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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7월호 | 작가 리뷰 ]

물질을 들여다보는 힘, 박래기
  • 김기혜 독립 큐레이터
  • 등록 2024-08-01 10:48:41
  • 수정 2024-08-05 15: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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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기는 물질의 스펙트럼을 끈기 있게 파고들어 그 이면을 들여다보는 작가이다.「Unveiled series」는 망간이라는 재료에 대한 탐구에서 시작됐다. 검은색 유약의 원료 중 하나인 망간은 과포화되면 주름이 지거나 러스터와 같이 금속의 물성이 강조되는 성질이 있다. 작가는 망간을 사용해 표면이 매끈하게 마감된 브러시드 메탈brushed metal의 질감 또는 무쇠 주물처럼 보이는 러프한 질감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명료하게 보이는 재료의 특성, 그리고 그 너머의 도무지 보이지 않는 것을 추적하는 일련의 실험을 통해 하나의 물질은 비로소 새로운 이면을 드러낸다.

망간을 과포화시킨 유약은 고온에서 망간 결정이 석출된다. 결정은 일반적으로 유약의 용융도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는데, 작품에 적용된 유약은 용융도가 낮다. 이런 환경에서 고르게 퍼지지 못한 결정의 밀도 차에 의해 표면에 무질서한 요철이 발생한다. 이 요철은 소성 직후 매트한 금속 피막에 가려져 있고, 이를 곱게 연마하여 제거하면 목탄과 같은 무늬가 드러난다. 결정이 응집하여 상대적으로 돌출된 부분은 검은색으로, 그렇지 않은 부분은 적동색의 메탈릭한 질감으로 연마되는 것이다.

「Unveiled series」는 백자토로 물레를 차서 기본적인 기器의 형태를 만들고 유약을 시유한다. 작품의 중심이 되는 망간 과포화 유약의 색과 질감을 드러내기에 최적화된 바탕인 셈이다. 기의 형태를 두고 그는 ‘역사에서 맥락을 가져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초부터 지금까지 만들어진 수많은 사발의 형태처럼 그는 물레를 차서 그릇을 하나씩 빚어낸다. 망간 유약을 시유한 그릇 하나 하나는 ‘기물 시편’으로 정교하게 가마에서 구워진다. 태토는 백자지만 바닥면까지 이장을 분사해 검게 칠하는 등, 기물 전체가 금속적으로 보이도록 섬세하고 노동집약적인 마감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이하 생략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4년 7월호를 참조 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과월호 PDF를 다운로드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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