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결 없이 고아한 달항아리와 이중 투각의 번화함이 양립하는 광경이다. 조병호 작가의 백자대호는 흡사 흰 눈이 두텁게 쌓인 장독을 연상케 하며 아늑한 운치를 자아낸다. 매끈한 유면을 따라 서려 있는 은은한 옥빛은 조선 선비의 의복인 ‘옥양목’을 색채적으로 고증한 것이다. 그의 자제인 조용준 작가가 추구하는 이상은 ‘도자 속의 도자’의 미학이다. 주조를 이루는 투각 문양과 그 내부에 감춰진 이면은 시점에 따라 상이한 공간을 연출해 양면성을 형용한다. 층위적 경계를 정교하게 무너뜨리며 외형과 본질의 대비를 획득했다. 고성을 거점으로 백자의 진수를 갈고 닦은 부자父子의 공력이 마중하여 전통에 대한 경외심이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