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RESEARCH
이병권 교수의 재료를 알면 도자기가 보인다 ⑦
유약은 기물의 표면에 열熱 가열로 융착融着시킨 유리질 피막被膜이다. 도자기는 표면에 유약을 시유하였는지 여부에 따라서 시유 도기陶器와 시유 자기瓷器, 무시유 도기와 무시유 자기로 나눌 수 있고, 장작가마로 번조할 경우 재灰가 기물에 융착되어 유리막을 형성하는 자연유 도자기가 있다. 유약은 물리적·화학적 성질로 보면 유리와 유사하다. 유리는 균질, 비결정질, 등방성 구조로 되어 있으며 빛에 대한 투과성이 뛰어나다.
유리를 형성하는 주요 요소는 이산화규소(SiO2)와 매용제로 작용하는 산화나트륨(NaO)이다. 반면에 유약에서는 유리질 피막 형성을 위하여 이산화규소(SiO2)와 매용제로서 산화나트륨(NaO) 이외에 산화칼륨(K2O), 산화칼슘(CaO), 탄산마그네슘(MgCO3) 등을 함유하는 원료가 사용된다.
화학성분이나 구조 측면에서 보면 유약은 유리와 비슷하지만, 차이는 산화알루미나(Al2O3)의 존재이다. 유리병이나 판유리 등 유리는 극소량의 산화알루미나(Al2O3) 밖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제조 공정에서 용융 상태로 있을 때는 흐르기 쉬운 점도의 상태이다. 그래서 녹은 액상 유리에서는 가스가 빠지기 쉬워 내부에 기포가 존재하지 않는 투명한 판유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반면에 도자기의 유약에는 다량의 산화알루미나(Al2O3)가 들어있다. 이 때문에 투명 유약이라 하더라도 유약이 두껍게 시유되어 있는 부분을 현미경으로 관찰하게 되면 작고 미세한 기포가 갇혀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모습은 유약이 녹았을 때 점도가 높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산화알루미나(Al2O3)는 유약이 완전히 녹은 시점에서도 흐르지 않고 소지에 융착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유약은 외관이나 녹는 온도, 사용 원료 등에 따라서 종류를 분류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외관에 의한 분류에서는 투광성이 뛰어난 투명 광택 유약(투명광택유), 불투명 광택 유약(유탁유), 불투명 무광 유약(매트유) 등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소성 온도에 따라서는 저화도 유약, 중화도 유약, 고화도 유약이 있다. 사용 원료에 의한 분류로는 프릿Frit 유약, 장석질 유약, 알칼리 유약, 석회 유약, 재灰 유약, 붕산 유약, 납 유약 등이 있다.
소성 온도에 따른 유약 분류에 사용되는 매용제들
소성 온도에 따라서 분류한 저화도 유약, 중화도 유약, 고화도 유약에는 각각 어떤 매용재가 사용 되는가?
저화도 유약은 납 화합물을 주요 매용제로 하거나 납 대체 원료를 사용한 유약이다. 오래전부터 저화도 유약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였던 매용제는 적색산화연(Pb3O4), 일산화납(PbO) 등 납 원료였다. 전통적인 저화도 유약의 가장 간단한 조합은 PbO 50% + SiO2 50% ~ PbO 25% + SiO2 75%의 범위에 석회석 등 부수적인 원료가 소량 첨가된다. 이런 유형의 저화도 유약의 용융 범위는 매우 넓고 700℃ 이하에서 용융되기 시작하여 900℃에 도달해도 흐르지 않는다. 납은 독성이 있기 때문에 오늘날 납 계열 프릿, 붕소 계열 프릿, 알칼리 계열 프릿 등 다양한 프릿을 저화도 매용제로 사용하고 있다. 특히 납 계열 프릿은 납 화합물이나 규석 등을 1,260∼1,500℃의 고온에서 유리 상태로 녹인 다음 냉각 후에 분쇄/분말화 한 것으로 납 성분을 제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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