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토와 백토물이 만들어내는 절제된 표현이 드러나기까지 덤벙분청 작업은 감각을 곤두세 우고 받아들이는 과정의 반복이다. 박성욱 작가는 담담한 외연에 내재되어 있는 분청을 궁구하며, 생활자기뿐만 아니라 분청으로부터 파생될 수 있는 표현의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도자를 깨뜨려 편을 만드는 것이 아닌, 당초부터 파편으로 만들고 소성 이후 이를 엮어 하나의 프레임으로 구성하기도 한다. 쓰임을 다하고 태토로 회귀하는 도자의 통상적 서사를 해체·재구성하여 윤회적 생사관에 대한 자주적 해석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장작 불길의 움직임을 담은 백색, 기화되는 자잘한 알갱이들의 환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엇비슷한 편의 배열로 총체를 형성하고, 일목요연한 질서에 의한 유기적인 결속이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