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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6월호 | 전시토픽 ]

쓸모를 묻지 않겠다는 어떤 공예적 위로들
  • 김성우 팀서화 공동대표
  • 등록 2024-07-01 13: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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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의 쓸모를 굳이 묻지 않겠습니다>
  • 5. 17. ~5. 26. 무계원

오늘의 공예는 변화하고 있다. 본래 공예란 쓰임새가 있는 기물을 조금 더 공들여, 쌓고 다듬고 깎고 굽고 기우고 이어 유려하게 만든 것이다. 하여 실용적 가치에 미술적 가치를 더한 조형 예술 혹은 기법을 공예라 부른다. 즉 공예를 규정하는 핵심 맥락은 과거로부터 기물의 쓰임새에 있다. 그러나 현대 공예의 새로운 흐름에는 이 쓰임새가 점점 모호해지는 경향이 그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2024 공예주간을 맞아 서울 종로구 부암동의 고풍스러운 한옥 무계원에서는 오늘의 이런 공예의 흐름을 통해 현대 공예의 경계를 함께 고민하고 담론하는 기획 전시 <당신의 쓸모를 굳이 묻지 않겠습니다>가 개최됐다. 제목부터 도발적인 이 전시는 기획자 도연희와 작가 겸 기획자 김성우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문화예술전시 기획사 팀서화가 기획했다. 전시는 명확하게 쓰임새를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공예적인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고풍스러운 전통 한옥 무계원에서 섬세한 감각으로 선보였다. 

전시장을 방문해 무계원의 입구에 들어서면 토템처럼 관객을 맞이하는 작품이 있다. 김동현 작가의 작품, 「Symmetry Stool」이다. 실제 스툴처럼 사용할 수 있는 작품 3점을 높게 쌓아 만들었지만, 스테인리스 재질의 기하학적 형태와 구성은 마치 미니멀리즘 작가 도널드 저드의 작품처럼 어떤 쓰임도 불허하는 듯하다. 작품은 각 면마다 재질의 특성을 활용하여 거울, 스크레치, 색 입히기 등의 서로 다른 마감을 통해 시각적 환영을 자아내며 인식론적 질문을 던진다.

김동현 작가의 작품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아름다운 안뜰 너머로 웅장한 안채와 그 오른편에 자리한 사랑채가 보이는데, 먼저 안채 공간은 총 4개의 전시공간으로 분리 구성된다. 안채의 중심을 차지하는 대청에는 사람 키를 훌쩍 넘기는 거대한 기둥 형태의 김지혜 작가의 도자 작품과, 추상적 형태와 귀여운 색감으로 매우 사랑스럽지만 정확한 쓰임을 알 수 없는 박진선 작가의 도자 작품, 그리고 전통 분청 기법을 현대적 미감으로 사용하지만 그 또한 명확한 쓰임을 알기 힘든 윤준호 작가의 도자 작품이 관객을 맞이한다.

김지혜 작가는 흙을 한 줄씩 쌓아 올리는 코일링 기법으로 거대한 작품을 제작했는데, 조금 

씩 쌓아가며 흔적을 남기는 도자의 특성이 글쓰기의 그것과 닮았다고 느껴 일기를 쓰며 기록하듯 흙을 쌓았다고 한다. 박진선 작가는 일상의 사물이나 자연의 풍경을 단순화시켜 추상적인 형태로 주위를 기록한다고 하며, 윤준호 작가는 지역을 옮길 때마다 거주지 인근의 흙으로 도자를 제작하는데, 이는 그가 머무는 현재(시간)와 지역(공간)을 기록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대청 공간의 작품들은 기록이라는 주제를 공유하지만 서로 전혀 다른 형태와 기법을 드러내며 각자의 존재감을 과시한다. 서로 간의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도 전체적으로 편안한 조화를 이루게 만든 전시 구성이 돋보이는 공간이다.

안채의 두 번째 공간은 여성성 혹은 남성성이 내포된 변형된 신체 혹은 두 성별이 결합해 제3의 생명체적 형태로 탄생한 최나운 작가의 도자 작품이 우리를 맞이한다. 식물과 생물 사이 어딘가에서 결합한 기묘한 형태와 파스텔톤의 아름다운 색감을 더한 작품은 대결과 대립보다는 융합적 진화를 선택한 양성적 존재를 탄생시켰다. 최나운 작가의 반대편으로는 박지원 작가의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기울고 무너지는 흙의 물성을 기반으로 구현된 박지원의 도자는 그 자연스러운 불균형과 부드럽고 모나지 않은 형태적 특성으로 인해 마치 인간의 피부를 보는 듯한 느낌을 전달하며 동시에 따뜻하지만 단단한 여성성을 드러낸다.

안채의 세 번째 공간은 자연에서 직접적으로 영감을 받은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여주용 작가는 철판을 레이저 커팅으로 재단해 마치 붓으로 그린 진경산수처럼 관념 속 산수의 형태를 병풍으로 제작했다. 편예린 작가는 자연 속 산과 돌 등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특히 그녀가 심혈을 기울여 도자로 재현한 이끼와 돌의 섬세한 형태는 보석이 가득 박힌 광물처럼 아름답게 빛난다. 김지혜 작가의 도자는 심해의 생물을 그녀만의 조형 언어로 재탄생시켰다. 깊은 심해의 생물이 스스로를 발광하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모습에서 우리 삶에도 통용되는 어떤 메시지와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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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4년 6월호를 참조 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과월호 PDF를 다운로드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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