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업세계는 ‘집중과 의도’라는 두 개의 축으로 형성되어 있다. 나의 예술적 여정은 이 두 단어의 의미를 탐구하고 구현하는 과정에서 빛난다. ‘집중’은 자연, 인간의 한 단면을 포착하여 자신의 파인더에 고정시키는 순간을 의미한다. 반면, ‘의도’는 그 포착한 대상을 예술 작품으로 변환시키기 위한 창작 과정이다. 이번 여덟 번째 개인전에서도 이 고유한 루틴을 지속하며 최근에 영감을 받은 주제는 바다와 땅이 만나는 지점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해안선의 반복과 리듬에서 자연이 확장해가며 빚어내는 풍경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자연의 확장성과 인간 존재에 대한 사유를 담아내고자 기물들을 활용한 설치미술과 회화작업, 그리고 오브제들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냈다. 자연은 인간에게 단순히 자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많은 문화와 철학에서는 자연을 경외의 대상으로 여기며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관계를 강조한다. 예를 들어, 동양 철학에서는 인간과 자연이 하나의 유기체로서 상호 의존한다고 본다. 이러한 사상은 자연을 보호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함양하는 데 기여한다.
작품들은 이러한 철학적 관점을 예술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전시의 중심에는 무수한 균열을 간직한 비정형의 도자 20여 점이 자리한다. 도자 구연부에 은, 금 안료로 붓 터치를 한 뒤 가마에서 서너 번 다시 구워낸다. 이러한 과정에서 도자 표면에 형성되는 은빛, 금빛 숨구멍은 우연과 필연이 결합된 결과물로서 무수한 크랙과 대비를 이루며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비정형 형태의 도자들은 대자연의 숭고한 아름다움을 드러내며,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관계를 다시 한 번 성찰하게 한다. 크랙은 자연의 불완전성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상징하며 자연을 존중하는 태도를 함양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의 도자는 단순한 예술 작품을 넘어 자연과 인간의 깊은 연관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은 관람자에게 자연의 위대함과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며, 자연을 대하는 태도를 재고하게 한다.
다른 작품으로는 검푸르게 구워 낸 은잔 20 0여 점을 검게 칠한 수직의 나무 도막 40 0여 개에 배치한 설치미술이 있다. 각각의 잔은 불규칙적이고 비정형의 형상을 지니고 있어 개체의 다름을 은유한다. 이 잔들은 위태롭게 검은 나무 도막 위에 자리하며, 밤바다의 반짝이는 빛들을 표현한다. 이를 통해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각 개체의 독특한 존재감을 강조하며 웅장한 자연의 모습을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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