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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6월호 | 작가 리뷰 ]

박종진, 재료 간 형질 변경으로 보여주는 도자예술의 새로운 정체
  • 홍지수 공예평론, 미술학박사, 크래프트믹스 대표
  • 등록 2024-07-01 15:16:18
  • 수정 2024-07-01 15: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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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은 종이 타월과 흙물을 교차 적층하여 형태를 만든다. 흙을 물에 풀어 고체에서 액체로 상태를 바꾼 후 종이에 흡수, 안착시켜 흙의 형질을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이 방법은 실용 도자기를 만드는 데는 부적절하다. 그러나 손이나 물레를 이용해 점토를 빚는 물성과 비견할 수 없는, 오로지 흙을 물로 다시 종이로 탈바꿈해야만 볼 수 있는 새로운 흙의 질감과 표정을 보여주는 데는 탁월하다.


4개의 연작: 세부를 아우르는 공존 

박종진은 2013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예술적 지층Artistic Stratum’의 큰 주제 아래 적층과 연결, 색채의 변화가 다른 총 4종의 연작 항아리Jar, 지층Stratum, 패치Patch, 붕괴된 형태Collapsed Form을 제작한다. 박종진의 작업은 성형과 장식이 동시에 이뤄진다. 「예술적 항아리Artistic Jar」 연작은 작가가 대학원 재학시절 작업했던 첫 형태이자, 한국 도예의 가장 상징적 형태인 달항아리를 원형原型으로 한다. 종이를 돌돌 말아 흙가래 쌓듯 원둘레를 궤적 삼아 바닥부터 쌓으면서 동시에 안료 섞은 흙물을 붓으로 발라 제작한다. 다른 연작에 비해 시간과 행위에 상응하는 귀납적 수평층이 더욱 명징하게 보인다. 종이를 얼마나 촘촘하게 말고 어떤 간격으로 쌓는지, 그리고 상부가 하부보다 비중이 큰 장호長壺 혹은 상부, 하부 비례가 같은 원호의 형태인지에 따라 불 속에서 주저앉는 정도가 달라, 작가가 의도하지 않은 비정형성과 불 예측성이 큰 작업이다.

「예술적 지층Artistic Stratum」은 붓으로 종이 평면 위 작가가 원하는 궤적과 면적, 색으로 칠한 후 적층하는 작업이다. 붓질의 궤적이 곧 기벽의 두께이자 구조다. 색을 어떻게 바꾸고 조합할 것인지, 면을 어떻게 분할하고 병치시킬 것인지 그리고 어느 위치에 포인트를 줄 것인지는 기물 측면을 보고 판단한다. 작가의 조형 행위는 종이 위에서 이뤄지지만, 결과는 기물 측면에서 가시화하는 제작 공정의 독특함이 있다.2) 붓질은 칼과 달리 면과 면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 종이에 스며들어 모호한 경계면과 혼색을 남긴다. 그에 비해 고온 번조 후에도 경도硬度가 약한 성질을 역이용해 그라인더로 후가공하는 조각 기법은 형태의 견고함과 완성도를 높일 뿐 아니라, 회화와 비견되는 물성 차이를 만든다는 점에서 시각적 재미를 더 풍부하게 만든다. 이 연작은 후일 작가의 의도에 따라 어떤 궤적으로 적층하는지에 따라 내부 구조와 외형이 일치하지 않는 복잡한 건축적 형태로 발전할 여지가 있다.

「예술적 패치Artistic Patch」는 종이접기 방법, 면적과 모양, 색채, 밀도 등이 다른 패턴 블록을 쌓아 만든 입체 기器이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평면 위에 모종의 축을 기점으로 좌우로 패턴의 크기와 방향, 간격의 변화를 준 부조 도판도 새롭게 작업했다. 작가가 다양한 종이접기 방식으로 어떤 패턴을 만들었는지, 그것을 어떤 축의 각도를 설정해 패턴을 연결, 전개, 완성했는지에 따라 각 부조는 다른 시각적 효과와 리듬을 갖는다. 여기에 색상이나 명도, 채도, 광택 등에 변화를 주고 각 패턴의 고유한 성질과 표면적 특성과 더불어 높낮이를 달리하는 부조적 구성이 더해지면 더욱 복잡하고 다이내믹한 시각성과 리듬이 형성된다. 사각 부조는 어떤 조합과 배치로, 어떤 장소, 눈높이(벽 또는 바닥)에 놓고 보는지 나아가 자연광과 조명에 따른 그림자의 간섭에 따라서도 전혀 다른 운동감과 생동감이 느껴질 것이다. 각 단위 하나하나의 아름다움도 중요하지만, 이처럼 공간 속에서 단위의 배치와 구성을 달리할 때마다 나타나는 독특한 효과와 리듬, 조합의 변주야말로 「Artistic Patch」를 보는 묘미다. 이처럼 부분의 색다름, 개별성이 부조화하지 않고 아름답고 거슬림이 없어지려면 개별의 힘을 육중한 통일성으로 아우르는 통합이 필요하다. 이것이 무시되면 무분별하게 모아놓은 혼합물에 불과하게 된다. 작가는 이 일을 ‘공존Coexistence’이라는 제목으로 시도해 왔다.

우리 미술에서 ‘공존’의 다른 표현은 ‘화이부동和而不同’이다. 각 개인의 ‘다름’을 지키면서도 전체 ‘조화’의 화합을 꿈꾼다. 화이부동은 한국 미술의 특징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개념이다. 이것은 한국 복식과 조각 이불, 조각보 등 다양한 선과 색상, 형태, 질감 간 규칙과 불규칙을 한데 어우르는 조화로움이 필요한 작업에서 적용된다. 작가가 전통 조각보를 참조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Artistic Patch」와 조각보가 형태적 유사성이 엿보이는 것은 큰 틀 안에서 세부의 균형과 개별성을 아우르는 조형 방식의 공통점 때문이다. 형태적 유사함으로만 보면, 15세기경 영국에서 바탕에 놓인 수를 잘라내어 다른 바탕 천에 아플리케로 옮긴 수예품이나 1960~1970년대 여성 운동의 일환으로 많은 여성 예술가가 관심을 가졌던 퀼트 작업, 나아가 20세기 서양 미술에서 몬드리안이나 파울 클레가 시도한 구성주의와 형태적 유사성을 논할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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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4년 6월호를 참조 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과월호 PDF를 다운로드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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