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트렌드페어는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공예 전문 박람회답게 다양한 시도와 새로운 작가들과의 협업, 흥미로운 주제 선정을 통해 신선하고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이는 장場으로 거듭나고 있다. 매년 페어 참가 신청 시기가 되면 작가들 사이에서 가장 큰 화제가 되는 것은 물론, 올해는 어떤 작품이 주목을 받고 어떤 작가가 이슈가 될 지에 대하여 이야기꽃이 핀다.
지난 2019년도 관람객으로서, 그리고 스스로 한 사람의 공예 작가로서 역대 공예트렌드페어 출품작을 분석하고 한국 공예 시장에 대한 동향 분석을 연구한 바 있다. 이번 2024 페어를 앞두고 지난 4년간의 행사 동향과 관람객의 추이를 새롭게 분석하여 이번 행사의 방문객에게 도움이 될 만한 좌표를 제시하고자 한다.
2020년, 우리의 일상을 침범한 팬데믹은 당연하던 것들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었다. 전세계적으로 유행한 감염병은 문화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쳤고, 항상 많은 관람객으로 북적이던 전시장도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 매출과 관람객 유치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그러나 힘든 시기에도 위기를 도약의 계기로 삼았다. 지속된 자가격리로 뜻하지 않게 집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자, 사람들은 가장 밀접한 공간에 투자를 하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온전히 자신만의 공간인 ‘집’에서 본인만의 취향이 담긴 공예작품과 휴식같은 시간을 보내자는 취지의 ‘휴가예감’ 이라는 주제로 개최하게 된 15회차 행사는 수치상으로는 퇴보하였을지 모르지만 ‘공예=쉼’이라는 새로운 감각을 제안해주었다.
다음 해인 2021년에는 조금씩 회복되어가는 일상에 초점을 맞추어 ‘형형색색’이라는 주제 하에 다채로운 공예의 아름다움과 직접적으로 대면하는 기쁨을 누리게 하였다. 그로 인해 전년도 대비 두 배 이상의 관람객 수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였다. 특히, 매년 새롭고 참신한 주제로 기대감을 자극하는 주제관은 규모를 전년도 대비 3배 늘리고, 주제 그대로 형형색색 71명 작가들의 개성을 한 공간에 조화롭게 담아내었다. 미적 요소에 중점적 가치를 둔 순수미술과 실용성에 치중된 공예품 가치의 경계를 허물고 ‘예술적인 오브제’로서의 공예를 테마로, 다양한 소재들을 결합해 탄생한 작품들을 대거 선보였다. 한편, 여전히 조심스러웠던 코로나의 여파로 외출이 자유롭지 못한 분위기를 반영하여, 네이버 아트윈도우와 sns를 통한 온라인 판매와 유튜브를 통한 공예품 경매쇼 등을 준비해 직접 방문하지 못하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원활한 구매가 이루어지도록 하였다.
일상의 회복을 넘어 그간의 외출과 문화생활에 대한 욕구가 극에 달해 있었던 2022년도에는 전년 대비 참가 희망사가 40% 증가했고, 창작 공방관의 참여 경쟁률이 7:1에 달했다. 수치상의 성공과 함께, ‘현실의 질문, 공예의 대답’ 이라는 주제는 관람객으로 하여금 공예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였다.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획일화된 일상’, ‘인간성 상실’, ‘자연과 환경파괴’ 라는 세 가지 문제점을 중점으로 구성된 주제관은 각 주제에 맞는 40여 팀의 작품들을 토대로 문제에 대한 해결점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획일화되어 몰개성적으로 변모하고 있는 현대 사회에 대해 공예는 지역성과 전통의 재해석을 통한 다양성을 해결책으로 제시하였다. 조선 시대 분청사기 제작기법 중 하나인 덤벙 기법을 작가만의 미감으로 재해석 하여 표현하는 박성욱 작가의 작품, 옹기 제작 방식 중 하나인 푸레도기 제작기법을 바탕으로 하지만 전통적인 옹기의 형태에서 벗어난 새로운 형태의 함을 제작한 장석현 작가의 작품 등으로 구성된 전시는 익숙한 것에서 새로움을 창조해내는 것의 중요성에 관해 이야기한다.
‘인간성 상실’을 주제로 한 두 번째 전시관에서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점점 흐려져가는 수제작의 가치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기계로 찍어낸 일정한 형태가 아닌, 재료의 물성을 완벽히 이해하고 가마 속 불길에 의한 우연적인 변화에 작품을 온전히 맡기어 가변적 형태를 의도하는 김혜정 작가의 기器나 작업에 공들인 시간이 작품에 고스란히 드러나는 박지 기법을 사용하는 허상욱 작가의 작품 등이 빠르고 정확해야 하는 현대사회의 고질적 미덕 과 대비되는 오랜 정성이 담긴 것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환경파괴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자연과 인간 사이의 균형을 모색하는 3관의 전시에서는, 산업폐기물을 활용해 업사이클링 한 제품들이 눈에 띄었다. 파손된 도자기 파편들을 모아 부수어 다시 흙과 섞어 기물을 만드는 물고기 작가나, 오렌지 껍질, 계란 껍데기 같은 식품 폐기물을 건조하고 갈아 흙에 섞어 항아리를 만드는 정김도원 작가의 작품 등을 통해 버려진 것들에서 재탄생 되는 예술품의 내외적 가치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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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4년 7월호를 참조 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과월호 PDF를 다운로드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