안 해저선2)은 보물선으로 불릴 만큼 14세기 동아시아의 활발한 대외교역과 찬란한 도자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2만 7,000여 점의 유물로 마침내 세상에 소개되었다.
원시대(1323년)로부터 700여 년이 흐른 2024년의 룽취안은 또 다른 교류의 장으로 발돋움하고 있었다. 지난 7월 15일부터 7월 29일까지 룽취안청자문화창의기지내의 중국미술학원 룽취안연구원에 대만, 일본, 중국, 한국 등 다양한 국적의 사람이 모였다. 각국의 8개 대학3), 약 50여 명이 참여한 이번 행사는 중국미술학원中国美术学院, 리수이중국청자학원丽水学院中国青瓷学院, 룽취안청자보검산업국龙泉市青瓷宝剑产业局의 주최로 열렸다.
도자기(청자)라는 하나의 공통된 코드로 모인 사람들은 약 2주 동안의 작업 기간을 거쳐 제작한 작품을 전시하였다.4) 각국의 전공 학생과 교수가 참여한 만큼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인상적이었다. 행사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첫 번째는 현지의 흙과 재료를 활용한 작품 제작이며, 두 번째는 각 학교 교수의 특강이 었으며, 세 번째는 장작 가마 번조 체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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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국 저장성에서 태어난 김용은 대협 또는 신필로 불리며 중국의 역사와 시, 문화, 종교 등 예리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무협이라는 장르가 대중성을 넘어 뛰어난 작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견인하는 역할을 하였다.
2) 1323년 중국 원대의 저장성 닝보항을 출항하여 일본 규슈의 하카타항으로 향하던 초대형 무역선. 200여 명이 승선하는 배의 규모는 너비 11m, 최대 길이 34m에 달한다.
3) 중국미술학원中国美术学院、광저우미술학원广州美术学院、상하이대학미술학원上海大学美术学院、리수이학원중국청자학원丽水学院中国青瓷学院、타이난예술대학台南藝術大學、무사시노미술대학武藏野美術大学、홍익대학교韓國弘益大學、한국전통문화대학교韓國傳統文化大學
4) 작품 전시회는 2024년 8월 29일까지 룽취안연구원에서 개최되었다.
룽취안 청자의 변신
룽취안요는 중국 저장성 일대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청자 생산지이다. 영어로 청자색을 뜻하는 ‘Celadon’이 이로부터 유래되었던 것만큼 아름다운 색과 빛깔을 자랑한다. 특히 이곳 청자의 뛰어난 색을 ‘분청粉靑’이라 부르는데 이는 분청사기의 분청과는 다른 뜻이다. 유약을 여러 번 발라 구워 낸 것으로 옥과 같은 청아한 색감과 부드러운 질감이 특징이다. 앞에서 언급한 신안 해저선에서 인양된 유물은 접시, 대접, 주전자, 잔 등과 같은 생활 용기부터 향로, 인물상, 보살 등에 이르는 예기 또는 장식용 도자기들이 대다수였다. 2024년, 룽취안연구원에서 각국의 사람들이 한데 모여 제작한 청자는 어떤 모습일까? 현지의 태토와 다양한 청자유를 사용한 형형색색 작품들이 가득하였다. 그릇의 형상뿐만 아니라 개인적 감정과 사유를 담은 조형, 재료의 물성을 활용한 작품 등 청자를 기반으로 한 창작 활동과 실험적 시도는 과거와는 다른 형식과 내용을 보여준다. 옥 같은 푸른 빛만이 아닌 새로운 청자의 면모를 보여준 작품에서 유구한 문화유산의 창의적 전환을 엿볼 수 있었다.
대화와 토론의 장, 학술강연
창작캠프 동안 참여 대학의 교수와 작가들의 강연이 열렸다. 먼저 타이난예술대학의 장칭위앤張清淵교수와 일본 예술가 코이데 나오키小出直毅, 카와지리 준川尻潤은 자기 작품을 소개하며 그 창작 배경을 설명하였다.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최성재 교수와 동덕여자대학교의 박정근 교수는 자신의 작품과 제작 방식 및 활용 기술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며 참여자들에게 실제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였다. 홍익대학교 우관호 교수는 2017년, 제9회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의 주제전 《서사_삶을 노래하다》에 대한 기획 의도와 배경 및 세계 각국의 도예가들이 제작한 300여 점의 골호 작품 전시 《기념_삶을 기리다》를 소개하여 인간의 삶과 죽음에 관한 문제를 되돌아보는 계기를 제공하고 토론의 장을 마련하였다. 한편 필자는 룽취안의 원료를 활용한 유약 실험 및 결과를 발표하였고 한정은 작가의 해외 레지던시 경험 및 소개도 이어졌다.
전시전경
사진. 신승은, 박정근 동덕여자대학교 디지털공예과 교수, 중국미술학원 룽취안연구원 제공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4년 9월호를 참조 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 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